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은 비추합니다. 가더라도 큰 기대는 버리세요.(최소한 겨울에는요)

12월 말에 1주일동안 파리를 여행하고 온 후기입니다.(참고로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1년에 1번 이상 해외 여행을 가고, 지난 1년 동안은 이탈리아, 일본, 태국을 타녀온 가족임. 일정을 매우 빡세게 잡아 쉬지 않고 구석구석 다 돌아보는 스타일이고, 외국에서는 대부분 현지 음식을 먹으려고(외국에서 라면을 제외하면 한식을 먹은 적이 전혀 없음)  하고 대부분의 현지 음식을 매우 맛있어하고 잘 먹는 스타일이니 보시는데 참고하기 바람).
 
  • 12월말 날씨: 낮에도 구름이 많이 껴서 매우 우중충하고, 비도 자주 온다.
    • 7일중 전반적으로 맑은 날은 하루 정도밖에 없었고, 구름이 많이 껴서 매우 어두운 날씨가 일반적.  시시때때로(일기 예보에도 없는) 가랑비가 내림
    • 그런데 이 정도는 날씨가 좋은 편이라고 함. 비가 보통 더 자주 온다고
  • 12월말 기온: 생각보다 춥다
    • 숫자 상으로는 6~11도로 기온 변화가 크지 않아 보이는데 저녁에 해가 지면 목도리, 장갑을 해도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 경우가 많았음
    • 시시때때로 바람이 많이 붐. 특히 밤이나 강 근처는 바람이 심해 체감온도가 상당히 낮음
    • 최소 목도리, 털모자 정도는 챙기시고 속에도 매우 따뜻하게 입으시길 권함(한낮에는 얇은 코트로도 충분할 때가 많은데 밤에는 코트만으로 멋내다간 얼어죽기 십상임.)
    •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방수가 되는 재질의 아우터를 입는 것도 추천할만 함
  • 12월에는 밤이 길다
    • 8시 30분까지도 깜깜해서 아침인지 구분이 안 가고, 다시 5시면 다시 깜깜해짐
    • 어두울 때 여러 명이 같이 다니면 그나마 괜찮지만, 혼자서는 이른 저녁에도 사람이 적은 곳에 가면 무서움.
  • 음식: 가장 예상 밖이었는데 완전 기대 이하의 맛. 한국 음식점의 평균 수준도 안 되는 맛으로, 프랑스는 미식 천국이라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부숴버림
    • 일정 상 예약을 해야 하거나 코스로 몇 시간씩 먹어야 하거나 대기가 긴 곳은 가지 못했으나 그래도 구글 리뷰 4.5점 전후의 점수가 높은 식당만 골라서 갔음
    • 식당 : 평가가 좋은 프랑스, 베트남, 태국 음식점 등에 갔으나(보통 방문한 나라의 토종 음식이 아니면 거의 안 먹는데, 여유롭게 프랑스 코스 요리를 먹을 시간이 없기 했고, 가족들이 매일 먹는 빵이 지겨워서(일단 아침에는 빵집을 찾아가 바게트와 커피로 시작했고, 이동 중에 샌드위치나 빵 종류를 자주 먹음) 국물을 먹고 싶다는 의견도 냈으며, 파리 내의 베트남/태국 음식 평이 좋아 동선에 있는 식당들을 갔음) 한국은 물론 다른 여러 나라의 평범한 식당 수준도 못 되는 음식 맛으로 매우 실망스러웠음. 리뷰를 쓴 사람들이 그 동안 뭘 먹으면서 살았길래 한국보다 더 맛있네,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네 이런 후기를 쓸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됨.  심지어는 맥도날드도 두 번 가보고는(처음 먹었을 때도 맛이 없었는데 그 날만 잘못 만들었나 해서 한번 더 가봄) 맛이 없어서 다시 안 감
    • 프랑스 요리: 아이들은 프랑스 식당에서 먹은 에스까르고(2군데서 먹음)와 푸아그라(1군데서 먹음)는 맛있다고 했으나 아마도 처음 먹어서 그런 것 같음. 여러 번 먹어본 내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음. 특히 에스까르고는 그냥 골뱅이에 버터와 허브 넣어서 익히면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맛이었고 푸아그라도 슈퍼에서 파는 냉장식품 수준의 큰 감흥없는 맛이었음. 그 밖에 비프 스튜(뵈프 부르기뇽), 아쉬 파르망띠에, 양파 스프 등 프랑스 전통 요리라는 것들 모두 형편없었음
    • 빵: 점수 높은 빵집 여러 군데서 먹었는데 바게트 빵은 전반적으로 고소하고 맛있었으나, 에끌레어를 비롯한 다른 여러가지 빵들은 한국이 더 맛있다고 느껴짐.  다만, 한국은 빵들이 단 맛이 강한 반면, 프랑스는 단맛이 덜해 이런 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프랑스 빵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
    • 마카롱: 줄 서서 사먹는 유명한 마카롱 집에서 샀는데, 아이들이 처음에는 종류별로 다 사겠다고 하는 걸 일단 8개만 샀는데, 이마저도 서로 맛 없다고 안 먹어서 처리가 힘들었다. 빵처럼 한국보다는 단맛이 적고, 원 재료의 맛이 그래도 많이 느껴지는 편. 하지만, 재료들끼리 맛이 서로 어울린다거나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고 이걸 왜 먹나 싶은 맛
    • 커피: 대체적으로 쓰기만 하고 너무 맛이 없어서 실망 스러웠다. 이탈리아처럼 고소하다거나 크리미한 진함도 전혀 없음
    • 미슐랭 맛집들을 갔으면 좀 나았을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크게 좋았을까 의문임
  • 기대보다 볼 게 없다
