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 조언] 8 :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체결하라

얼마전 계약을 글로 남기란 포스팅을 했었다(계약 협의 시 주의 점-조건을 정확하게 문서로 합의하라) 사실 이렇게 남의 일에 조언을 하기는 쉽지만, 내 일이 되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당을 하게 되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나오는 내용 중에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라는 것이 있다. 서면 교부라는 것은 출력을 해서 상대방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하도급 교육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서면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서면 교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법적 의무 사항이기 때문인데, 이걸 왜 강제했느냐 하면 사용자(음식점 사장)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사전에 합의한 고용조건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약서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하여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의도도 알고 의무인 것도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데, 나도 고용계약서와 관련해 문제를 겪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음식점 운영에 중요한 종업원이 고용조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대부분 급여를 올려 달란 얘기다) 이를 달래기 위해 조건을 몇 변 변경했는데(물론 종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업원에 유리하게 바꿨다) 그때마다 몇가지 이유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었다. 이유라면, 한편으로는 이게 문제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에 고용계약을 맺었으니 조건이 조금 변경되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으며, 더욱이 종업원에 유리하게 조건이 변경되었으니 본인이 이걸 문제 삼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여튼 이러던 와중에 그 종업원이 나가게 됐는데, 근무한지 1년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달라는 것이었다.(그 상황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줄 의무가 없다고 대답을 했는데(더 정확히는,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비는 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이 때 그 종업원이 걸고 넘어진게 계약서 미교부다.

계약서 미교부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천재지변이 아니면) 교부해야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상당한 벌금(내 기억으로는 3천만원 정도 됐던 듯)이 부과된다. 이것을 알고 있던 그 종업원은, 본인에게 퇴직금(1개월치 월급)을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계약서 미교부로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눈치 채셨겠지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는게 아니고, 계약서 미교부를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직원도 퇴직금과 관련하여 소송을 한다면 본인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송 등을 통해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는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심지어 벌금을 상당부분 경감해 주더라도) 사업주인 나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 또한 노동법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노무사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동안 법률 검토를 했던 경험들을 볼 때 계약서 미교부와 관련해 내가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종업원이 원하는 퇴직금을 주고 벌금을 안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시 이 일은 중간 지점에서 절충하여 마무리 되긴 했으나, 계약서 미교부로 인해 사업주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보통 식당 사장님들은 계약서 미교부 문제가 노동청의 검사 등이 나왔을 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신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드시 모든 계약과 조건 변경에 대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면 교부하시기를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