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평가] 중구 광장시장 황기순의 손칼국수 & 왕돈까스

*2016년 3월 8일 최초작성*

몇달 전부터 광장시장 쪽에 갈때면 황기순의 손칼국수 & 왕돈까스라는 집이 보여서 황기순씨가 직접 하는 곳인지, 맛은 어떤지 궁금했는데, 오늘 마침 기회가 있어 들러봤다.

광장시장 입구 바로 근처라 월세가 상당히 쎌 것이기 때문에 그걸 내려면 손님이 많아야 할텐데 내가 들어간 저녁 7시에는 가게의 1/3 정도만 차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혹시 24시간 하는지 물어봤더니 9시까지 영업을 한단다.  광장시장 뿐 아니라 방산시장 등 근처 시장들이 대부분 6시쯤 되면 문을 닫는 것 같아서 밤 9시면 손님이 거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뭐가 맛있는지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대표메뉴로 보이는 손칼국수를 주문했는데, 겨우 3900원이다.  손칼국수를 기다리며 검색해 본 결과 심지어 다른 동네의 황기순 손칼국수에서는 3500원으로 광장시장점이 몇 백원 더 비싼 가격인 같다.  백종원씨가 하는 미정국수0410에서 멸치국수를 3000원에 팔긴 하지만 이것만 먹기에는 허기가 져서 다른 메뉴도 시켜야 하고, 다른 식당에서 국수라도 먹을라치면 4천원은 넘게 줘야 할텐데 3900원으로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게 일단 놀라웠다.  손수제비도 같은 3900원, 옹심이칼국수는 4500원, 그리고 제일 비싼 메뉴인 왕돈까스도 5500원이다. (정식 메뉴판에는 없는 6500원하는 치즈 돈까스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광장시장점에서만 파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 자체로만 보면 한 15년전 가격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담없어서 좋긴 한데 최근에 싼 걸 앞세우는 프랜차이즈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었다가 코딱지만한 양과 맛없음에 엄청난 실망을 했던터라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함도 있었다.

아… 밥값은 선불로 내야한다.  만원짜리를 냈는데 6100원이나 돌려준다.  잔돈을 너무 많이 돌려주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주문을 해 놓고 검색해 보니, 이 식당은 황기순씨가 직접 하는 가게는 아닌 듯 하고 프랜차이즈 자체에 황기순씨의 이름을 달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돈을 주고 마케팅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많아보였다.

가격이 싼만큼 인건비로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 같은데 물과 추가 김치는 셀프이다(첫 김치는 가져다주고 리필시에는 셀프였다.)  식탁 위 양념통이 있어 열어봤는데 나는 당연히 칼국수에 넣을 양념간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고추가루만 들어있는 시뻘건 양념이다.(가게에는 양념장(다데기)라고 써 있는데 이걸 다대기로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냥 고추가루에 식초같은 베이스만 몇가지 넣은 이상한 맛이 나는 양념이다.  다른 분의 탐방기에 있는 사진에는 파 썬 것 등도 들어있던데 내껀 이상하게 고추가루만 있었다)  맛만 보고 칼국수에 넣진 않았다.

주문을 받은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칼국수를 갖다 줬는데 일단 예상 외로 양이 많았다.  보통 칼국수집 가면 칼국수만으로는 양이 부족해 보여 감자전도 같이 시켜 먹거나 적은 양의 밥을 주는 곳도 있는데 여긴 칼국수만 먹어도 배고플 정도는 아니다.(사실 나에게는 약간 양이 많았다.)

두번째 특징은 면이 굉장히 쫄깃쫄깃하고 전혀 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당 내 광고에는 최상급 밀가루를 가지고 직접 손으로 반죽하여 24시간 숙성한다고 써 있던데, 그게 사실인지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하여튼 숙성을 오래 해서 그런지 엄청 쫀득하고 칼국수를 다 먹을때까지도 불은 게 거의 없었다.  이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나는 라면도 절대 푹 익혀서 먹는 편이 아니고 쫄깃하게 먹는 편이라 내 입맛에는 완전 딱이었는데, 평소 푹 익혀 드시는 분은 칼국수면이 덜 익었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면이 얇고 흐물흐물한 국시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 선호할 스타일은 아니고, 면이 굉장히 굵고 탱탱하다.

세번째 특징은 멸치 육수를 쓰는데 멸치의 비린 냄새나 맛이 전혀 안 난다는 점이다.  멸치는 남해산 멸치만 쓴다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비법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멸치의 비린내가 전혀 없었다.  다른 칼국수집은 비린내가 강하거나, 이 비린내를 잡으려고 후추를 치거나, 뭐 이래서 맛이 깔끔하지 않은데 여긴 그런게 없어서 좋다.  하지만 이것도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점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나는 가격 대비 엄청나게 만족하면서 먹고 나왔다.  기회가 되면 돈까스도 먹어보고 싶다.

정리

장점 : 엄청나게 싼 가격, 푸짐한 양, 쫀득한 면발, 비린내나지 않는 멸치육수

단점 : 이상한 다대기(양념장), 특색없는 김치(중국산), 이곳만의 독특한 맛 같은 건 찾기 어려움

한줄평 : 가성비 최고. 가격을 떠나서도 내 입맛에는 괜찮았다.  기회가 되면 시도해 보시길 권한다.

[맛집평가] 종로구 통인동/서촌 갈리나데이지

*2016년 3월 4일 최초작성*

 

맛있다는 후배의 강력한 추천이 있어 지난 1월 초에 후배와 같이 점심시간에 갔다.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쉐프를 하시던 분이 나와서 따로 차리셨다는데 이런 건 다른 블로그 참고하시고,

 

제일 처음 느낀 점은 찾기가 쉽지는 않다.  걸어서 가시는 분도 지도 보면서 가시는 게 좋을 듯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적당한 고급스러움이 있다.  손님 접대하기에 괜찮아 보인다.

