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 조언] 3: 식당은 술을 파는 곳이다

내가 식당을 열면서 가장 잘못한 것 중에 하나는 식당이 밥을 파는 곳이라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술을 팔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던 탓에 술을 전혀 안 팔겠다는 생각도 했다.(첫 주방장이 술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에 강조를 해서 넣긴 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식당업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 됐다는 걸 깨닿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밥(식사)만 팔아서 잘 되는 식당은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손님들에게 밥집으로 인식되면 점심 매출은 나올지 몰라도 저녁에는 거의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걸 깨닿고 나서 보면,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는 가게들도 밥(식사)으로 알려진 집들은 저녁에는 파리를 날리거나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걸 알게 된다.(대신 아침 장사를 하는 곳들이 많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저녁에까지 찾아가서 밥을 사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저녁에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은 술집이지 밥집이 아니다.  또 술을 먹으러 가서 밥(식사.  여기서는 후식)을 먹는 경우는 있지만 밥을 먹으러 가서 술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에 밥집이 되는 곳은 극히 드문데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동네의 싼집, 커플들이 찾아갈만한 집, 야근이 일상이라 저녁 먹고 와서 일하는 게 일상이 돼 있는 회사 근처 정도이다.)

 

문제는 한번 사람들의 머릿 속에 밥집으로 인식되면 술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밥집에 술을 먹으러 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아무리 술 메뉴를 넣어놔도 위치가 굉장히 좋아서 지나가다가 보이는 경우가 아니면 거기 가서 술을 마셔야겠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머리 속의 술집 후보에 아예 처음부터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와서 맛을 보고 안 먹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맛을 보려고 오는 술 손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술을 안 파는 게 뭐가 문제고, 점심에 많이 팔면 되지 저녁에 손님 없는게 어떻냐고 묻을 수도 있다.  이건 인건비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다.(나도 그랬다)

식당 인력의 대부분(특히 파출)은 2가지 시간제로 움직인다. 1) 5시간제(반일)  2) 12시간제(전일)이다.  반일제가 6시간이 아닌 5시간인 이유는 하루에 두 탕을 뛰어야 하는 사람은 이동시간 및 식사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비워주는 것이다. 알바들 역시 아무리 조금 일하려고 해도 교통비에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2~3시간 일하는 것은 답이 없기 때문에 보통 4~5시간은 일하려고 한다.  게다가 일 잘하는 사람은 중간에 다른 가게로 이동하는 게 귀찮아서 웬만하면 한 가게에서 12시간을 일하고 싶어한다.  이런 구조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뭔가 하면 내가 점심 장사에 집중 하겠다 하더라도 인력은 최소 5시간(9~오후 2시, 또는 10시에서 오후 3시)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점심에 한창 바쁠 때만 2시간 썼으면 좋겠는데 5시간을 써야 한다.  또, 저녁장사 1시간을 하려고 해도 다시 최소 5시간을 써야 한다.  그런데 5시간 짜리 파출을 2명 쓰는 것보다 12시간짜리 파출을 1명 쓰는게 싸다.  이러다보니 보통 12시간 일하는 인력을 구하게 된다.  손님은 대부분 점심에 들더라도 인력은 하루 종일 쓰기 때문에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굉장한 비용 낭비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점심에만 식당을 열기도 아쉽다보니 저녁까지 문을 여는데, 심한 경우 점심에는 벌고 저녁에는 돈 까먹는 일이 발생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녁 장사가 단다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점심에는 음식만 먹기 때문에 객단가가 낮다.  또한 점심에 비싼 음식을 먹는 것에 부담을 갖기 때문에 똑같은 메뉴도 점심에 더 싸게 판다.(물론 100% 저녁 메뉴와 똑같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점심에 손님이 많더라도 테이블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술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술을 추가로 판다고 해서 나의 노력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술 판매의 장점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대로 점심 밥을 먹는 식당으로 인식되면 저녁에 손님이 안 온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식당 메뉴는 저녁 술장사를 위주로 짜고, 점심은 인건비를 뽑는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식당 창업 조언] 2: 한식 식당 창업은 비추 (부제 : 한식과 양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나라는 식당 음식값이 싸다. 한식만.

