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 조언] 9 : 식당을 열면 장기휴가나 해외여행은 잊으셔야 될지도 모릅니다.

노포를 하는 분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면 지난 수십년간 해외여행은 커녕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본 적이 없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왜 저러면서 살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식당을 직접 열고 나니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글에서 얘기했지만(참고 :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주인이 없는 음식점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인이 항상 붙어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안 되면 저녁 마감때라도 나와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가게가 여는 날은 항상 주인이 나와야 하고 주인은 가게 안 여는 날에만 온전히 쉴 수 있습니다.

그럼 음식점을 쉬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음식점이 쉬는 것에 대해 2가지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매출과 비용입니다.

음식점이 문을 닫고 쉬면 매출은 당연히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걸로 끝나느냐? 손님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식당에서 먹겠다고 찾아왔다가 문을 닫았다면, 몇 일 후에 이 식당을 굳이 다시 찾아갈까요? 한번 잃은 매출은 보상할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문을 닫아서 옆에 문을 연 경쟁 식당을 갔는데 그 곳의 음식점이 맛있어서 단골이 되어 버린다면? 그럼 식당에서는 고객 한 명을 평생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하루도 쉴 수가 없습니다. 내가 몇 일 쉴 때 모든 음식점이 다 쉬어준다면 그나마 마음이 좀 가벼우련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또 보통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 때는 (당일만 빼고) 문을 열면 대박이 납니다. 다들 귀찮아서 외식을 하려고 하고, 문을 닫은 식당들이 많기 때문에 문을 연 식당들은 엄청나게 잘 됩니다. 이걸 알면서 문을 닫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문을 닫겠다고 결정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쉬는 동안에도 인건비,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은 계속 나갑니다. 주인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가 아니고, 직원들이 매일 새로 뽑아 쓰는 일당이 아니라면 쉬는 동안에도 급여를 줘야하고, 임대료도 내가 쉰다고 빼 주지 않습니다.

또 장기간 쉬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반찬과 음식 재료를 버려야 합니다. 물론 휴가에 대비해서 반찬을 소진하려고 하지만 완벽하게 딱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냉장고를 열고닫고 안 하니 상태가 더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 있을텐데 갑자기 냉장고에 넣는 음식 재료의 양이 줄어들고 하루에도 수십번 열던 문을 안 열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내려가 음식이 얼거나 해서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제 경험으로 3일 이상 가게 문을 닫으면 냉장고 안 재료를 대부분 버려야 합니다. 이러니 쉬러 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 달을 25일로 치고, 5일을 쉰다고 할 때 매출은 20%나 줄어듭니다. 잘 된다는 음식점이 매출의 20~30% 정도 남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음식점은 5일 정도 쉬면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덜 걱정하고 놀러가실 수 있는 사장님은 혼자 일해서 별도의 인건비 걱정이 없거나 가게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척이 있는 사람 정도가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웬만한 자영업자는 하루도 놀 수가 없습니다. 수십년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는 식당 사장님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지인이 식당을 열더니 돈 독이 올라서 쉬지도 않더라’고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용기] 뒤늦은 삼성 갤럭시 노트5 (Galaxy Note 5 SM-N920) 사용기

삼성 갤럭시 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가 안드로이드폰의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국내 휴대폰 중 중고 가성비 최고라는 LG G7+로 갈아 타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그 전에 삼성 폰을 여러 개 썼는데요, 그 중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전화기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 갤럭시 노트5(SM-N920)인데요, 좋은 이유로 기억에 남는 건 아닙니다.

노트 5를 샀던 이유

평소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각종 노트, 수첩, 필기구에 관심이 많은데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아(돌아다니면 손에 들고 있기도 그렇고 바지 주머니에 넣기도 쉽지않고 해서) Pen을 쓰기 위해 노트5를 구매했었습니다.

평가 – 배터리 : 최악의 배터리 타임 (1/10)

갤럭시 노트5의 배터리는 극악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터리가 닳는다는 표현이 아니라 녹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터리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하도 심해서 정식 센터에서 배터리를 새 걸로 교환해 봤는데 별로 나아지지 않는 걸 봐서는 제 기기 문제가 아니라 노트 5 전체의 문제로 보입니다.

배터리가 어느 정도 안 좋냐하면, 화면을 거의 안 켜도 3시간에 30% 정도 닳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충전하지 않고 점심 때까지 가끔씩 가볍게 사용하면 반 정도 남습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외근어 있어 중간중간 화면도 보고 하면서 충전을 못 하면 퇴근 시간 전에 배터리가 나갑니다.