식전빵은 괜찮다.  겉은 바삭학 속은 쫀득한데다 따뜻해서 맛있었다.  올리브오일을 찍어서 먹어도 좋고, 안 찍어도 맛있다.  리필 한번 요청했다.

메뉴는, 나는 처음가는 식당에서는 그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걸 물어보고 그걸 시키는 편인데, 어란(漁卵) 파스타(Bottarga)가 잘 나간대서 그걸 시켰다.  워낙 어란, 명란젓 이런 걸 좋아하는데다가 집에서도 명란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 때문에 어란 파스타도 괜찮아 보였다.  맛은… 짜다.  먹자마자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짜다.”  성급한 일반화일수도 있지만 내가 가본 유명하다는 이탈리안, 프렌치 식당들이 대부분 짰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소금을 발라놓은 것같이 먹지 못할 정도로 짠 곳도 있다.  내가 맛에 워낙 민감한데다 짜게 먹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이런 식당의 음식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먹여도 대부분 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짠 음식은 몇번만 먹으면 금방 무뎌져서 맛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아마도 음식점들도 그런 걸 노리고 짜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은데, 하여튼 한입 먹자마자 짠 맛이 확 느껴진다. (몇 입 먹고 나면 감각이 둔해져서 계속 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어란은 가운데 부분에 약간만 뿌려서 나오기 때문에 어란의 비릿한 짠맛은 아니고, 파스타소스에 진하게 소금이 베어있다.  파스타 삶은 면수에 소금을 많이 넣었던 건지 아니면 소금을 따로 뿌렸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올리브오일 소스도 크리미하고 면도 잘 삶아졌는데 너무 짠 맛 때문에 점수가 많이 깎였다.(후배는 다른 파스타를 시켰는데 역시 좀 짰다)

다른 문제는 어란의 양.  아무리 어란이 비싸다지만 그래도 34000원짜리 메뉴인데 비칠 정도로 얇게 썬 어란이 가운데 몇 조각 뿌려져 나온다.  혹자는 어란이 짜거나 비리기 때문에 맛의 균형을 위해서 조금만 넣었다고 디펜스 할지 모르겠지만, 비린 맛이 싫었다면 어란파스타를 시키지 않았을 것이고, 짜서 그랬다면 소금을 덜 넣었으면 된다.  내 돈 내고 먹었는데 돈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정리

장점 :  괜찮은 분위기, 괜찮은 서비스, 괜찮은 맛

단점 : 짜다. 가격이 쎄다

한줄 평 : 내 돈 내고 먹기는 좀 아깝다.  법카로 접대하는 자리라면 가서 마음껏 질러도 괜찮을 것 같다.

[맛집평가] 속초 중앙시장 만석닭강정

*2016년 3월 4일 최초작성*

설날 하루 전인 지난 2월 6일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속초를 다녀왔다.(설날 중에 가면 일단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가격도 비싸질 것 같아서)

여러군데의 속초 “맛집”을 다녀왔는데 그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속초 만석닭강정.  요즘엔 택배로도 먹을 수 있고, 서울 백화점에서 이벤트로 몇일간 판매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현지에서 먹으면 더 낫지 않을까 해서 사 봤다.  전에 먹어봤는지는 기억이 없는 것으로 봐서 못 먹어봤거나 맛이 좋진 않았던 것 같다.

매운맛과 보통맛이 있는데 매운 걸 잘 못 먹기 때문에 보통 맛으로 샀고(보통도 덜 매울 뿐 양념 치킨이다)  가격은 17,000원으로 싸지는 않지만 양이 꽤 푸짐해 보였다.  박스가 특이하게 생겼는데, 수증기가 빠져나가 바삭함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특허 받은 박스라나 뭐라나…

하여튼 기대 가득 안고 금방 숙소로 돌아와 먹어 보았는데, 딱딱하다…  눅눅해 지는 것을 방지하려니 튀김옷이 두꺼울 수 밖에 없겠지만 이건 뭐 이빨도 잘 안 들어갈 정도로 딱딱하다.  난 튀김애(愛)자라 후라이드 치킨을 먹을 때 다른 사람이 살찐다고 벗겨놓은 튀김옷만 집어먹을 정도인데, 이 아이는 튀김옷을 먹어도 신이 안 난다.  기분좋게 바삭바삭한게 아니라 딱딱하고 이빨 나쁜 사람은 씹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안쪽의 닭살도 육즙이 흐르고 부드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살도 많지 않고 퍽퍽하다.  이게 닭이 좋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눅눅함을 방지하려고 일부러 습기를 뺀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닭이 식어 있어(아시겠지만 만석 닭강정은 따뜻한 강정을 주는게 아니라 다 식혀서 포장되어 있는 걸 판다) 기본적으로 야들야들하지 않은데다, 육즙도 없어서 퍽퍽하고, 딱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걸 3명이서 2월 6일 저녁에 사서 조금 먹고, 2월 7일에 또 먹고, 그래도 남아서 8일에 상할까봐 억지로 다 먹었다.  맛이 없으니 잘 없어지질 않는다.

정리

장점 : 만석 닭강정을 먹어봤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

단점 : 맛이 중요하신 분은 굳이 찾아가서 기다리실 필요 없습니다. 유명 프렌차이즈가 아니더라도 근처 치킨/닭강정집에서 드시는 걸 강력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