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조언] 2 : 면접 잘 보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관문이 뭘까요? 특히 경력자들은 본인의 경력이 구인공고와 비슷하다면,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가면 정말 어려운 것이 또한 면접입니다. 이력서야 시간을 두고 수정하면 되지만 면접에서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죠

앞선 글에서 제가 이직을 여러 번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다녔던 첫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었고 점점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참고 : 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

저 뿐 아니라 다녔던 회사의 규모/이름이나 졸업한 학교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 뽑을 때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이런 스펙을 볼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 이직을 할 때는 제가 나이가 있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서류에서 떨어진 건 제외하고, 면접도 몇 번 봤지만 잘 안 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 이직 기회라 생각했기에 꼭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왜 내가 면접에서 떨어졌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난 면접들을 되돌아 보니 대부분의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지만, 그 때마다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력서를 본 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들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같은 글을 읽으면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1. 이력서를 고쳐서 사람들이 궁금해(질문할) 할 포인트를 없애거나
  2. 사람들이 반복해서 하는 질문에 대해 아주 좋은 대답을 준비하거나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력직인만큼 질문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도 없고 적당히 질문이 있어야 내 경험도 얘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2번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면접 시 너무나도 뻔해서 안 해줬으면 싶은데 이런 바램에 무색하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해 주세요.” 또는 면접 중간에 “영어로 자기 소개 해 보세요.”라는 요청입니다. 면접 전에 나의 이력에 대해 머릿 속으로 잠깐 생각해 보고 가면 그 정도 대답도 못 할까 싶지만, 막상 해 보면 할때마다 내 대답이 다르고, 하고나서는 항상 후회하는 그런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을 찾기 위해, 카페에 앉아 수첩에 내 소개를 할 때 쓰는 단어들을 쭉 적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이미 이력서에 적혀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서 내가 다른 후보들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자기 소개 시간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게 아니라 온전히 나를 PR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뻔한 소갯말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을 알려 나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주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나의 소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보다 어떤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중점을 맞췄습니다.

또 많이 받는 질문으로 과거 경험(경력자의 경우 보통 회사직무 관련해서) 중 가장 잘했던 일/가장 기억에 남는 일/가장 힘들었던 일을 얘기해 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먼저 그 업무와 관련된 fact를 먼저 적은 후에 fact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이 업무로 어떤 걸 배워서 내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더 나은지에 중점을 두고 내용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경험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유리한 내용은 어떻게 더 나를 돋보이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신경 쓴 것이 ‘나한테 불리한 내용을 어떻게 나를 돋보이게 하는데 쓸 수 있을까?‘ 였습니다. 불리한 것을 잘 덮고 넘어가는 정도로는 나를 고용해야 할 이유를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의/내 경험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장점도 있지만 더 좋은 점은, 내 단점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올만한 질문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자의 궁금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나서 면접을 본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면접을 보고 나오는 순간 합격을 직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평생 본 면접 중에 가장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스스로가 나의 답변 내용에 대해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고, 면접관들도(그 중 한분은 회사의 사장이셨습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뭔가 궁금증이 안 풀려서 계속 질문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 사람을 꼭 뽑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에 이력서를 주고 질문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때 그 질문만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그 질문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소를 해 준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리라 생각합니다.

[취업조언] 1 : 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서 ‘가고 싶어도 못 가니까 문제지, 누가 대기업에 들어가기 싫어서 안 들어가나’ 라는 말을 하는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긴 하지만,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은 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누구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직장을 다녀봤기 때문이다. 중간에 했던 내 사업은 제외하고도 다녔던 회사만 6개에, 일반적으로 같은 산업 내에서 이직을 하기 마련인데, 나는 굉장히 다양한 산업에서 일해봤다(컨설팅, IT, 제조, 물류 등).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회사를 다닌 것보다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거의 항상 매출 규모가 몇 배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해서 지금은 한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이직을 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이 바로 ‘첫 직장은 대기업을 다니는 게 좋겠구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경력직 이직 시 대기업을 다닌 이력이 매우*10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출)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이직하려고 면접을 볼 때 자주 들은 얘기가 ‘이런 큰 회사 경험이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같은 종류의 질문이다.  안 괜찮을거 같았으면 면접을 봤겠는가?  생각해 보면 정말 하나마나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보다 규모가 더 작은 회사에 다닌 사람에 대해서는 막연하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대기업 출신을 대할 때는 ‘그 회사에는 우리가 모르는 뭔지 좋은게 있을거야’ 내지는 ‘우리보다 아는 게 많을거야’ 같은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사실 나의 경험을 보면, 대기업 출신보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일을 한 사람들이 ‘업무 Scope’이 훨씬 넓어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처리해 본 경험이 많고,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중소/중견기업 출신과 일하는 것이 편하다.  M&A만 해도 나는 M&A Execution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회사 전략’부터 M&A 후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까지 다 해 봤는데, 이런 폭 넓은 경험을 가진 대기업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기업보다 더 돈도 많이 받고 사회에서 대접받는 IB(투자은행) 출신 중에는 전략과 PMI를 제외하더라도 심지어 M&A Execution 전체를 해 본 사람도 거의 못 봤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IB 출신을 모든 M&A관련 프로세스를 총괄해야 하는 임원으로 데려오는 것만큼 바보짓이 없다고 자주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것을 알지 못한다.  

