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식당이라 생각하면 맛이 생각나고, 본인이 식당을 하게 된다고 하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서 어떤 맛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할 것이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한다는 게 맛으로 시작해서 맛으로 끝나는 것은 아님을 직접 운영해 본 분들을 동감할 것이다.
간판부터 인테리어, 테이블, 그릇, 수저, 주방, 음식재료 수급, 주방구성, 인력운영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나처럼 요식업을 처음 해 본 초보 사장이라면 이런 것을 알리가 없다. 나도 막상 가게 자리를 계약하기 전까지는 어떤 음식을 할까 말고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월세 계약을 하고 나서 월세를 안 내고 인테리어를 할 약간의 여유기간을 받긴 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지라 막막하기만 했다.
아무 것도 모르니 인터넷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지라 네이버를 열심히 검색했다.
인테리어는 네이버 등에 검색을 해 견적을 요청하고 (그러면 관심있는 업체에서는 와서 상담도 하고 사진도 찍어서 간단한 조감도와 함께 견적을 준다)
간판은 인터넷에서 업체를 찾아 인터넷으로 시안을 고쳐가며 만들었다.
식기를 고르기 위해 황학동도 여러 번 갔다.
주방은 내가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 직원을 인터뷰 하면서 의견을 물었고
재료는 인터넷 검색에 잘 안 나와서 아침에 다른 가게에 배달오는 트럭 사진을 찍어서 전화해 보기도 하고
주류업체는 다른 식당 사장님께 물어봐 연락처를 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위의 내용들을 포함해 정말 많은 것들을 한달 정도의 준비 기간 내에 모두 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다면 정말 힘든 일이다. 식당을 하기로 하면서 맛있다는 식당에 음식맛은 벤치마킹 하러 다녔지만 오히려 음식 맛보다 다른 것들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음식맛은 매일매일 내가 조금씩 바꾸면서 수정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것들(간판, 인테리어, 집기, 주방구성 등)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는 변경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돈을 들일 생각을 했더라도 공사를 위해 영업을 잠시 쉬어야 할 수도 있고, 가스 용량 등은 아예 변경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 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천재도 아니고 처음 해 보는 일을 잘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게 벤치마크이다.
뭔가 마음이 드는 식당을 봤다면 사진을 찍어라.
눈에 잘 띄는 간판이 보인다면 찍어라
식당 인테리어가 괜찮았으면 찍어라
그릇이 마음에 들었으면 찍어라
요즘은 오픈주방도 많은데 뭔가 장점이 있어 보인다면 일단 찍어라
티비에서 유명한 식당의 주방을 공개한다면 찍어라
식당을 열 곳의 주변 식당에 배달오는 트럭에 붙은 전화번호도 찍어라
메뉴판이 눈에 잘 들어온다면 찍어라
직원들의 유니폼도 찍어라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고 하면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뭔가 기준이 될만한 사진이 있다면 생각하기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도 좋다.
여기저기에 좋은 것만 차용하는 게 힘들다면 일단 100% 베끼고 나서 본인에게 필요없는 부분을 빼거나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려면 자료가 남아 있어야 된다. 노트까지 상세히 적어둔다면 훨씬 좋겠지만, 귀찮다면 사진만이라도 찍어라.
식당을 한다면 두고두고 나에게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