우리나라는 유독 물가에 비해 음식점 음식 값이 싸다.  미국에 가보면 마트에서 파는 농수산물은 그렇게 싼데 식당음식은 엄청나게 비싸다.  음식 자체도 비싼데 세금 따로내고 팁까지 주고 나면 점심 한끼 먹는데 만원은 예사고 기본이 2~3만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많고, 집에서 점심을 싸와서 먹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끼 먹는데 6~7천원이면 되고, 이는 대부분의 햄버거 세트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식값이 싼데,  특별한 기념일이라고 5만원짜리 양식은 쉽게 먹지만, 5만원 짜리 한식은 내 돈으로는 먹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김영란법이 시작되자 그렇게 많은 한정식집들이 망해 나간 것이다.  비싼 한식은 남의 돈으로, 법인카드로 먹는 것으로 생각했지, 자기 돈 내고 한정식 먹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외국 음식은 만들기가 쉬운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음식점을 하다보니 왜 최근에 젊은이들이 한식을 피해서 다른 종류의 음식점 여는지 이해가 된다.  가장 맛내기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가장 값을 못 받는게 한식이라는 것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식이 아닌 다른 나라 음식은(특히 양식) 만들기는 너무 쉬워서 몇 일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맛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파스타를 몇 번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파스타에는 들어가는 재료도 거의 없고,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이 없이 누구나 만들수 있는 수준에다가, 들어가는 재료도 얼마 없다보니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도 거의 없다.  혼자서 만들더라도 20분 내에 한 그릇을 만들 수 있고, 여러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을 필요도 없다.  파스타에 나오는 반찬이래봤자 피클 정도인데도 반찬이 적다는 투정도 안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드는게 쉽다고 해도 우리는 요즘 파스타 한 그릇에 1.5만원~3만원을 내는데 별로 거리낌이 없다.  매일 먹는게 아닌 어쩌다 먹는 음식이고, 한식보다는 “있어보인다는” 이유에서이다.

피자 역시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도우(피자반죽)만 준비된다면 세상에 이렇게 만들기 쉬운 음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모짜렐라 치즈와 몇 몇 재료만 뿌리면 되는데 3살짜리 아이들도 만들 수 있다.(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보신 분은 알거다)   이 음식 역시 재료비 3~4천원 짜리를 1.5만~2.5만원씩 주고 사 먹으면서도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테이크 역시 숙성 과정을 빼면 고기 굽는 것은 장비의 차이일 뿐 딱히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굽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 걸 5~10만원씩 주면서 비싸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다.

한식은 들어가는 노력과 인건비, 재료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반면 만드는데 수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만드는 내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하고, 가스도 많이 쓰고, 들어가는 재료도 수십가지 되는 국밥은 7천원이 넘으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반찬을 여러가지 안 주면 불만을 토로한다.  만드는 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워낙 많다보니 똑같은 방법으로 국밥을 만드는 집이 없고, 따라서 맛도 모두 다른데(심지어 같은 레시피로 만드는 분점들도 맛이 다르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다보니 한식은 프렌차이즈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식은 기본적으로 가게에서 직접 만들기가 쉽지 않고, 준비하는데 많은 품이 들어가며, 맛을 내기는 더욱 힘들기 때문에 본사에서 완제품 또는 반제품으로 만들어오는 음식이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량으로 많드는게 더 쌀 뿐만 아니라 일정수준 이상의 맛(진한 맛)을 내는데 더 유리하다.  이렇다보니 한식은 프렌차이즈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양식은 대부분 워낙 만들기도 쉽고 재료비도 얼마 안 들다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만들어서 배분하는 것이 별다른 경쟁력이 없다.

하지만 프렌차이즈는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프렌차이즈는 본사에서 가져가는 마진이 많다보니 가맹주가 가져가는 게 별로 없다.  한식은 그 자체로도 원가율이 높아서 남는게 없지만, 한식 프렌차이즈를 하면 인건비는 덜 들더라도 재료비가 더 높기 때문에 한식으로 돈을 버는 가게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누가 식당 개업에 대해 물어보면 딴 걸 떠나서 매일 먹는 식사 종류의 한식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17년 3월 26일 최초작성*)

[식당 창업 조언] 1: 음식점과 인건비

식당은 인건비 싸움이다.