대기업 출신을 선호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면피’일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해 사내 정치가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잘못된 일의 책임을 피하는 ‘면피’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새로 뽑은 경력직에 문제가 있다면 누가 그 사람을 뽑았는지를 묻게 될텐데, 누가 봐도 질문을 던질만한 이력이 있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안전빵’으로 가려는 욕구가 많고,  이 안전빵의 대표주자가 바로 대기업 출신을 뽑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다양하게 이직하면서 몸으로 느꼈던 것이 바로, 경력 이직 시 대기업 출신이 월등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참 이직 쉽게 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출이 더 높고 더 유명한 회사로 옮기기 위해 수없이 많은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헤드헌터에게 연락하고, 이력서를 넣었으며, 인터뷰도 많이 했고, 또 떨어지기도 많이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처음에 큰 회사를 다녔더라면 이렇게까지 이직이 어렵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나마 스펙도 괜찮고 이직을 자주 하면서 조금씩 더 규모가 큰 회사로 이동을 해서 여기까지 왔지 한방에 큰 회사로 가려는 사람은 아마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서류와 면접으로 지원자의 실력을 가늠하는데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고, 결국 그 사람이 다녔던 회사 이름을 믿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향후에 직접 창업을 하거나 기술을 배우기 보다는 20~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첫 회사는 힘들더라도 대기업을 도전하시길 추천한다.  내려가긴 쉽지만, 올라가긴 매우 어렵다.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내 직업관련 조언 글에서도 (전문직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요즘 취업이 잘 안 된다니까 너나 나나 자격증 따기에 바쁘다고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딴 자격증이 소용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한 때는 자격증 무용론까지 주장하던 사람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자격증이란 단순히 스펙을 높이는데 쓰이는 자격증이 아니고 전문가로 인정 받고, 그 기술을 통해 창업까지 가능한 자격증을 얘기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자격증이 전혀 없는데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굉장히 따기 어렵다는 자격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자격증이 없지만 일을 잘 하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건 일하는 사람의 입장이고, 뽑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다르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과거에 사람을 뽑으면서 이력서에 괜찮은 자격증(회계사/변호사/세무사 등 1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부어야 취득 가능한 것들)이 적혀 있으면 ‘얘는 적어도 공부는 열심히 했나보다’ 내지는 ‘이론은 대부분 알테니 실무를 어느 정도 아는지만 검증하면 되겠다’ 정도의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반면, 이런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실무와 이론을 어느 정도 아는지 검증하기 위해 면접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건 내가 나와 같이 일할 사람을 뽑을 때의 얘기라 그리 많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내가 이직을 알아보면서 나의 일이 되다 보니 왜 그동안 자격증을 따지 않았는지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

우선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헤드헌터들에게 뿌려놓으면 연락이 와서는 많이 하는 얘기가 “혹시 (회계사) 자격증은 없으시죠?” 이다.

내가 하는 일이 M&A다 보니 회계 관련 지식이 상당히 중요해서 업무를 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 공부도 해서 회계사/회계팀 구성원, 증권 analyst 등을 제외한 사람 중에서는 회계 지식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렇게 M&A쪽에서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다보니 CFO나 이와 비슷한 위치의 관리자 포지션에 대해 오퍼들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내가 회계팀에 속해서 일한 경력이 없다보니 나를 고용하려는 사람들이 내가 회사의 회계/재무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한들, 이걸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자격증부터 물어본다고 생각된다. 또한, 같은 이유로 구인을 의뢰하는 기업 쪽에서도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라고 써 놓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게 말이 우대지, 서류 통과냐 탈락이냐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야 괜찮은 학력에 경력도 나쁘지 않다 보니 이력서를 제출하면 면접을 보자는 경우가 상당히 많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장 초년생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아는 것을 글자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보니 자격증의 보유 여부가 당락을 결정짓는 데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면접까지 가더라도 그 검증의 정도가 매우 다를 수 있다. 피면접자가 이론을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실무 경험만 확인하면 되지만, 둘다 검증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면접 대부분의 시간을 이 사람이 해당 업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증하며 보내야 한다.

