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얘기들이 많아 급하게 적는 관계로 말이 어색하거나, 레퍼런스가 잘 나와있지 않거나,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여기 적은 내용은 저 개인의 경험일 뿐 어느 것이 더 옳고 그르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못함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2015년 12월 갑자기 오토바이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상하는 사업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데 오토바이가 있으면 이동도 편하고 자동차처럼 주차장을 찾거나 주차요금을 낼 필요가 없으니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휴가지에서 잠깐 저배기량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타거나 친구의 스쿠터 뒤에 타 본것 말고는 오토바이를 소유해보거나 몰아본 적이 없다. 이렇게 오토바이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오토바이 구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일단 나는 모든 오토바이를 몰수 있는 면허증(2종 소형)은 없고 일반 자동차 면허(2종 보통+1종 보통)만 있기 때문에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만 몰 수 있다. 일단 2종 소형을 따려면 시간도 걸리고, 나는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로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중에서 고르기로 하였다.
오토바이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배기량으로 구분한다.
오토바이는 크게 배기량(cc)으로 나누는데 보통 125cc 이하에서는 50cc, 80cc, 110cc, 125cc 등이 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도 125cc라고 하면 124.6cc 정도의 배기량을 갖고 있다. 또한 오토바이는 자동차처럼 기어가 수동인가 아닌가의 기준으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기어가 없는(그래서 운전하기 편한) 오토바이를 스쿠터라 부른다. 이것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기어가 있는 것이 기름도 절약되고 더 다이나믹한 주행을 할 수 있다고 하나 나는 오토바이가 주 이동수단이나 생계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기름값에 대한 고민도 크지 않고, 기어 변속을 배우는 것도 귀찮고 해서 스쿠터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다만, 2종 보통 면허로 이륜차를 운전할 때 2종 보통 “오토”일 경우에는 이륜차도 기어가 없는 스쿠터만 탈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전에는 100cc 미만인가는 번호판을 안 달아도 됐다고 하는데, 이제는 50cc도 번호판을 다 달아야 한다.)
일단 오토바이를 선택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충동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몇 백만원 정도의 오토바이를 공부 없이 산다는 것은 나에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오토바이라고 하면 가와사키 닌자, 혼자 CBR, 스즈키 하야부사 이런 멋지게 생긴 레플리카(트랙 경주용 오토바이의 공도 버젼) 밖에 모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검색을 해야 하나 하다가 일단 뽐뿌의 바이크 포럼(http://www.ppomppu.co.kr/zboard/zboard.php?id=motorbike)을 찾았다.
KR모터스 티니110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난 처음에 아무데나 세워도 티도 안 나는 작은 오토바이를 사려고 했기 때문에 저배기량(보통 110cc나 그 아래) 위주로 찾아봤는데 그 중에서 가성비가 좋은(내가 물건을 살 때 기준은 거의 언제나 가격대 성능비이다) 놈을 찾으니 티니110 (과거 효성이었고 현재 KR모터스에서 판매. 110cc라서 110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음)라는 놈이 나왔다. 새 것도 15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으니 가격도 착하고, “어, 110cc가 왜 이렇게 잘 나가지?”할 정도로 스타트도 좋다고 하고, 무게도 가볍고(100kg 이하), 부품도 무지하게 싸다고 하고, 작고…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 충족하고 있었다. 단, 자주 거론되는 티니110의 단점이라면, 국내 수입용은 인젝션이 아닌 카뷰레타 방식이라 겨울에 시동이 잘 안 걸릴 수 있다는 점 정도? 약간 걱정은 됐지만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닌 것 같았다.

마음에 티니110으로 점 찍어놓고, 사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위에 오토바이를 타는 친구 2명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게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한명은 가끔씩 도로가 막히거나 할 때 스쿠터를 타다가 지금은 레져용으로 600cc의 BMW 오토바이를 타는 놈인데, “80cc 같은 걸 타다 보면 결국 125cc(오토바이 면허 없이 갈 수 있는 최대 배기량)로 가게 돼 있으니 한방에 125cc로 가라”라고 조언을 했고, 다른 한명은 청와대 출입기자로 시내 돌아다닐 일이 많다보니 기동성을 위해서 혼다 PCX125(당연히 125cc)를 타는 놈인데(양복입고 오토바이를 탄다) “모든 면에서 PCX125가 최고의 만족도를 선사할 것이니 무조건 이걸로 사라”라고 조언을 했다. 이 때부터는 네이버의 바튜매(바이크 튜닝 매니아, http://cafe.naver.com/bikecargogo)를 중심으로 검색이 시작되었다.
저배기량 오토바이들도 단점이 있다.
일단 두 명의 공통점은 125cc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힘이 딸리는 저배기량 오토바이(보통 50cc, 80cc지만 일부 110cc도)들은 60km/h 이상의 속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도로를 달릴 때 뒤에서 차들이 빵빵대고, 추월까지 시도해서 오히려 위험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크기가 작다보니 옆에 큰 차가 지다가면 오토바이가 휘청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저배기량 오토바이들은 동네에서 배달하거나 동네 근처에 잠깐 나갈 때 쓰는 “마실용” 오토바이라는거다. 난 어차피 멀리 갈 생각도 없고 반경 10km 안에서의 이동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걸 찾는 와중에 결정적으로 내 생각을 바꾼 것이 있었으니… 티니110 운전자가 직접 올린 사고 영상과 사고로 인한 수술 사진이었다. 비가 온 후의 도로에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브레이크가 잠겨서 바퀴가 미끄러졌다… 팔이 쭉 찢어졌다… 뭐 이런 내용. 가뜩이나 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 해서 여태까지 안 샀는데, 괜히 오토바이 샀다가 대형사고 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조금 편하게 위해 오토바이를 사려는 것이었는데, 크게 다치거나 죽을 필요는 없자나.
