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에서 돈의 중요성

지난 글에서 M&A에서 오너 의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이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돈이다.

보통 M&A 담당자/실무자를 뽑는 회사들은 지금 당장 실행하려는 딜(deal)도 있지만, 그 후에도 많은 인수(acquisition)를 해야 하니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구인을 하게 된다.  면접을 가도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딜이 많아서~~’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막상 딜을 실행하다보면 예상과 매우 달라지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1000억의 여유 자금이 있고, 이걸로 200억짜리 회사를 5개 인수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면 -> 6개월에 회사 한 개씩 인수하면 5개를 인수하는데 2년 6개월이 걸리고, 그 동안 모회사와 인수한 회사들이 돈을 벌테니 그 돈으로 추가 인수를 하면 되겠다 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가정의 거의 대부분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흘러간다.

  • 200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던 회사가 사업이 잘 되서/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져서/오너가 낮은 가격에는 팔 생각이 없다고 해서 등등의 이유로 400억짜리가 된다. 
  • 생각지도 않은 비싼 매물(매각 예정 회사)이 500억의 가격에 나온다.
  • 200억짜리 회사를 인수했더니 오너가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M&A 총 책임자나 전문경영인은 오너에게 나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갑자기 800억짜리 회사 인수를 계획한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처음에 준비했던 1000억원은 물론, 추가 대출받은 500억원까지 M&A로 1년 반만에 써 버리고, 돈이 말라버린 회사 내에서는 M&A 금지령과 함께 비용 절감안 등을 시행하게 된다.  내가 다녔던 여러 회사에서 실제로 자주 일어났던 일들이다.  

또한 이제 할 일이 없어진 M&A 총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M&A와 연관된 PMI(Post Merger Integration) 업무를 받게 되면 양반이고, 갑자기 전략기획, 정보분석, 사업전략, 심지어는 회사 내 구조조정의 업무를 맡게 된다.  

경험상 M&A를 열심히 하는 기업들은 2~3년 내에 이런 시점이 왔다.  나같은 경우는 이런 상황이 되면 M&A 업무를 찾아서 다른 회사로 이직한 경우가 많았는데, 잦은 이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오히려 너무 M&A에 적극적인 회사를 찾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또는 매우 자금 여력이 높은 회사를 찾던가.  

M&A에서 오너(owner) 의지의 중요성

여러 기업에서 M&A를 하다보면 진행이 일사천리로 잘 되는 곳이 있고, 검토만 엄청나게 하고 실제 인수는 불가능에 가까운 곳도 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후자인데,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원인은 (1)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오너(주인)가 있는지와 (2) 이 오너가 얼마나 M&A(인수)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이다.

현 회사에는 오너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오너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분명한데, 오너의 존재나 오너의 의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니, 그 밑에 있는 누구 하나 명확하게 인수대상에 대한 가이드도 주지 않고, 진행을 해서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 가기 전까지는 이 인수 건이 승인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월급사장) 인수 검토 초기 단계에는 어떤 회사든 괜찮으니 일단 검토해서 가져와 보라고 해서 엄청나게 많은 업체를 검토하게 만들고, 왠만한 협상까지 다 끝내서 의사 결정을 받으러 가면 그때서야 ‘이 산업에 우리가 뛰어 드는게 맞나?’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들도 이걸 승인했을 때 오너에게 칭찬을 받을지 욕을 먹을지 잘 모르니 의사결정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검토만 해보라고 하고 의사결정은 미루는 것이다.

전에 다녔던 한 회사에서는 위와는 반대로, 월급사장이 M&A를 통해 공을 세워 보겠다고 나를 포함한 M&A 인력을 뽑아서 대규모 인수도 아니고 소액의 투자 건을 2개 정도 진행했더니, 오너가 ‘투자나 인수는 그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더 이상 M&A 관련 할 일이 없어진 내게는 다른 업무가 주어졌으나(그 때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회사 구조조정이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수백명의 직원들을 내보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 일이 너무 힘들어서(멀쩡히 회사에 잘 다니던 사람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만뒀었다. (그래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나 해서 식당을 시작했었다. 식당에 관한 얘기들은 다른 글 참조)

또 다른 회사에서는 나는 그룹의 자회사에 다녔고, 그 자회사의 사장은 M&A 의자가 커서 검토는 정말 많이 했으나, 사실상의 의사결정자는 모회사의 오너여서, 최종 결정은 항상 그 곳에 가서 받아야 했는데, 오너는 여러 자회사 간의 형평성, 사정 등을 고려해 인수 여부 뿐만 아니라 인수 주체까지 결정했기 때문에(내가 다니던 자회사가 아니라 다른 자회사에서 인수하라는 등의 결정) 실제적인 인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렇듯 회사에서 M&A의 시작과 끝은 오너의 의지라고 할 수 있어서, 나처럼 기업 내에서 (인하우스) M&A를 주업으로 삼는 사람은 매물 검토 단계에서 오너가 관여하는지와 오너가 인수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수 년째 검토만 하고 인수는 하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