나도 최근에 이러한 경우를 겪었는데 이런 면접에 가면, 이력서에 있는 나의 경험을 불신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기 하고, 시간의 대부분을 지식을 테스트하는데 쓰다보니 스트레스의 정도도 상당히 높다. 결국 면접이 서로 맞는지를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이 되기보다는, 말로 시험을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력이 쌓일수록 면접은 회사가 나를 일방적으로 테스트하는 시간이 아닌, 회사와 면접자가 서로 잘 맞을지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무튼, 내가 다른 글에서는 ‘자영업을 할 수 있기 위해 (전문직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라는 포인트로 얘기를 했다고 하면,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도 자격증을 따라’라는 얘기를 추가로 하고 싶다.

결국 똘똘한 자격증이 직장 생활 중에는 훨씬 더 좋은 기회를 열어주고, 직장 생활이 끝나고 나서는 자영업의 길까지 열어준다는 것이다.

다만, 결혼을 하고 애들이 생기고 나서는 자격증 공부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대학생들은 학교 다니느라 바쁘고, 취업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돈 쓰는 재미에, 또 일하느라 바쁘겠지만, 이 때 몇년만 더 고생하면 향후 수십년이 훨씬 나아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꼭 괜찮은 자격증을 준비해 놓으셔서 나처럼 나중에 후회 하시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


관련 글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1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2 (회사 내에서 자영업의 기반을 마련하라)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2 (회사 내에서 자영업의 기반을 마련하라)

1편(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의 내용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이전 글에서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닌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직업 위주로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직장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겠다.

짧으나마 자영업을 해 보니 자영업보다 회사 생활이 훨씬 편한 건 맞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들다던가 이런 것 보다는, 일에 쏟은 노력에 비해 회사원처럼 돈을 많이 버는 자영업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회사 생활이 힘드니 어쩌니 하지만 자영업은 매 순간순간이 나의 소득과 직결되는 선택의 연속이라 심적인 부담이 많고, 돈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힘들어진다.  또 주말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니 쉬는 날도 별로 없고 남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마음 편하게 휴가 가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영업을 권하진 않는다.  본인만의 기술이나 아이템이 있어야 자영업을 해도 승산이 있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본인만의 기술이 없으면 죽을 때가지 회사만 다녀야 한다는건가?  그건 아니다.

회사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돈을 받으면서도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자영업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을 배워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회사의 기능으로는 영업, 마케팅, 디자인 등이 있다.

영업을 하다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 거래하던 회사와의 관계를 활용해 회사를 차린 분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물론 초반에는 이렇게 비빌 언덕을 마련해 놓아야 쉽긴 하지만 꼭 같은 분야가 아니라도 한번 배운 영업의 자세는 여러 업계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판매하는 물건/서비스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걸 제외하면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마케팅 역시 회사 내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가 다니던 회사나 거래하던 회사와의 거래를 터 놓고 마케팅 업체를 차리신 분들도 많다.  마케팅 역시 그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track record나 인맥의 중요성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도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특히 1인 회사를 차리기가 쉽기 때문에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디자인으로 유명한 현대카드에서 나와 카드 디자인 회사를 차리신 분들부터(카드를 자주 내는 신용카드 회사 말고는 카드 디자인을 외주 주는 곳이 많다), 한 회사에 매여있지 않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생활을 하시는 프리랜서까지 굉장히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track record를 만드는 동시에 실력을 키워둘 필요는 있다.

중요한 것은 위에 말한 것 중 디자인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학교에서 배운 실력이 있어야 회사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지만, 영업이나 마케팅의 경우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이런 전공을 한 사람만 뽑는 것도 아니고(영업의 경우에는 아예 이런 학과 자체가 없으니 뽑을 수도 없고),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다른 부서에서 업무를 하다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환보직을 하거나 본인이 지원해서 이 쪽에 발을 들여놓은 분들도 많다.