음식점은 인건비 싸움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나도 식당을 하기 전에 같은 말을 들었었고 으레 과장이 많이 섞인 엄살을 부리는 말인줄 말았다.  하지만 직접 식당을 해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식당을 하는데 매월 들어가는 고정비는 많지 않다.  식재료, 소모품, 전기, 수도, 가스비 등 대부분이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비례해서 늘어나는 변동비이고, 매출과 상관없이 나가는 고정비는 월세와 인건비 정도이다.  이 중 월세는 한번 정해지면 재계약시까지는 변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전 고정비인 반면, 인건비는 사업의 규모에 따라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고정비이면서도 변동비인데, 아마도 많은 식당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이 될 것이다.

가게 주인이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5평 미만의 또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아주 작은 음식점이 아닌 이상 식당을 하는데 최소 3명 정도는 필요하다.  홀서빙+주방장+주방보조 또는 홀서빙 2+주방장 정도.  이렇게 3명을 풀타임 정규직으로 쓰면 1인당 평균 200만원 수준은 되므로 한달에 인건비만 최소 600만원이 나간다.  주방장을 경력이 좀 있다는 사람을 쓰면 700만원이 넘어 버린다.  한 그릇에 7000원짜리 음식을 판다면, 인건비 커버하는데만 한달에 1,000그릇 정도를 팔아야 하고, 한달 25일로 계산하면 하루에 40그릇 정도가 오롯이 인건비이다.  문제는 30평 정도의 매장이라고 하면 식당이 한번 가득차야 40명 정도일텐데, 점심 식사만을 통해 테이블 1회전을 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직장인들이 대부분 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심 시간에 나오는 매출은 모두 인건비로 빠져야할 가능성이 높고, 저녁 식사의 일부도 인건비 주는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식당 주인은 인건비만 주면 되는 게 아니라 음식 재료비 주고(일반적으로 식당의 재료비는 총 매출의 30% 수준), 거기서 또 가스/전기/수도요금, 월세 등을 줘야 한다.  이렇다보니 빨 비용 다 빼고서 식당 주인에게 돌아가는 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 많은 것이다.

처음 식당을 열고서 시도때도 없이 뿌려지는 자영업자 대출 명함을 보고서 도대체 왜 이렇게 뿌려대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식당을 좀 운영해 보니 식당을 해 돈을 남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고, 그 많은 대출 명함이 많은 식당들이 인건비도 뽑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전국의 수많은 영세 식당들이 외부 직원을 거의 안 쓰고 온 식구가 들러붙어서 인건비 아끼면서 겨우겨우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처음에 식당을 하면서 음식값이 비싼  레스토랑들이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웬만큼 좋은 재료를 쓰더라도 재료비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원가만 따지면 몇 만원짜리 파스타 같은 건 바가지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그런데 이제 이해가 되는 것이,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많은 직원을 쓰기 때문에(때로는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결국 대부분의 음식값이 이들 인건비를 주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서양 선진국의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값이 비싼 것도 거의 대부분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고, 반대로 동남아의 음식값이 싼 것은 재료비가 싼 이유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26일 최초 작성)

식칼(주방용칼, 식도) 살 때 팁 하나

일반적인 주방용 칼은 모양에 따라 크게 high tip, middle(또는 center) tip, low tip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긴 한데, 알기 쉽게 high, center, low로 나누자)

knife

 

 

knife high High tip은 일반적으로 유럽형 칼 또는 쉐프 나이프(Chef’s knife)라고 하는데 칼날이 칼등까지 올라가 있는 모양이고,

 

knife midcenter tip이 주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칼이며,

knife low low tip은 산도쿠(산토쿠;santoku)칼 또는 일본식도 또는 업체에 따라 아시아 식도/아시안 모델 라고도 불리는데 칼등이 칼날쪽까지 휘어져있는 모습이다. (칼 손잡이 끝에 마늘을 빻을 수 있도록 스테인리스로 마감이 되어 있는 모델들도 있다)

 

나도 요리에 대해 전혀 모를 때는 이런 칼의 모양이 그냥 멋이겠거니 했는데 이게 용도들이 다르다.  이 용도는 각 나라마다 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많이 해 먹는 음식을 만들기 좋게 발달되어 왔다는 뜻이다.