저는 갤럭시 노트5에서 삼성페이도 쓰고, NFC 후불 교통카드 기능도 썼는데 배터리가 닳아서 휴대폰이 꺼지면 아무 것도 못 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항상 정신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노트 필기를 하겠다고 노트를 샀는데, 화면만 켜면 배터리 닳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화면 켜기도 두려워서, 구매한 후 첫 한두달 빼고는 노트 필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삼성페이도 돈을 내기 위해 화면을 켜 놓는 몇 십초 동안 배터리 닳는게 하도 스트레스라처음 몇 달 사용하다가 일반 신용카드로 다시 돌아가 버렸습니다. 휴대폰에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도 배터리가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전에 썼던 갤럭시 S4 미니(굉장히 작은 소형 폰)은 크기가 작은 탓에 배터리 타임이 짧긴 하지만 그나마 배터리 교체형이라 몇 개 들고 다니면서 바꾸면 됐는데, 갤럭시 노트 5는 일체형 배터리라 충전을 해야 합니다. 정말 밖에만 나가면 배터리 스트레스가 엄청 났고, 어디 앉기만 하면 충전기 꼽을 콘센트 찾고, 움직일 때는 충전배터리 꺼내서 연결해 놓고 다녔습니다. 정신병 까지는 아니더라도 배터리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할까요? 지금 LG G7+ 쓰면서 배터리 걱정을 해 본적이 없어 정말 천국에 온 것 같은데, 갑자기 ‘아, 노트5 쓰면서 정말 배터리 지옥이었지’라는 생각이 문득 나길래 이 때 늦은 사용기를 작성하고 있는 겁니다.

평가 – 크기, 무게 : 내겐 너무 큰 당신(form factor) (2/10)

저는 휴대폰을 주로 전화기 앞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삐삐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항상 통신기기의 자리는 바지 앞주머니였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가지고 있던 습관을 무참히 깨 버린 게 삼성 갤럭시 노트5였습니다. 크기 때문에 바지 앞주머니에 넣으면 앉을 수가 없습니다. 넣어놓고 걸어다니면 무게 때문에 바지도 축 쳐집니다. 재킷에 넣어도 벽돌을 넣은 마냥 축 쳐져서 모양이 안 납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바지 주머니나 재킷에 넣지 못하고 손에 들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노트5를 들고 다니는 동안에는 겨울에 장갑이 필수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노트5를 안 쓰고 나서는 다시 장갑을 거의 안 끼네요. 다시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핸드폰 쓰니까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노트5 사는 이유가 화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에게는 큰 화면 하나 때문에 잃는 게 너무너무 많았고 다시는 이런 큰 사이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평가 – 화면 : 색감 과장이 너무 심한 AMOLED 화면 (3/10)

요즘 삼성에서 QLED TV라는 자사 티비 광고를 엄청나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 LCD 티비에 QLED라는 이름을 붙여서 OLED인 것 처럼 현혹하다가 발각되니 OLED 티비는 안 좋다는 광고를 하고 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이 삼성 휴대폰의 AMOLED를 그렇게 쓰레기 같다고 ‘아몰레기’라 부르고, 어마어마한 번인(잔상)이 생겨서 교환이나 환불해 달라고 할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던 삼성이 번인 가지고 다른 회사를 까다니요. 이건 상도를 넘어서 소비자 기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예전에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S2 LTE를 아직도 갖고 있는데, 번인(burn-in)이 점 한두개 수준이 아니라 예전 모노크롬 모니터(초록색 흑백 모니터) 기억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면 전체에 글자도 새겨져 있고, 굵은 줄도 엄청나게 그어져있고 화면 1/3 정도는 색깔 자체가 어두운 등 일반적인 사용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번인인지 모르는 분이 봤다면 스크린이 고장나서 볼 수가 없으니 당장 고치라고 할겁니다. 잊고 있던 삼성 AMOLED의 빡침을 삼성 QLED TV 광고가 친절하게 되살아나게 해 주셔서 써 봤습니다.

