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M&A 담당자 뽑기(전략적 투자자(SI)에 적합한 M&A 경력자는?)

요즘 많이 보이는 기업들의 전략 중 하나가 M&A 담당자를 뽑는 것이다. 많은 산업들이 성숙기에 들어서다 보니 기존에 사업을 하던 분야에서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졌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inorganic으로 빠르게 진출해 성장을 계속해 보겠다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무지로 인해) 좋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기업의 M&A 관련 구인 공고를 보다보면 전략 컨설팅펌, 회계법인, 투자사(IB, PE, 증권사) 등 투자 관련 자문사(이하 ‘Advisor’)출신 등을 우대한다는 내용이 많이 보인다.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뭔가 있을 것 같아 보인다는 데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나도 대기업에서 해외 유명 IB 출신 상사를 2명이나 두고 일한 적이 있다.

그럼 기업에 알맞는 M&A 담당자는 누구일까? 이건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업에서 오랜 기간 M&A를 경험한 SI(Strategic Investor, 전략적 투자자) 출신의 경력자이다.

그 이유를 보면

  1. 자문사(Advisor) 출신들은 M&A 전체 과정에 대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기업의 M&A는 중장기적인 전략도출부터 potential target searching(M&A 대상 선정), tapping(대상에 M&A 가능성 파악), MOU 등 기본 계약체결, Due Diligence(실사) 및 보고서 작성, Valuation, 내부 보고 및 승인, 본 계약서 체결, PMI(Post Merger Integration), 사후 관리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전략 컨설팅펌은 전략도출이나 대상 선정이 주 업무범위이고, 가끔씩 실사나 계약 체결 단계에 involve 하기도 한다.
    회계법인의 컨설팅 부문은 위의 전략 컨설팅펌과 업무가 같고, Financial Services 부문은 실사(재무, 회계)나 Valuation에 focus 되어 있다.
    IB는 외국의 산업 전문가들은 산업 분석 및 매물 검색까지 하기도 하지만, 국내의 인원들은 거의 대부분 아무런 전문성 없이 영업이 주 업무이고, 주니어들은 valuation, 영어 통역, 그 밖에 의전 등 잡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PE/증권사는 대상 tapping과 협상, 또는 Financing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자문사들은 (자기 계정(돈)으로 직접 인수를 하지 않는 한) 매우 한정적인 부분의 경험만 가지고 있다. 물론 자기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은 워낙 여러 번 하다보니 그 특정 부분에 있어서 경험이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M&A는 종합 예술이다. 한 두 가지 기능에만 뛰어나다고 해서 전체 M&A를 잘 할 수가 없다.

