우리나라는 식당 음식값이 싸다. 한식만.
우리나라는 유독 물가에 비해 음식점 음식 값이 싸다. 미국에 가보면 마트에서 파는 농수산물은 그렇게 싼데 식당음식은 엄청나게 비싸다. 음식 자체도 비싼데 세금 따로내고 팁까지 주고 나면 점심 한끼 먹는데 만원은 예사고 기본이 2~3만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많고, 집에서 점심을 싸와서 먹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끼 먹는데 6~7천원이면 되고, 이는 대부분의 햄버거 세트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식값이 싼데, 특별한 기념일이라고 5만원짜리 양식은 쉽게 먹지만, 5만원 짜리 한식은 내 돈으로는 먹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김영란법이 시작되자 그렇게 많은 한정식집들이 망해 나간 것이다. 비싼 한식은 남의 돈으로, 법인카드로 먹는 것으로 생각했지, 자기 돈 내고 한정식 먹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외국 음식은 만들기가 쉬운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음식점을 하다보니 왜 최근에 젊은이들이 한식을 피해서 다른 종류의 음식점 여는지 이해가 된다. 가장 맛내기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가장 값을 못 받는게 한식이라는 것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식이 아닌 다른 나라 음식은(특히 양식) 만들기는 너무 쉬워서 몇 일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맛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파스타를 몇 번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파스타에는 들어가는 재료도 거의 없고,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이 없이 누구나 만들수 있는 수준에다가, 들어가는 재료도 얼마 없다보니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도 거의 없다. 혼자서 만들더라도 20분 내에 한 그릇을 만들 수 있고, 여러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을 필요도 없다. 파스타에 나오는 반찬이래봤자 피클 정도인데도 반찬이 적다는 투정도 안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드는게 쉽다고 해도 우리는 요즘 파스타 한 그릇에 1.5만원~3만원을 내는데 별로 거리낌이 없다. 매일 먹는게 아닌 어쩌다 먹는 음식이고, 한식보다는 “있어보인다는” 이유에서이다.
피자 역시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도우(피자반죽)만 준비된다면 세상에 이렇게 만들기 쉬운 음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모짜렐라 치즈와 몇 몇 재료만 뿌리면 되는데 3살짜리 아이들도 만들 수 있다.(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보신 분은 알거다) 이 음식 역시 재료비 3~4천원 짜리를 1.5만~2.5만원씩 주고 사 먹으면서도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테이크 역시 숙성 과정을 빼면 고기 굽는 것은 장비의 차이일 뿐 딱히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굽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 걸 5~10만원씩 주면서 비싸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다.
한식은 들어가는 노력과 인건비, 재료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반면 만드는데 수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만드는 내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하고, 가스도 많이 쓰고, 들어가는 재료도 수십가지 되는 국밥은 7천원이 넘으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반찬을 여러가지 안 주면 불만을 토로한다. 만드는 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워낙 많다보니 똑같은 방법으로 국밥을 만드는 집이 없고, 따라서 맛도 모두 다른데(심지어 같은 레시피로 만드는 분점들도 맛이 다르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다보니 한식은 프렌차이즈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식은 기본적으로 가게에서 직접 만들기가 쉽지 않고, 준비하는데 많은 품이 들어가며, 맛을 내기는 더욱 힘들기 때문에 본사에서 완제품 또는 반제품으로 만들어오는 음식이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량으로 많드는게 더 쌀 뿐만 아니라 일정수준 이상의 맛(진한 맛)을 내는데 더 유리하다. 이렇다보니 한식은 프렌차이즈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양식은 대부분 워낙 만들기도 쉽고 재료비도 얼마 안 들다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만들어서 배분하는 것이 별다른 경쟁력이 없다.
하지만 프렌차이즈는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프렌차이즈는 본사에서 가져가는 마진이 많다보니 가맹주가 가져가는 게 별로 없다. 한식은 그 자체로도 원가율이 높아서 남는게 없지만, 한식 프렌차이즈를 하면 인건비는 덜 들더라도 재료비가 더 높기 때문에 한식으로 돈을 버는 가게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누가 식당 개업에 대해 물어보면 딴 걸 떠나서 매일 먹는 식사 종류의 한식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17년 3월 26일 최초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