또한 기본적인 기술이 없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디자인의 경우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이걸 업으로 삼아 홀로서기를 하신 분들도 있다.  물론 이렇게 기술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고, 취미로 하던 일을 업으로 삼으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재무, 전략, 회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부서들이 보통 회사 전체의 계획을 세운다던가 통제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힘도 막강하고, 반면에 회사의 실적을 책임지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부서에서만 일을 해 본 사람은 그 업무 경험을 활용해 스스로 회사를 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안다.)  1인 기업이든 벤쳐든 중소기업이든 차릴 수가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회사 생활을 최대한 길게 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 이러다보니 40이 넘어가면 이직도 쉽지 않아 비굴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결국 이런 사람들이 회사를 나오고 나서 할 것이 없다 보니 프렌차이즈 식당을 하다가 남은 은퇴자금 다 날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인생을 길게 보는 분들께는 회사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 보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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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 – 1

*2017년 2월 21일*

위의 얘기와 다른 얘기이긴 한데, 갑자기 생각난 김에 적는다.  영업이라는 직종이 설명한 바와 같이 미래에 자립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지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물론 실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 (1) 굉장히 자유롭다.  영업의 특성상 외부 사람과 만날 일이 많고 따라서 외근이 많다.  상사가 부하직원 외근 하는걸 모두 따라 다닐 수도 없고 그 내역을 일일히 파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외근을 하다보면 많은 자유 시간이 생긴다.  이 자유시간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하기 쉽지 않은 은행 업무부터 시작해서 , 아파트 모델하우스나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등의 재테크 활동, 당구를 치는 등의 여가활동, 사우나/취침 등의 휴식 활동 등은 물론이고 부업을 하다가 창업에 이르는 분들까지 있다.  (2) 또한 영업의 특성상 접대할 일이 많아 내근직 직원보다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많고 법인카드의 사용도 훨씬 자유롭다.  물론 회사 형편에 따라 아주 헝그리하게 영업을 해야 하거나, 실질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입장이라면 영업비용이 비교적 적게 나올 수도 있지만, 하여튼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보다는 훨씬 풍족한 편이다. (3) 이런 문화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  나같이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고역이 될수도 있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술 접대하는게 즐거운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하여튼 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외출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영업직이 부러운 적이 많았다.

관련 글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1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2 (회사 내에서 자영업의 기반을 마련하라)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1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

나는 요즘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나름 잘 나간다던 직장 생활을 잠시 멈추고 자영업자의 길에 들어서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시점에 내가 그 동안 느낀 점들을 알려 한 명이라도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어떤 것도 회사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학력자다. 외국 유학도 오래 하고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곳에서 석사학위도 받았다. 물론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러한 스펙이 나의 사회 생활을 성공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 믿었다.

한 10년 직장 생활을 하고 지금 내린 결론은, 나의 스펙도, 능력도, 인맥도 나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그냥 듣기보다 훨씬 슬픈 이야기인데 회사에서 꽤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회사도 여러 번 옮겼고 투자 업무를 많이 하였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경영진도 많이 보았다) 모든 면에서 다 훌륭한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대부분은 한 가지 정도는 잘 하는 편에 속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운이 매우 좋았다(right place at the right time)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운이 언제 따를지도 모를 뿐더러 운이 따를 때 나의 어떤 점이 나의 강점으로 작용해 나를 경영진의 길로 인도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경쟁자가 없어서 경영진이 된 사람도 많고(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꼭 이 사람이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이 사람이 가장 못나서 이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좋은 직장으로 이직한 경우도 많다), 오너와 친해서(학연, 지연, 친척) 된 경우야 숱하게 많이 봤고, 회사 초기에 입사해서(보통 회사를 시작한 초기에 입사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쳐주는 좋은 대기업 가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이 사람은 능력이 끝내줘서 경영진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이렇게 회사에서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운이 훨씬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 중 하나다.(물론 직장에서 성공하셨다고 하는 분들은 다르게 얘기하시리라)

여기에다가 나는 대학도 재무 베이스에다가 대학원도 원래 재무 전공으로 들어갔다. 금융권에 가는 것이 당연한 코스인데, 나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확실하게 돈을 버는 기법은 없고, 결국 금융권은 다 사기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주식도 하고 펀드, ELS, 채권 등 금융상품도 거래하지만, 특히 주식과 관련된 금융인들은 99% 사기꾼이라는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여기서 사기꾼이라는 것은 본인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아는 척을 하고 상품을 판다는 점에서 하는 소리다. 원숭이와 월스트리트의 전문가가 주식 예측을 했더니 원숭이가 이겼다는 실험 결과처럼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소위 이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과 도박을 하는 것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금융권은 장점은 양심을 파는 대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양심을 팔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렇다고 나의 연봉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나는 아직까지는 운도 따르지 않고, 자발적으로 비금융권에 들어갔기 때문에 엄청난 급여를 받지도 못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대기업에도 다녔었다) 버티고 있었으면 50대 초반에는 임원 자리에 올라가겠지만, 그래봐야 한 60살이 되기 전에 정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평생 회사 다니면서 버는 총 급여는 아주 대강 계산해도 연봉 평균 7천*25년=17.5억(말했듯이 나의 급여는 낮은 편이 아니다) 이상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세금 떼면 받는 돈은 10억대 초반이겠다. 이것 가지고는 강남에 아파트 한채 사기도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생활비에 자식 교육까지 생각하면 집을 살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언급했듯이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여러모로 훨씬 나은 환경에 있었고, 이게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아니다.