    • 겨울이라 나무에 나뭇잎이 없어서 도시가 전반적으로 더 초라해 보일수도 있었을 것임(베르사유의 정원과 파리 도시 내 여러 정원들의 나무에 잎이 있었으면 몇 배는 예뻤을 것으로 생각됨)
    • 나도 모르게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오거나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하는 생각이 드는게 없고, 에펠탑을 제외하고는 파리만의 특색이라고 할만한 건물도 딱히 없었음. 루브르도 유리 피라미드 말고 박물관 본 건물들은 특색이나 멋없는 건물임. 1년전 갔던 이탈리아의 로마나 피렌체와 너무 크게 다른 점임
    • 에펠탑도 첫 날에는 보면서 ‘이게 파리구나’ 싶었는데, 매일보니 지겹고, 자세히 보면 오히려 복잡한 내부 철골 구조로 인해 흉물스럽게 보인다는 의견들이 계속 나왔음
    •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베르사유의 드넓은 정원, 몽마르뜨 언덕 위 사크레퀴르 성당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전경 정도였음
    • 내가 아무리 미술에 조예가 없다지만 심지어 루브르 박물관(7시간 넘게 관람), 오르세 미술관(3시간 넘게 관람)도 유명세에 비해 볼 것도 별로 없고 전시품 구성도 다양하지 않고 일률적이라는 느낌이었음. 프랑스는 (루이 14세가 활동한) 165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이전 시대 유물은 보이지 않고, 아마 그래서 더욱 피카소, 모네 같은 근대 미술 작품을 띄워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
  • 화장실
    • 악명처럼 무료 공중 화장실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중간중간 곤란한 경우가 있었음
    • 무료인 자동청소 화장실들이 가끔 있으나 고장난 것도 많았고, 자동청소를 한다고는 하는데 더럽거나, 사용 후 자동청소를 하는 동안 기다려야 해서 그다지 사용하고 싶지 않았음
    • 식당 내 화장실도 1칸만 있는 남녀 공용 화장실이 대부분이라 오래 사용하기에는 부담됨
  • 반면 생각보다 괜찮았던 점
    • 대중교통이 매우 돼 있다. Navigo 1주일 패스 완전 잘 썼음
      • 월~일까지 사용 가능한 Navigo 1주일 패스와 여행일정이 잘 맞아 공항에서 호텔에 가는 것부터(RER B 기차), 파리 내 이동(지하철, 버스), 베르사유 궁전 이동(RER C 기차), 다시 호텔에서 공항 돌아가는 것까지 일주일 내내 알차게 잘 썼음
      • 지하철, 버스 모두 크게 혼잡하지 않고 지하철은 4~5분 간격으로 자주 다녀 대중 교통 사용하기가 나쁘지 않음. 구글 지도에서 지하철을 우선 추천하면 지하철, 버스를 추천하면 버스를 탔고, 가끔은 외부 경치를 보기위해 일부러 버스를 타기도 함
      • 길이 좁고 보행자들이 신호를 잘 안 지키는 파리 특성 상 택시가 더 막히는 것 같다
    •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깨끗했다. (아마도 2024 올림픽 때문에 깨끗이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음)
      • 걷다보면 군데군데 소변 냄새는 나지만, 역겨워서 못 다닐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씻겨 내려간 덕도 있을 것으로 생각됨)  지하철에서도 악명과는 다르게 냄새 심하지 않았음(누군가는 찌린내가 안 나서 파리인지 몰랐다고 할 정도임)
      • 거리도 깨끗한 편이었음. 개똥이 많다고 들었는데 거의 못 봄.  또한 한국과 달리 길거리와 지하철 역 내에 쓰레기통이 매우 많아서 쓰레기 처리가 편리했음
    • Museum Pass 잘 썼음
      • 티켓이 없어서 기다리는 줄보다 대게 museum pass가 짧고 빨리 빠졌음.
      • 18세 이하는 뮤지엄패스 사용 가능한 박물관들이 무료이고 다른 곳은 어른 Museum Pass로 입장할 때 같이 들어가면 되는데, 앵발리드(나폴레옹 무덤)에서는 어른과 같이 그냥 입장이 안 되고 표 파는 곳에서 무료 표를 받아서 오라고 하므로 미리 들르서 받으시기 바람
      • 오랑주리 미술관은 시간 예약을 안 하고 가면 1시간 이상 기다릴 수 있으니 꼭 예약 하시길 추천한다. 2번 갔다가 줄이 길어서 (1시간 이상 대기 예상) 포기하고, 3번째에 아침 일찍 가서 20~30분 정도 줄 선 후 들어감
      • 오랑주리 외 루브르, 오르세, 베르사유, 쌍뜨 샤펠은 시간 예약을 하고 갔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세는 30분, 나머지는 10~20분 정도 줄을 서 있었던 것 같음.  예약을 안 한 사람은 훨씬 오래 기다리는 듯 하니 꼭 예약하고 하시기 바람. (서는 줄이 다름)
 
총평: 기대했던 파리지앵의 고즈넉함, 옛스러움, 낭만 이런거 없고, 파리 대부분이 외국인 여행객으로 넘쳐 남.  생각보다 볼 것 없고 특히 음식이 너무나 실망스러움. 가본 거의 모든 다른 나라에서는 현지 음식이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는데 프랑스 음식만은 한국에서 먹는 게 훨씬 맛있는 것 같음.  우리 가족은 살아생전 자의로 파리 여행을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