쌍둥이칼로 불리는 헹켈 five star같은 유럽형 칼들은 대게 high tip인데, 이게 양식을 주로 만들거면 크게 상관이 없는데 파, 마늘 다지기가 많은 한식을 많이 만들거라면 다지기가 더 힘들다. (물론 믹서 등으로 미리 다 갈아놓아서 다지기 없이 요리하신다면 상관은 없겠다.)   시간이 생명인 한식조리사자격증 실기 시험을 보러 가신다면, high tip이 조금이라도 더 불리한 면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다지기가 많은 한국 음식에는 칼날이 일자로 되어 있는 산도쿠가 편하다는 글도 꽤 봤다.  적어도 다지기를 많이 한다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한식조리사 실기에 산도쿠를 가지고 오시는 분이 있는지 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일단 위 내용을 알아두되, 본인이 원하는 모양으로 사서 쓰시면 되겠다.

요리 학원 수강기 – 한식조리기능사(한식조리사) 자격증 관련

2016년 2월 16일 최초작성

 

평생 직업을 찾다가 항상 하고 싶었던 식당을 하려고 했다.  근데 식당은 커녕 음식도 해 본적이 없으니 이걸 어쩐다.  음식할 줄 모르고 식당을 열면 주방장한테 끌려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음식부터 배우고 식당을 시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요리학원이 가장 많다는 종로가 집에서 멀지 않다는 것.  일단 가장 가까운 요리 학원 몇 군데를 가서 브로슈어도 받아오고 설명도 들었다.  학원에서는 칼도 잡아본 적 없으니 일단 기초반을 들으란다.  근데 요리당 수강료가 기초반이 가장 비싸다.  수강생 수가 적어서 비싼건지 더 많이 가르쳐서 비싼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이면 자격증반 수강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식조리사 자격증반을 신청했다.

조리사자격증반은 개강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중간에 아무 때나 시작해서 요리를 다 배우면 끝난다.  그래서 학원에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새로 들어오고 또 끝난 사람은 나간다.  워낙 자주 바뀌다보니 대화하거나 서로에 대해 알게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 그냥 요리만 배우고 간다.

수강을 하면 접시나 음식 재료 등은 학원에서 준비를 해 주지만, 칼, 조리복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있다.  난 잘 몰라서 등록하면서 학원에서 일괄로 사긴 했지만, 몇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어서 적어보니 혹시나 필요하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일단 칼.  당연히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게 칼이다.  칼을 모으는 쉐프도 있고, 쉐프들은 보통 몇 십만원짜리 칼을 쓰는 것 같다.  나도 키보드 키감, 펜의 필기감 등 손맛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서 요리를 시작하면서 나한테 어떤 칼이 맞는지 몰라 그냥 학원에서 파는 싸구려 칼을 골랐는데 이게 문제가 많았다.  일단 한식조리사 실기시험은 음식을 정해진 치수대로 만들어야 한다.  학원에서 보면 교사들은 대게 자기 손가락으로 크기를 외워서 손가락을 대보고 크기를 맞춘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면 된다. (실기시험 볼 때 손가락을 대고 치수를 재거나 하면 요리에 익숙치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하니 주의)  헌데 내 손가락의 어디까지가 2cm였고, 어디까지가 5cm였는지 항상 헷갈린다.  그렇다고 시험장에 자를 가져갈 수도 없고… 이럴 때 길이 표시가 되어있는 칼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실기시험때 길이를 재면서 하면 안 되지만, 칼에 길이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물론 감독관이 안 볼 때 슬쩍슬쩍 재 볼수도 있고)  길이가 표시되어 있는 칼들은 바로 아래에 내가 얘기한 물러빠진 칼보다는 강도도 더 좋은 것 같다.

