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제주도에 가서 직접 겪은 사항입니다. 같은 시간 낭비를 하시지 말라는 의미에서 팁을 공유합니다.
(나온지 몇년 된 여행 관련 책만 보고 여행을 했더니 생긴 문제들임. 요즘에는 여행책자를 참고 하더라도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다른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후 결정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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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벤쳐회사를 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지난 몇달 동안 얘기하던 투자 건이 거의 다 정리가 돼 가니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벤쳐 회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투자 얘기를 하고 있던 것을 알던 터라 거의 다 정리가 되었던 말에 나는 ‘투자 조건은 다 합의하고 계약서를 쓸 단계인가 보다’ 라며 어떤 조건으로 합의를 했을지,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궁금한 마음에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를 듣다보니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 기준에서는 도대체 단 하나도 합의를 한 게 없는 상황이었다.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잠재 투자자를 만나서 뜬 구름 잡는 식의 얘기만 해 온 걸로 보였다.
예를 들자면, 1,000만원에 지분을 10% 팔기로 했다는데 이게 구주(issued shares; 이미 발행해서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주식)를 팔건지 신주(new shares)로 팔건지 ‘대화 정황상 추측’ 내지는 ‘느낌’ 정도만 있지 정확하게 합의를 한 적이 없었다.(구주를 팔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는 내 친구에게 돈이 들어오고, 신주를 팔면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에 돈이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서로가 원하는 큰 그림을 이야기 하고 나서, 이걸 간단하게 정리한 term sheet을 작성한 후 본 계약서를 작성한다. 문제는 이 term sheet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걸 안 하면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아마 집(월세/전세/매매) 계약할 때 아니면 계약서를 쓸 일이 많지 않을텐데, 나는 집안 인테리어, 가게 인테리어 등을 할 때도 굳이 계약서를 받았고, 월세/전세/매매 계약서도 부동산에서 받은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모두 넣어 수정해서 사용했다. 그 이유는 위에 말한대로 분명히 서로 똑같이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넘어갔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으로 계약 조건을 협상 앞부분에 정확하게 글로 적어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좋게좋게 넘어갈 수 있지만 중간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계약이 깨지거나, 계약서 작성하는 과정이 끝이 없거나, 끝이 안 좋을 경우가 많다. 반대로 처음에 계약 내용을 정확히 하면 초반에는 좀 힘들고 협상 진도가 잘 안 나갈수도 있지만 한번 주요한 조건들에 합의를 하고 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계약서 작성이 진행될 수도 있고, 상대편과 크게 의견 충돌할 것이 없으니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식당을 지하에 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도 높은 권리금과 월세 때문이었다.
당시 식당 자리를 보고 다닐 때 1층에 있는 가게들은 최소 1억, 높게는 3억 정도의 권리금을 요구했었고, 월세도 30평에 300~500만원 정도를 요구했었다.(경기가 안 좋다보니 요즘은 이보다 훨씬 많이 내려갔으리라 생각되긴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지하 치고는 엄청나게 높은 권리금을 주긴 했다. 나는 워낙 1층에 있는 가게들이 높은 권리금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비해서는 상당히 싸다고 느꼈었는데, 지하에는 잘 되는 가게의 메뉴까지 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권리금의 거의 붙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식당을 열 때 나이가 든 후에 식당을 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 해보는 개념으로 접근했었기 때문에 너무 높은 투자비용은 큰 부담이었고, 고민 끝에 지하에서 어느 정도 잘 되던 식당 위치에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 식당은 큰 건물의 지하 상가(일명 아케이드)에 있는 여러 가게 중의 하나가 아니라 작은 건물에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에 이 식당만 단독으로 있는 그런 곳이었다.
1층보다는 당연히 좋지 않을거란 기본적인 생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던 것은 주변에 회사가 있어서 고정적인 수요도 있고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관광객 손님도 받을 수 있어 영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 보면 아마도 식당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계약을 마치고 직원을 구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는데 장사를 시작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부터 내가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면접보러 온 사람들의 상당수가 “지하인지 몰랐다”며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 내지는 믿음직스럽지 못함을 나타냈고, 심지어 한 여자분은 약 2시간 동안 식당은 지하에 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른 곳을 찾아 보라고 조언을 해 주셨다.