조금 더 안전한 오토바이를 찾아다녔다.
싸게 만들려다 보니까 티니의 후륜 브레이크가 드럼식이라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럼 국민오토바이라 불리는 PCX125는 어떤가 봤다. 역시 뒤는 드럼이란다. 대신 전륜과 후륜 브레이크가 함께 작동하는 콤바인드 브레이크라서 더 안전하단다. 또 최상급의 연비와 넓은 수납 공간 등으로 인해 국내 최고의 베스트셀러이고, 혹시 나중에 팔게 되면 중고값도 좋고 잘 팔린다는 등 솔깃한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신차 가격이 400만원에 육박하는데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얇은 바퀴를 써서 안전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도 있었다. 티니110보다 2배가 훨씬 넘는 가격을 지불하는데도 크게 안전성이 향상 되지 못한다면 별 소용이 없다고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PCX정도는 아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 것이 역시 혼다의 SCR110이었다. PCX의 작은 버젼 정도 되는데 역시 엄청난 연비와 인기를 보여주지만, 얇은 바퀴로 인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뒷바퀴가 디스크이면 좀 더 나을 까? 드럼보다 덜 밀려서 제동력이 낫다고는 하나, 오토바이 미끄러짐 사고의 주원인으로 보이는 브레이크 잠김 현상이 전혀 없지 않다는 거다. 즉, 급브레이크를 잡으면(브레이크를 꽉 잡으면) 브레이크 lock이 올 수 있다는 거다.
그러던 와중 내 눈에 들어온 세 글자. A.B.S. 맞다. 바로 자동차 얘기 할 때 언급되는 ABS(Anti-Lock Breaking System). 오토바이에도 ABS가 있었던 것이다. 브레이크가 잠겨서(locked) 바퀴가 미끄러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ABS는 당연히 오토바이에서도 잠김 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125cc 급에서는 ABS달린 오토바이가 많지 않고, 달린 모델들은 400만원 정도에서 시작하며, 오토바이가 이륜인 이상 미끄러짐이 없을 수는 없다는 얘기들도 보였다.
3륜 오토바이(트라이크)에 대해 눈을 뜨다
아… 티니110을 떠나 여기까지 왔는데 비싼 가격에 비해 안전성은 크게 늘어났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이 대목에서 들을 수 있는 조언 중 하나가 트라이크(Trike)로 통칭되는 3바퀴 오토바이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하나의 큰 흐름이 되었다, 이륜보다 안전성이 월등하다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많이 탄다는 피아지오, 푸조 메트로폴리스 등의 125cc를 훨씬 넘는 배기량인데다 가격도 내가 생각하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버린다.(캔암 스파이더같은 차량은 1000cc가 넘는데다 4륜 중대형차 가격이다) 거의 유일하게 400만원 밑으로 살 수 있으면서 125cc 이하고, 게다가 정수(정식수입)는 아니지만 병행(병행수입)으로 ABS 브레이크가 달린 모델을 살 수 있는 모델이 하나 있었다. 야마하 트리시티(Yamaha Tricity; 트라이시티라고 읽기도 한다)이다.
됐다. 가격은 첨 생각하던 150만원은 많이많이 넘긴 했지만 3바퀴와 ABS로 인해 훨씬 안전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또 오토바이는 감가(가격 하락)가 심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타다 팔아도 크게 손해는 안 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ABS가 달린 병행 모델은 잠깐 수입이 됐었고, 현재 물량이 없단다.(2015년 12월경 이야기임) 더군다나 이미 수입된 물량도 60대인지 80대 밖에 안 된단다…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매일 네이버 바튜메 카페에 잠복해서 매물을 기다려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와중 가격이 괜찮다고 보이는 매물이 나와 결국은 ABS 없는 정식수입 차량을 중고로 영입했다. (ABS보다는 3륜이 더 안전에 중요할 거라는 자체 결론을 내리며 위안을 삼았다)
야마하 트리시티 자체에 대한 후기는 다른 글에서 계속…
야마하 트리시티 오토바이 사용기
(*2016년 2월 15일 최초작성*)
(참고로 오토바이 등록(취득세)에 대해 : 중고오토바이의 등록은 매수자의 관할 구청에서 하면 되고, 그에 필요한 서류는 인터넷을 찾아보시라.(살 때 판매자로부터 폐지증명서와 구매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오토바이 등록을 할 때 몇 가지 세금을 내는데 그 중에 하나가 취득세이다. 취득세는 구매가의 2%인데, 문제는 개인 간에 거래를 했을 때는 그 구매가를 증명할만한 서류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뭐 2%이니 300백만원을 적어도 6만원 밖에 안 내긴 하지만, 100만원 적어내고 2만원만 내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는 것으로 안다. 나는 이걸 몰랐고, 안다해도 다 적어내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하여튼 이런 게 있다는 건 아시고, 좀 더 검색해 본 후에 본인이 어떻게 할지 결정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