또 하나는 너무 싼 칼을 사면 칼을 만든 쇠 자체가 물러서 칼날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시험보기 전에 집에서 칼을 잘 갈아놓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집에 숫돌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시험 전날 공부하기도 바쁜데 잊지 않고 칼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실기 시험볼 때 안 드는 칼(요리학원에서 사서 요리학원 다니면서 썼던)을 가져갔었는데 쇠고기를 다져야 하는데 잘 잘리지가 않아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학원에서는 얼어있는 고기를 써서 그런지 부드러운 고기를 써서 그런지 이 칼로도 비교적 잘 다져지는데 시험장에 있는 고기는 완전 해동이 되어 있고 잘 안 썰린다.  잘 다져진 고기로 요리를 해서 제출했어야 하는데 덩어리가 보이는 고기를 제출했으니 그 결과가 좋았을리가 없다.

여기서 칼을 살 때 조언 하나.(칼의 종류에 대한 내용은 나의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아마 시험용 교재를 파는 곳에서 칼을 사셨다면 대부분 일반적인 middle tip일텐데 이 경우는 크게 문제는 없을텐데, 나는 집에 있던 헹켈(쌍둥이칼) five star를 써 보기도 했다.  이 칼의 한식을 만드는데 문제가 있는데 high tip이라 다지기 등을 할 때 약간 불리하다.  실기시험 볼 때는 낯선 환경, 시간 압박 등으로 인해 작은 문제만 있어도 손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게 마련인데 다지기가 잘 안 되면 허둥대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시험 볼때는 high tip은 지양하시길 바란다.

칼에 대한 조언을 또 하나 하자면 요리학원에서는(그리도 시험장에서도) 칼을 혹사 시키는데(도마를 정리할 때도 칼날로 훑고, 다지기 할 때도 칼날로 흩어진 재료를 쓱쓱 모으고, 뼈도 칼로 마구잡이로 자르고) 이러면 좋은 칼도 금방 날이 나가게 마련이다. (칼가는 분에게 보여드리면 칼을 막 썼다고 안 좋아 하신다)  따라서 학원이나 시험장에서는 너무 좋은 칼은 좀 피하시고 집에서만 쓰시는 게 칼을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불만은 교재.  나는 학원에서 파는 교재(그 교재는 그 학원의 계열사가 만든 책이기도 하다)를 사서 썼는데 그다지 좋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 동영상 CD가 제공되지 않아서 유튜브 등에서 동영상을 검색해서 봐야 한다.  2) 실기 시험 전 마지막 정리를 위한 페이지가 없다.  몇 페이지에 이름과 사진만(또는 중요한 조리방법까지) 적어놓은 정리 노트가 있다면 시험 직전에 확인해 보기 매우 좋을텐데 그런게 없었따.  3) 교재가 전체적으로 크고 페이지가 많아서 무겁고 찾기도 힘들다.  작은 핸드북 크기의 교재가 있다면 들고 다니거나 공부하기 편했을 것이다.  위에 지적한 문제점들을 개선한 교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본 것은 아니어서 추천까지는 못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다른 도구들은 요리학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도 별 문제가 없는데 위에 언급한 두 가지는 조금 알아본 후에 사시면 더 좋을 것 같아 조언을 남긴다.

 

*2016년 3월 2일 추가*

최근에 다른 일로 다른 요리학원에 갔었는데, 거기는 내가 다녔던 학원과는 달리 너무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다.  사실 자격증 학원에 다닐 때도 다른 학원들에 상담하러 들어갔다가 시설이 안 좋길래 가장 좋은 곳을 선택했었는데(가장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시설 차이가 밖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 많이 났다.   그런데, 조리자격증 시험장의 시설(나는 서울 상설시험장만 가 봤지만)은 가장 좋은 학원 시설보다 훨씬 열악하다.  특히 시험장에서는 조리대의 크기도 작아서 접시를 펼쳐 놓을수도 없을 뿐더러 위생을 위해 접시를 수시로 닦으며 사용하라고 하는데 좋은 시설의 학원은 조리대가 넓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전 연습은 좀 모자라지 않나 싶다.  따라서 그냥 재미나 자기계발을 위해 요리 학원에 다닌다면 쾌적한 시설을 보유한 곳을 추천하겠지만 자격증 코스를 다니신다면 너무 시설이 좋은 곳은 피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가본 곳이 몇 군데 안 가서 다른 곳들이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배운 곳이 국내 최고 시설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