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인데 취업이 안 되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신가요? 대학원을 나오면 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좀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이런 생각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저는 대학(경영학과)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서 MBA를 하고 나서 취업을 했습니다.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원을 바로 간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 하나는 MBA를 나오면 취업이나 진급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제 첫 직장은 타이틀이 중요한 연구/컨설팅이었기 때문에 이 대학원 경력이 거의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를 나오고 나서는 주로 M&A와 관련된 업무를 했는데, 이런 사무직에서는 가방 끈보다는 경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취업조언1(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에서 얘기했듯이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어떤 업무를 했는지(M&A의 경우에는 어떤 딜이 성사됐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재무/회계/전략/M&A 같은 쪽에서는 회계사같은 자격증까지 있으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됩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취업 전에 대학원을 다니는 게 취업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게 아니냐, 해가 될건 없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거나 박사 타이틀이 있는게 좋은 공대 쪽은 제외하고, 일반 사무직 쪽에서 일하려는 인문대 출신들에 국한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95%의 경우는 아니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서류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서류심사를 할 때 많이 나오는 얘기가 오버스펙(over-spec, 맞는 말로는 over-qualification)입니다. 중간관리자(과장, 차장) 이상을 뽑을 때는 대학원 출신이라도 크게 마이너스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뽑을 때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새로 뽑는 사람과 같이 일할 사람들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막내라고 새로 뽑았는데 대학원을 나오다보니 2년차인 현재 막내와 나이가 똑같다면? 심지어 나이가 더 많다면? 나이가 더 많지 않더라도 잡일을 시키면 석사 출신이라고 싫어하지 않을까? 조직장(특히 팀장)은 조직 융화에 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팀 대부분이 석사 이상이 아닌 이상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뽑을 때 대학원 출신이라면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류를 통과하면 면접입니다. 이력서를 많이 써 보셨겠지만, 보통 학력은 이력서 첫장,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대한 질문이 제일 처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접 시 중간에 일한 경력없이 바로 대학원을 나온 사람을 보면 제일 처음 ‘왜?’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뭔가 꼭 대학원을 다녔어야 하는게 아닐것 같은데 왜 취업을 안 하고 대학원에 간걸까? 공부에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대학원을 왜 간걸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궁금증을 질문했을 때 속 시원하게 답해 준 사람을 아직 못 봤습니다. 뭔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럴 듯하게 설명해 주면 좋을텐데 취업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간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정말 취업을 못해서 갔더라도 제 취업조언 2(면접 잘 보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좋은 대답을 준비해서 들려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면접에서 대학원을 간 이유를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제가 대학원을 회사 다니다가 가라고 추천하는 더 큰 이유는 이 대학원 경력이 나의 이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많은 대기업들이 취업 전에 다닌 대학원에 대해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2년을 그대로 쳐 주는 곳은 못 봤고 정말 잘해야 1년이었습니다. 따라서 경력상 2년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을 간 경우는 다릅니다. 어차피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적을 둔 상태에서 대학원을 다닌 것이니 회사 경력 2년으로 쳐 주건, 대학원을 간 것으로 쳐 주건 2년이 경력으로 그대로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왜 대학원에 갔는지 물어볼 때 답변하기도 좋습니다. 사실과 다르더라도 ‘핵심인재라 회사에서 보내줬다‘라고 말하면 이전 회사에 전화해서 핵심인재인지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보더라도 답을 해 주지 않을테니 확인할 방법이 없고 대답한 사람의 답변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퇴사를 하고 간 경우에도 ‘회사 다니다보니 이런저런 지식이 부족함을 느껴서 더 배우려고 대학원에 갔다’라고 하면 면접관이 딱히 나쁘게 볼 이유가 없습니다. 외국 MBA라면 업무상 영어의 필요성이 높아서 영어도 배울 겸 갔다고 하면 플러스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취업 전에 일반대학원(문과)에 가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회사에 다니다가 회사에서 보내준다고 하면 최상이고(물론 그 댓가로 회사를 몇년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이슈는 있습니다만), 자기 돈으로 가더라도 회사를 다니다가 가시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