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당을 열면서 가장 잘못한 것 중에 하나는 식당이 밥을 파는 곳이라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술을 팔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던 탓에 술을 전혀 안 팔겠다는 생각도 했다.(첫 주방장이 술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에 강조를 해서 넣긴 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식당업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 됐다는 걸 깨닿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밥(식사)만 팔아서 잘 되는 식당은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손님들에게 밥집으로 인식되면 점심 매출은 나올지 몰라도 저녁에는 거의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걸 깨닿고 나서 보면,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는 가게들도 밥(식사)으로 알려진 집들은 저녁에는 파리를 날리거나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걸 알게 된다.(대신 아침 장사를 하는 곳들이 많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저녁에까지 찾아가서 밥을 사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저녁에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은 술집이지 밥집이 아니다. 또 술을 먹으러 가서 밥(식사. 여기서는 후식)을 먹는 경우는 있지만 밥을 먹으러 가서 술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에 밥집이 되는 곳은 극히 드문데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동네의 싼집, 커플들이 찾아갈만한 집, 야근이 일상이라 저녁 먹고 와서 일하는 게 일상이 돼 있는 회사 근처 정도이다.)
문제는 한번 사람들의 머릿 속에 밥집으로 인식되면 술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밥집에 술을 먹으러 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아무리 술 메뉴를 넣어놔도 위치가 굉장히 좋아서 지나가다가 보이는 경우가 아니면 거기 가서 술을 마셔야겠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머리 속의 술집 후보에 아예 처음부터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와서 맛을 보고 안 먹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맛을 보려고 오는 술 손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술을 안 파는 게 뭐가 문제고, 점심에 많이 팔면 되지 저녁에 손님 없는게 어떻냐고 묻을 수도 있다. 이건 인건비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다.(나도 그랬다)
식당 인력의 대부분(특히 파출)은 2가지 시간제로 움직인다. 1) 5시간제(반일) 2) 12시간제(전일)이다. 반일제가 6시간이 아닌 5시간인 이유는 하루에 두 탕을 뛰어야 하는 사람은 이동시간 및 식사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비워주는 것이다. 알바들 역시 아무리 조금 일하려고 해도 교통비에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2~3시간 일하는 것은 답이 없기 때문에 보통 4~5시간은 일하려고 한다. 게다가 일 잘하는 사람은 중간에 다른 가게로 이동하는 게 귀찮아서 웬만하면 한 가게에서 12시간을 일하고 싶어한다. 이런 구조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뭔가 하면 내가 점심 장사에 집중 하겠다 하더라도 인력은 최소 5시간(9~오후 2시, 또는 10시에서 오후 3시)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점심에 한창 바쁠 때만 2시간 썼으면 좋겠는데 5시간을 써야 한다. 또, 저녁장사 1시간을 하려고 해도 다시 최소 5시간을 써야 한다. 그런데 5시간 짜리 파출을 2명 쓰는 것보다 12시간짜리 파출을 1명 쓰는게 싸다. 이러다보니 보통 12시간 일하는 인력을 구하게 된다. 손님은 대부분 점심에 들더라도 인력은 하루 종일 쓰기 때문에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굉장한 비용 낭비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점심에만 식당을 열기도 아쉽다보니 저녁까지 문을 여는데, 심한 경우 점심에는 벌고 저녁에는 돈 까먹는 일이 발생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녁 장사가 단다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점심에는 음식만 먹기 때문에 객단가가 낮다. 또한 점심에 비싼 음식을 먹는 것에 부담을 갖기 때문에 똑같은 메뉴도 점심에 더 싸게 판다.(물론 100% 저녁 메뉴와 똑같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점심에 손님이 많더라도 테이블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술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술을 추가로 판다고 해서 나의 노력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술 판매의 장점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대로 점심 밥을 먹는 식당으로 인식되면 저녁에 손님이 안 온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식당 메뉴는 저녁 술장사를 위주로 짜고, 점심은 인건비를 뽑는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