하여튼 화면 얘기를 하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갤럭시 노트 5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아 이걸 1초라도 늘리려고 하다보니, 사용이 끝나면 화면을 꺼 버리는 게 버릇이 되서 그런지 번인 현상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AMOLED의 과장된 색상은 정말 영화고 게임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줘 보는 맛을 다 버려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 말한 갤럭시 S2 LTE를 만들고 나서 몇 년 후에 나온 휴대폰의 색감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삼성 AMOLED 기술의 한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삼성이 OLED 관련 기술이 모자라서 여태 OLED TV를 못 만들고 LCD TV를 만들고 있는 건가요?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하여튼 시각이 굉장히 둔감하셔서 LCD와 AMOLED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분은 계실 수 있겠지만, 저는 쓰는 내내 색감 때문에 거북했고, 보다가 아이폰 화면 같이 현실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디스플레이를 보면 맑은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눈이 너무 편한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이 밖에 카메라도 별로이고 다른 단점들도 있으나 옛날 폰이니 넘어가도록 하죠.

하여튼 오래 된 기종이다보니 사는 걸 고려할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삼성 갤럭시 노트5는 저에게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비롯해 여러가지로 인해 최악의 휴대폰으로 남았고, 집에서 전원 연결해 놓고 쓰실 게 아니라면 모든 분께 적극 비추합니다.

[취업조언] 5 : 최적의 이직시기는 몇 월일까요?

몇 월에 이직을 하는 것이 가장 이득일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반대로 이직하면 손해가 생기는 달도 있을까요? 저는 이직할 때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해 옮기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하면 손해가 많은 것 같아 이직을 언제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회사마다 인사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봤을 때 이직자에게 가장 유리한 이직 시기는 4~8월인 것 같습니다.

이직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성과, (정기)상여, 휴가, 승진 등이 있을텐데요, 어떤 고려를 해 봐야 할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전 회사의 성과급 지급 : 일반적으로 연초(1~3월)에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 따라서 12월 말까지 근무를 했으면 그 후에 퇴직을 하더라도 성과급이 지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지급하는 시기에 이전 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어야 성과급 지급 대상자가 될 것입니다. 성과급이 새로 옮길 회사와 연봉 네고를 할 때 큰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정도의 성과급이 예상된다면(특히 전년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되면) 성과급을 받고 나오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새로운 회사의 성과급 대상에 포함 : 새로 가는 회사에서 성과급 지급 대상이 되려면 성과평가 대상자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건 정말 회사마다 규정이 많이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상반기(1~6월)에 입사한 사람은 거의 모든 회사에서 성과평가 대상자에 포함되지만, 그 이후에는 상당수의 회사에서 9월 전에 입사를 하면 평가대상자가 되어 성과급을 전부 또는 일부(근무일수 일할 계산)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9월 이후에 입사하면 그 해에는 목표 설정도 안 하는 대신 성과급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각 회사의 기준은 HR에 물어보시는 것 말고는 딱히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이네요.

성과급 내용 정리 : 위 성과급 관련 내용을 정리하면, 다니던 회사에서는 3월 이후 성과급을 받은 후에 나오는 게 좋고, 새로 갈 회사에는 9월 전(회사에 따라 8월이나 7월일 수도 있음)에 이직을 하는 게 좋다입니다.

정기상여 : 많은 회사들이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본인의 연봉을 나눠서 격월 상여 지급+설/추석 상여 지급을 하는 꼼수를 부렸었고, 최근에는 격월 상여는 대부분 사라진 것 같으나, 설/추석 상여를 회사 돈으로 주지 않고 직원의 연봉 일부를 그 때 주면서 “정기상여”라는 명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불법의 요소가 있어 요즘에는 근무 일수를 따져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긴 하나, 아직도 설이나 추석 당일까지 근무하지 않으면 본인의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정기상여를 못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으니 인사규정을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2월에 설 상여를 받고 4월 이후 이직하면 큰 손해는 없을 것 같습니다.

휴가 : 이 역시 회사마다 규정은 다르나 최근에는 미소진한 휴가에 대해 금전으로 보상하는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연말에는 강제로라도 휴가를 쓰게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휴가가 가능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연말에 평소 가기 어려웠던 곳에 가 볼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당을 잘 주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수당으로 받고 싶으시다면 역시 연초에 수당을 받고 나서 옮기는 게 좋습니다.

승진 : 승진을 하자마자 바로 이직을 하는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추천하고 싶진 않으나(나의 승진을 위해 누군가 평가를 C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또 승진을 위해 노력해 준 팀장, 임원 등에게 미안하기 때문에) 사실 승진 후 바로 이직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가장 유리하긴 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승진대상자라면 3월 승진 후에 옮겨야 하겠죠.

