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를 하는 분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면 지난 수십년간 해외여행은 커녕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본 적이 없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왜 저러면서 살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식당을 직접 열고 나니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글에서 얘기했지만(참고 :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주인이 없는 음식점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인이 항상 붙어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안 되면 저녁 마감때라도 나와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가게가 여는 날은 항상 주인이 나와야 하고 주인은 가게 안 여는 날에만 온전히 쉴 수 있습니다.
그럼 음식점을 쉬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음식점이 쉬는 것에 대해 2가지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매출과 비용입니다.
음식점이 문을 닫고 쉬면 매출은 당연히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걸로 끝나느냐? 손님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식당에서 먹겠다고 찾아왔다가 문을 닫았다면, 몇 일 후에 이 식당을 굳이 다시 찾아갈까요? 한번 잃은 매출은 보상할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문을 닫아서 옆에 문을 연 경쟁 식당을 갔는데 그 곳의 음식점이 맛있어서 단골이 되어 버린다면? 그럼 식당에서는 고객 한 명을 평생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하루도 쉴 수가 없습니다. 내가 몇 일 쉴 때 모든 음식점이 다 쉬어준다면 그나마 마음이 좀 가벼우련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또 보통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 때는 (당일만 빼고) 문을 열면 대박이 납니다. 다들 귀찮아서 외식을 하려고 하고, 문을 닫은 식당들이 많기 때문에 문을 연 식당들은 엄청나게 잘 됩니다. 이걸 알면서 문을 닫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문을 닫겠다고 결정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쉬는 동안에도 인건비,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은 계속 나갑니다. 주인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가 아니고, 직원들이 매일 새로 뽑아 쓰는 일당이 아니라면 쉬는 동안에도 급여를 줘야하고, 임대료도 내가 쉰다고 빼 주지 않습니다.
또 장기간 쉬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반찬과 음식 재료를 버려야 합니다. 물론 휴가에 대비해서 반찬을 소진하려고 하지만 완벽하게 딱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냉장고를 열고닫고 안 하니 상태가 더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 있을텐데 갑자기 냉장고에 넣는 음식 재료의 양이 줄어들고 하루에도 수십번 열던 문을 안 열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내려가 음식이 얼거나 해서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제 경험으로 3일 이상 가게 문을 닫으면 냉장고 안 재료를 대부분 버려야 합니다. 이러니 쉬러 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 달을 25일로 치고, 5일을 쉰다고 할 때 매출은 20%나 줄어듭니다. 잘 된다는 음식점이 매출의 20~30% 정도 남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음식점은 5일 정도 쉬면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덜 걱정하고 놀러가실 수 있는 사장님은 혼자 일해서 별도의 인건비 걱정이 없거나 가게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척이 있는 사람 정도가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웬만한 자영업자는 하루도 놀 수가 없습니다. 수십년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는 식당 사장님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지인이 식당을 열더니 돈 독이 올라서 쉬지도 않더라’고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