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는 70년대생에 대한 뉴스들이 나와 동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70년대생을 스킵하라? “회사에서도 정치판에서도 소외받는다는 그들’
’70년대생의 슬픈 찬가… 온갖 고생 다 했는데 벌써 떠밀리나’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도기에 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97~98년 IMF가 한창일 때 졸업해서 직장을 못 찾거나, 학교다니면서 과외/알바 자리 찾기도 어려웠고, IMF가 끝나가던 2000년 무렵에는 다시 닷컴버블 붕괴로 직장난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70년대 생들은 컴퓨터/반도체 같은 걸 만들어 내는 시대에는 너무 어렸고, 디지털 native가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에 바쁜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50~60년대생들은 직장에 취업해서 집만 사 놓으면 자동으로 가격이 올라 부자가 되었지만, 70년대생들이 집값을 모을 시점에는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 전세 밖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위에 링크한 신문기사들은 이와는 또 다른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들인데, 임원을 달때가 된 70년대 생들이 능력이 좋은 MZ 세대에 밀리면서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헌데 저는 기사 내용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MZ 세대가 능력이 좋아서 그 자리를 꿰 찼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 다녀보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전통적인 회사들은 나이 많은 40~50대 부장들은 넘쳐나고 신입은 찾아보기 힘든 역삼각형 구조가 된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 고용법상 특별한 사유 없이 퇴직을 시킬 수는 없으니 본인이 원하면 60살 가까이 회사에 다닐 수 있습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된 분을 내보내려고 하면 임원으로 승진시켜 주고 2년 후 재계약하지 않는 대신 추가 2~3년 정도 고문이란 명목으로 급여를 주거나 관계사에 임원으로 소개를 시켜주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제는 승진시켜줘야 할 대상자는 너무나 많은데 승진시켜 줄 임원 자리는 없고, 관계사 임원자리는 이미 60년대생으로 꽉 차 있습니다.
이럴 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쉬운 카드가 ‘젊은 임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이미 정치권에서 많이 보아오던 ‘기수가 늦은 사람을 책임자로 임명해 오래된 기수가 알아서 나가게끔 유도하는 방식’을 기업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검찰, 경찰, 공무원 등 기수가 확실한 사회에서 많이 써 먹는 방식이죠.
회사에서 80년대생들을 임원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이제 70년대생은 임원을 달 기회가 거의 없을 거라는 선언과 같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자리의 임원 자리를 노리고 있던 40~50대들은 알아서 나가거나, 남으면 은퇴할 때까지 10여년동안 파워포인트 만들고 엑셀 하면서 실무하라는 애기입니다.
또, 젊은 임원을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업을 물려받은 3~4세 오너가 일을 편하게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70년생인 현대차그룹의 정의선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지도 오래됐고, 78년생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까지 70년대생이 넘쳐납니다. 아무리 그룹 회장이라도 이들도 사람인지라 자기보다 나이많은 사람보다는 어린 사람을 시키는 게 편합니다. 보통 대기업이라면 이제 70년대 초반이 임원을 달 시기인데, 그러면 본인보다 많거나 비슷하니, 80년대생으로 넘겨 버린겁니다.
아버지때부터 있던 오래된 임원들을 내보내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전에는 60 넘어서까지 하던 임원을 갑자기 55 됐다고 내보낼 순 없으니 젊은 임원들을 만들어서 알아서 나가게끔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럼, 젊은 임원은 본인이 능력이 있어서 임원이 된 것이니 인정해 줘야 된다구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40대 중반만 넘으면 새로 팀장을 시키지도 말고, 팀장인 사람은 면팀장(팀원으로 강등) 시키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얘기가 몇 년전부터 있었습니다.(위에서 말한 70년대생이 그룹 총수가 된 때와도 일치합니다) 또, 새로 팀장이나 임원 시킬 사람은 80년대생, 그리고 여자 위주로 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편가르기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능력이 좋다고 인정 받지도 못하는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젊은 여성 직원들이 뜬금없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일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반대로 70년대 생 남자들은 심각하게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사에서 20여년동안 고생하면서 임원 승진해서 급여 좀 높이나 했더니, 영원히 직원으로 남으라고 합니다. 심지어 직급체계도 점점 없애서 신입이나 부장이나 똑같이 대우를 해 주겠다고 합니다. (참고: [취업조언] 7 : 직급체계 단순화(직급통폐합)가 직장인에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
하지만, 회사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MZ 세대의 능력을 반영했느니 여성친화적이니 하면서 언론에 노출하고 있어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회사가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뽑지도 않는 신입사원 급여는 (5천만원 전후로) 높게 공표해서 취준생을 포함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주면서, 20년 가까이 대기업에 다닌 70년대생이 6천만원대의 급여(계약연봉)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회사입니다.
이런 불공평이 70년대생에서만 끝난다고 해도 문제지만, 과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한번 씩 고민들 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