위에 제가 한 얘기들을 종합하면 기존 회사는 설 상여 및 성과급 받고, 승진한 3월 이후에 나오는 것이 좋고, 새 회사에는 성과급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시점 이전에 입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4~7, 8월 정도가 가장 유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시기에 입사를 하려면 통상 입사에 2달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1~5월에는 입사서류가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내가 원하는 포지션이 나와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직 생각이 있다면 그 훨씬 더 전부터 지원공고도 열심히 들여다 보고, 헤드헌터와도 연락하시길 바랍니다.

오너경영인은 악(惡)이고 전문경영인이 답(答)일까?

사회 통념상 오너경영인은 개인의 욕심만 챙기는 사회악이고 문제가 많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하면 안 되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해야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특히 우리나라 오너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긴 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얼마 전까지는 오너경영인은 사라져야 할 한국의 잘못된 관습이고, 서양의 앞선 제도를 받아들여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던 사람이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회사 경험을 해 보니 이러한 생각이 꼭 맞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 글에서 전문경영인은 꼭 CEO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쭉 커오지 않고 외부에서 데려온 처음부터 고위 임원으로 데려온 사람을 뜻한다) 그럼 전문경영인 제도에 대한 나의 경험을 나눠보겠다.

나는 회사 내에서 전략 및 M&A 업무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오너 및 경영진과 가까이 일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정말 많이 본 모습은, 전문경영인들이 회사의 자체의 성장이나 영속성(going concern)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너는 자신의 회사(지분율이 3%이던 100%던 간에)를 자기 세대는 물론 자식과 그 자식들에게 물려 주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우리가 보통 오너경영인에 대해 욕하는 부분이 이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회사가 망할만한 큰 의사결정은 가급적 피하고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는 성향을 많이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전문경영인은 보통 3년 내외의 임기를 갖기 때문에(이는 상법에서 주식회사 이사의 임기가 3년 이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임을 하더라도 일단 한번에 3년씩 임기를 정할 수 있는데에 기인하는 것도 있고, 보통 임원급의 계약시 2년 또는 3년 정도로 하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최대한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려고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자면,

  1. 성과급(KPI) : 임기가 3년이고 3년 후에 재계약을 안 한다고 할 때 이 사람을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는 첫 해나 둘째 해에 성과를 내야 한다.(3년 차에는 성과를 내도 재계약이 안 될 경우 성과급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고,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짤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
  2. 재계약 : 위에 얘기했다시피 보통 2~3년의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수 밖에 없다. 들어오자마자 성과를 보여줘야 오너의 기억에도 남을 것이다.
  3. 경력 관리: 재계약이 실패하는 경우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텐데 뭔가 보여줄만한 성과가 있는 편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로 인해 이른바 대리인 비용(agent cost)이 발생하는 것인데, 성과급을 포함한 기업 내부, 외부 제도들이 모두 전문경영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를 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전문경영인들의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의사결정이 꼭 전문경영인들이 아주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사결정들이 회사를 망가트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 다른 전문경영인의 문제의 원인은, 그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 회사의 경쟁력, 그 회사의 문화 등을 이해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데려온 임원급들은 1년 정도 회사를 이해할 유예기간 없이 그 회사에 대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일 때부터 회사의 존망과 관련된 의사결정들을 해야 한다. 회사 내 (그 회사에 오래 다닌)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그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독단적이거나 회사 내 다른 경쟁자들을 없애서 오랫동안 회사에서 왕노릇을 하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하지만 위에 말한대로 들어오자마자 회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회사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에, 회사에서 여러 해 커온 사람들은, 특히 그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오래다니는 데에 높은 목표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단기적인 결정은 지양하는 성향이 강하다.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별 일 하지 않고 편하게 회사 다니는 게 목적인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짧은 시간 내에 회사가 망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너 경영방식에도 분명 문제가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너는 큰 그림, 즉 장기전략을 고민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회사 내부를 잘 알고(5년 이상 그 회사에서 근무한 사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의 실행할 사람들로 채운 후(이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이 있는 사람),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특정 분야에서만 전문가들을 적시적소에 단기적으로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의 자세한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전문경영인이나 외부에서 데려온 전문가는 이렇게 쓰세요.(전문경영인 사용법))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취업조언] 4 : 취업, 이직, 장래에 대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보통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조금만 비싼 물건을 사더라도 우리는 인터넷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찾아보고 주위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볼텐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인 취업같은 나의 장래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별로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고민하는 고등학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누구에게 의견을 물어보나요? 보통 같은 학년 친구들, 가족들, 조금 더 많이 알아보는 분들은 몇 년 선배를 만나는 정도가 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저의 여러 글(직업선택에 대한 조언1)에서도 멘토나 인생 선배 물어보란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기서 멘토나 인생 선배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살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을 뜻합니다. 장기적인 인생목표를 채울 때도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지만 취업에 대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정보를 물어보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제가 규모가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힘들게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험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습니다.(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길을 멀리 돌아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제가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주위에서 조언을 많이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가족/친지 중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해 보신 분이 안 계셔서 일반적인 회사나 사회경험에 대한 조언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또 제 교육 여건 상 조언을 해 줄 선후배도 거의 없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조언의 필요성을 몰랐기 때문에 굳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조언을 구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나 혼자 잘 나면 모든 게 잘 될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가득해서 규모가 작은 회사에 가면 금방 사장이 될거라도 생각하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여러군데 조언을 구하고 다녔다면 이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겠죠.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제 생각대로 한 결과는 대부분 기대 이하였습니다. 제 경험이 워낙 없다보니 가지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이성적인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게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마지막 이직을 할 때는 (제 경험이 많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군데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에게 국한된 답으로 질문자의 니즈와 처해진 환경에 따라 그 결론은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 내리는 결론에 비해서는 더 좋은 결과를, 적어도 실패 가능성이 적은 결론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물어봤자 얻을 수 있는 insight가 거의 없습니다. 나와 아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 떄문이죠. 제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요청을 안 할 뿐이죠.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면 뭔가 거창한 댓가를 줘야 하지 않나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커피 한잔, 점심 식사 한끼면 충분합니다. 