당시 이미 월세 계약은 물론 권리금까지 준 상태라 시작도 하기 전에 손해를 보면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인데다가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만 가지고 시작을 했다. 헌데 가게를 하다보니 지하에 있다는 게 정말 큰 단점이라는 게 실감이 됐다.
내가 느낀 지하 가게의 최대 단점은 광고 공간이 작다는 것이다. 1층 식당은 식당 자체가 광고판이라 할만큼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식당 간판 뿐 아니라 식당의 외관/인테리어, 그 안에서 밥 먹는 모습까지 보여주게 된다. 2층도 밥 먹는 사람까지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건물 외관의 상당부분을 광고판으로 쓸수가 있다. 반면 지하에 있는 식당은 간판 하나 다는게 전부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 나같이 계단 입구를 치장할 수 있으면 나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상황에 따라 밖에 배너 1~2개를 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마저도 상황에 따라 단속반이 나와서 회수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가게의 존재 자체를 알기가 쉽지 않다. 식당을 한지 1년이 넘는 시점에도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들어오며 “이런 식당이 있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얼마나 눈에 잘 띄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두번째 단점은 잠재 고객이 가게 분위기나 가게에 있는 손님을 볼 수 없어 쉽게 결정을 못하고 갈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디가 맛있는 식당인지 잘 모르는 경우 손님이 많은 가게를 찾게 된다. 손님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한편으로는 막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추정 때문인데, 지하에 있는 식당은, 특히 나처럼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식당이 나오는 곳은 이런 걸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게에 설치된 CCTV를 들여보다고 있으면 계단 앞에서 내려올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오다가 올라가는 사람, 계단을 내려와서 가게 내부를 살펴보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니 고객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세번째 단점은 직원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식당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지하 식당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아마도 지하 식당이 대체로 오래가지 못한 걸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면접하러 와서는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지하에서 식당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거나 매출이 잘 나오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꽤 있다.
네번째 단점은, 내가 있었던 비교적 오래된 작은 건물들에만 있는 단점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하수 배출에 문제가 있다. 지상에서는 물을 쓰고 나면 중력에 의해 오수가 하수관을 따라 하수도까지 흘러간 후 하수도를 통해 배출되게 되는데, 지하에 있다보니 하수도가 지하층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중력만으로는 물을 버릴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사용한 하수를 배수펌프로 하수도 있는데까지 퍼 올려야 하는데, 이게 보통 자동 스위치를 써서 물이 어느 정도 차면 자동으로 펌프가 돌아가도록 만들어 놓긴 하지만 고장이 잦아서 수동으로 작동해 줘야 하는 경우도 많고, 겨울에 퍼올리는 관이 어는 등등 관리에 애로가 있다. 또, 펌프를 계속 돌릴 수 없으므로 하수를 일정정도까지 보관해놓는 집수정에 물만 아니라 음식물 잔해가 쌓일 수 밖에 없으므로 자주 물이라도 뿌려서 청소해 주지 않으면 음식이 썩어서 더러워지고 냄새까지 나게 된다. 또한, 집수정 펌프가 고장날 경우 건물주가 교환해 줘야 겠지만, 교환하는 동안 하수를 버리지 못해 장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잦지는 않겠지만 심장이 덜컥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새벽 시간에 상수도 파이프가 터진 적이 있었다. 아침에 가게로 내려가는데, 온통 바닥이 물바다였다. 위에 말한대로 자동 스위치가 오래 전에 고장나 펌프를 수동으로 켜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없는 새벽에 물이 유입되다 보니 물을 빼줄 방법이 없었고, 지하에 20cm 정도 물이 차서 출근하자마자 전 직원이 물을 퍼올린 적이 있다. 그나마 물이 몇 시간 안 나와서 천만다행이지, 만약 퇴근 직후나 주말에 터졌다면 가게 전체가 1m가 넘는 물탱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너무 당연히도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면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분, 어린아이가 있는 집, 유모차가 있는 가족 등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잘 안 올 수 밖에 없다.
나의 경험을 종합해 볼 때 지하층은 낮은 보증금, 월세, 권리금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나, 초보가 식당을 하기에는 정말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음식을 팔거나, 다른데서는 찾기 힘든 메뉴를 제공하는 등 굳이 지하까지 내려와서 먹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미리 고려하시고 지하 가게를 알아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