  2.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는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 Advisor들과 M&A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
    재무적 투자자는 단기적인 재무성과(Turn around, 매출증대, 영업이익 극대화)를 내고 비싼 가격에 재매각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반대로 전략적 투자자 중에 피인수회사의 매각을 고려하면서 사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원히 그 회사와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목적이 전혀 다르다보니 FI투자를 해 왔던 사람의 눈으로 SI투자를 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업의 목적과 Advisor의 목적도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피인수 대상 선정 과정을 생각해 보자. 딜 자문사들은 대부분 성공보수를 받기 때문에 인수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피인수 대상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인수가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회사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과 그 기업의 자문사는 실제로는 서로 목적이 다른, 즉 Conflict of interest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3. M&A 과정에서 Advisor들이 도와주는 technical한 영역들은 대부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자면, M&A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Valuation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가장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해 산정한 기업의 현재 가치(예를 들어 DCF) 결과를 그대로 쓰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자기 목적에 맞게 다양한 가정을 변경하고, 이에 의해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정을 변경하는 이유는 보통 의사결정자를 설득하는데 쓰는 논리일 뿐, 인수 후에 보면 그 예상 숫자가 적당히라도 맞는 경우를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IB나 증권사에서 많이 도와주는 Financing(자금조달)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사실 인수 회사를 망하게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데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매우 복잡하고 Technical한 Financing 구조를 만들어야 할 정도면 그 딜은 하지 않는 게 맞다. 많은 M&A 중에 복잡한 자금조달 방법을 만들어서 잘 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고, 오히려 잘 안 되서 본사가 망한 경우는 허다하다. 다시 말해 본사의 분수에 넘치는 회사를 인수했다는 얘기다.
    자금조달 뿐 아니라 계약도 매우 기술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라면(각종 Put, call option을 넣는 등) 이미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적인 계약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피인수 회사나 자금을 도와주는 FI에서 굉장히 까다로운(다시 말해 인수주체인 SI에 불리한) 조건을 걸었다는 얘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수한 회사가 잘된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피인수 회사나 FI는 이미 잘 안 될 것으로 예상하고 downward protection을 요구한 사업에 대해, SI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잘 되게 만들긴 어렵기 때문이다.
  4. M&A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1) 전략도출 (2) 그 전략에 얼마나 부합되는 회사를 사는지 (3) 얼마나 싸게 사는지 (4) PMI를 어떻게 하는지 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자문사는 이런 걸 해 볼 기회조차 없다.
    (1)번의 전략도출과 (2)번의 일부분은 해당 산업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므로 그 산업을 잠깐 들여다보는 Advisor가 자체적으로 제대로된 insight를 제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2)번의 일부와 (3)번은 협상가의 역할인데,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성공보수로 일하는 자문사의 특성상, 자문사에 일임해 놓으면 conflict of interest가 발생하게 된다. SI의 필요에 부합되지 않는 기업이거나 인수 조건이 SI에 불리하더라도 Advisor는 성공보수를 받기 위해 무조건 딜이 성사되는 쪽으로 유도하게 되기 때문에 맡기지 말고 기업에서 대부분 직접 해결해야 한다.
    (4)번은 도와줄 수 있는 외부 자문사 자체도 없고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로세스 이기에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결국 M&A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거의 대부분의 Advisor들이 해 본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없어서 도와줄 수 없거나, conflict of interest가 생겨서 시키면 안 되는 분야이다.

  5. FI 및 자문사 출신들은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보고(Reporting), 사내 정치에 매우 어둡다.
    좋건 싫건 간에 기업에는 여러 단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각기 다른 파트들을 통합해 끌고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내의 정치 구도에 대해서도 민감해야 한다. 하지만 Advisor 출신들을 보면 임원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능력들이 거의 신입사원 수준이다. 그래서 자기 주장만 하던지, 아무 말 안 하고 잠자코 있던지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다. 위에서 다른 임원들을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어야 할 판국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보고서에 오타 찾고, 숫자나 만지는)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6.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M&A를 해 본적이 없다.
    Advisor들은 M&A가 끝나면 본인들의 업무도 종료되고 자문료를 받게 된다. 피인수 기업이 3년 후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고민할 이유도 없고, 고민해본 적도 없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지 딜을 성사시키는 것이고(심지어 그 딜이 인수 기업을 망하게 만들 것 같더라도) 그 이후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지 않는 한 피인수 기업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하고,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나는대로 쓰긴 했지만, 요점은 내가 회사의 고위임원이라면 수년 간의 SI경험이 없는 Advisor 출신은 절대 기업의 M&A 실무자 이상으로는 뽑지 않을텐데, 실무자를 넘어 팀장이나 심지어 임원으로 바로 뽑는 대기업들도 많이 보인다.

그렇게 뽑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뽑는 사람이 SI의 M&A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거나, 반대로 자문사 출신이 기업에서 제대로 된 임원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악용하려한다는 이유 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M&A의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외부 Advisor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 두고 필요한 부분에서만 쓰면 그만이지 한두가지만 해 본 Advisor 출신을 전체를 매니지 해야하는 전략적 투자자의 자리에 두는 것은 바보같은 의사결정임을 넘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외부로부터 데온 전문가 활용법에 대해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