본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생의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멘토로 삼으면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분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취업조언] 3 : 취업이 안 되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 중이신가요? 석사나 MBA가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취준생인데 취업이 안 되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신가요? 대학원을 나오면 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좀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이런 생각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저는 대학(경영학과)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서 MBA를 하고 나서 취업을 했습니다.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원을 바로 간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 하나는 MBA를 나오면 취업이나 진급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제 첫 직장은 타이틀이 중요한 연구/컨설팅이었기 때문에 이 대학원 경력이 거의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를 나오고 나서는 주로 M&A와 관련된 업무를 했는데, 이런 사무직에서는 가방 끈보다는 경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취업조언1(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에서 얘기했듯이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어떤 업무를 했는지(M&A의 경우에는 어떤 딜이 성사됐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재무/회계/전략/M&A 같은 쪽에서는 회계사같은 자격증까지 있으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됩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취업 전에 대학원을 다니는 게 취업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게 아니냐, 해가 될건 없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거나 박사 타이틀이 있는게 좋은 공대 쪽은 제외하고, 일반 사무직 쪽에서 일하려는 인문대 출신들에 국한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95%의 경우는 아니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서류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서류심사를 할 때 많이 나오는 얘기가 오버스펙(over-spec, 맞는 말로는 over-qualification)입니다. 중간관리자(과장, 차장) 이상을 뽑을 때는 대학원 출신이라도 크게 마이너스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뽑을 때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새로 뽑는 사람과 같이 일할 사람들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막내라고 새로 뽑았는데 대학원을 나오다보니 2년차인 현재 막내와 나이가 똑같다면? 심지어 나이가 더 많다면? 나이가 더 많지 않더라도 잡일을 시키면 석사 출신이라고 싫어하지 않을까? 조직장(특히 팀장)은 조직 융화에 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팀 대부분이 석사 이상이 아닌 이상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뽑을 때 대학원 출신이라면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류를 통과하면 면접입니다. 이력서를 많이 써 보셨겠지만, 보통 학력은 이력서 첫장,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대한 질문이 제일 처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접 시 중간에 일한 경력없이 바로 대학원을 나온 사람을 보면 제일 처음 ‘왜?’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뭔가 꼭 대학원을 다녔어야 하는게 아닐것 같은데 왜 취업을 안 하고 대학원에 간걸까? 공부에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대학원을 왜 간걸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궁금증을 질문했을 때 속 시원하게 답해 준 사람을 아직 못 봤습니다. 뭔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럴 듯하게 설명해 주면 좋을텐데 취업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간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정말 취업을 못해서 갔더라도 제 취업조언 2(면접 잘 보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좋은 대답을 준비해서 들려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면접에서 대학원을 간 이유를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제가 대학원을 회사 다니다가 가라고 추천하는 더 큰 이유는 이 대학원 경력이 나의 이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많은 대기업들이 취업 전에 다닌 대학원에 대해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2년을 그대로 쳐 주는 곳은 못 봤고 정말 잘해야 1년이었습니다. 따라서 경력상 2년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을 간 경우는 다릅니다. 어차피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적을 둔 상태에서 대학원을 다닌 것이니 회사 경력 2년으로 쳐 주건, 대학원을 간 것으로 쳐 주건 2년이 경력으로 그대로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왜 대학원에 갔는지 물어볼 때 답변하기도 좋습니다. 사실과 다르더라도 ‘핵심인재라 회사에서 보내줬다‘라고 말하면 이전 회사에 전화해서 핵심인재인지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보더라도 답을 해 주지 않을테니 확인할 방법이 없고 대답한 사람의 답변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퇴사를 하고 간 경우에도 ‘회사 다니다보니 이런저런 지식이 부족함을 느껴서 더 배우려고 대학원에 갔다’라고 하면 면접관이 딱히 나쁘게 볼 이유가 없습니다. 외국 MBA라면 업무상 영어의 필요성이 높아서 영어도 배울 겸 갔다고 하면 플러스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취업 전에 일반대학원(문과)에 가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회사에 다니다가 회사에서 보내준다고 하면 최상이고(물론 그 댓가로 회사를 몇년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이슈는 있습니다만), 자기 돈으로 가더라도 회사를 다니다가 가시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취업조언] 2 : 면접 잘 보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관문이 뭘까요? 특히 경력자들은 본인의 경력이 구인공고와 비슷하다면,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가면 정말 어려운 것이 또한 면접입니다. 이력서야 시간을 두고 수정하면 되지만 면접에서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죠

앞선 글에서 제가 이직을 여러 번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다녔던 첫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었고 점점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참고 : 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

저 뿐 아니라 다녔던 회사의 규모/이름이나 졸업한 학교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 뽑을 때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이런 스펙을 볼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 이직을 할 때는 제가 나이가 있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서류에서 떨어진 건 제외하고, 면접도 몇 번 봤지만 잘 안 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 이직 기회라 생각했기에 꼭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왜 내가 면접에서 떨어졌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난 면접들을 되돌아 보니 대부분의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지만, 그 때마다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력서를 본 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들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같은 글을 읽으면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1. 이력서를 고쳐서 사람들이 궁금해(질문할) 할 포인트를 없애거나
  2. 사람들이 반복해서 하는 질문에 대해 아주 좋은 대답을 준비하거나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력직인만큼 질문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도 없고 적당히 질문이 있어야 내 경험도 얘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2번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면접 시 너무나도 뻔해서 안 해줬으면 싶은데 이런 바램에 무색하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해 주세요.” 또는 면접 중간에 “영어로 자기 소개 해 보세요.”라는 요청입니다. 면접 전에 나의 이력에 대해 머릿 속으로 잠깐 생각해 보고 가면 그 정도 대답도 못 할까 싶지만, 막상 해 보면 할때마다 내 대답이 다르고, 하고나서는 항상 후회하는 그런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을 찾기 위해, 카페에 앉아 수첩에 내 소개를 할 때 쓰는 단어들을 쭉 적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이미 이력서에 적혀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서 내가 다른 후보들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자기 소개 시간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게 아니라 온전히 나를 PR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뻔한 소갯말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을 알려 나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주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나의 소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보다 어떤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중점을 맞췄습니다.

또 많이 받는 질문으로 과거 경험(경력자의 경우 보통 회사직무 관련해서) 중 가장 잘했던 일/가장 기억에 남는 일/가장 힘들었던 일을 얘기해 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먼저 그 업무와 관련된 fact를 먼저 적은 후에 fact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이 업무로 어떤 걸 배워서 내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더 나은지에 중점을 두고 내용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경험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유리한 내용은 어떻게 더 나를 돋보이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신경 쓴 것이 ‘나한테 불리한 내용을 어떻게 나를 돋보이게 하는데 쓸 수 있을까?‘ 였습니다. 불리한 것을 잘 덮고 넘어가는 정도로는 나를 고용해야 할 이유를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의/내 경험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장점도 있지만 더 좋은 점은, 내 단점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올만한 질문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자의 궁금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나서 면접을 본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면접을 보고 나오는 순간 합격을 직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평생 본 면접 중에 가장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스스로가 나의 답변 내용에 대해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고, 면접관들도(그 중 한분은 회사의 사장이셨습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뭔가 궁금증이 안 풀려서 계속 질문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 사람을 꼭 뽑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에 이력서를 주고 질문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때 그 질문만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그 질문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소를 해 준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