나의 더 큰 고민은 퇴직 그 후였다

내가 가장 걱정됐던 것은 은퇴 후에 20~30년 동안 뭘 해야 하냐는 것이다.

은퇴하면 치킨집 연다는 게 우스게 소리가 되어 버렸지만 나는 은퇴자가 치킨집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 모두다 알 듯이 수십년 회사생활만 하다보니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나마 쉬워 보이는 치킨집을 하는 것이고 2. 은퇴 후(은퇴를 55쯤에 한다고 하면)부터 죽을 때까지 30년을 넘게 살아야 하는데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막막하니 돈을 벌기 위해 그나마 자본이 적게 드는 치킨집을 열려는 것이고 3. 여생을 편히 살아갈 돈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30년 동안 매일 마누라와 손잡고 등산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뭐라도 할 일을 만들기 위해서 그나마 쉬워보이는 치킨집 사장을 하려는 것이라고 본다.(많은 아저씨/할아버지들이 일이 없어도 밖에 나와 시간을 때우시는 것을 보면 할 일 없이 집에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여튼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십억을 이상을 벌어둔 매우 예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45~60세쯤에 찾아올 은퇴 후 20~40년 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이다.

나는 여기서부터 접근했다. 내가 웬만한 회사에서 임원을 하고 정년퇴임을 하더라도 수십억이 없다면 일을 해야 한다 →심지어 수십억이 있더라도 심심해서라도 할 일이 있어야 한다→사무직에서 은퇴한 사람을 써 줄 직장은 많지 않으니 개인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대부분의 직장인은 평생 회사에서 같은 종류의 일만 해 왔기 때문에 회사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이나 스킬이 없다→또, 여러 펑션을 갖춘 회사를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들 뿐더러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배운 업무가 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다.(영업이나 인사 쪽이 아닌 관리직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세운 회사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는 회사에서 부가적인 역할 밖에 없는 이상한 꼴이 된다→따라서 회사를 하기는 힘들고 결국 식당같이 매우 제한적인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이게 로지컬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은퇴 후에 자의든 타의든 소규모 자영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는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돈을 벌고 저금을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내지는 ‘나라에서 어떻게든 해 주겠지,’ 또는 ‘나는 직장에서 성공해서 수십억의 연봉을 받을거야’라는 가능성이 희박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아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한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도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의 창업 설명회는 평일 낮에 있고, 서른이 넘어서 식당 알바를 다시 해 볼수도 없는 노릇이고(물론 경험도 없는데 나이 많은 사람을 써 주는 곳이 없어서), 회사를 다니면서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식당을 열어서 운영해 본다는 것은 망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렇다보니 모두 퇴직(정년퇴직이건 명예퇴직이건) 후에 식당을 열어보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그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문제는, 정년퇴직하고 수중에 몇 억에 있는 돈으로 식당을 차렸다 망하면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취직을 할수도 없고, 돈이 나올데도 없어서 수십년을 국민연금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국민연금이 언제 고갈 될 지는 항상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나는 현재 40이 안 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고 가정을 하고 다른 수단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정년 때 까지 회사만 다니다가 그 때 가서 식당을 여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루라도 젊을 때 열어보면 망하더라도 다시 회사에 들어가던 돈을 빌려서 식당을 다시 해보던 살아날 구멍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식당을 열어보기로 했다.

이게 10년 직장생활 끝에 내린 나의 미래에 대한 결론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한번이라도 직장 후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해 본 후에 미래에 대한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나의 경험으로는 남들보다 잘났다거나, 일을 잘한다거나,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인맥이 좋다거나, 아부를 잘 한다고 해서 회사 생활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이상 규모의 회사에서 이사 이상의 자리에 올라가려면 무엇보다도 운까지 따라야 한다.(내가 본 대부분의 경우 운이 훨씬 중요했다. 회사 좀 다녀 본 분이라면 운 좋은 놈을 이길 방법이 없다는 진리를 깨달으셨을 것이다.)  문제는 이 운이라는 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오너의 자식이 아니라면 대기업의 경영진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1%에도 못 미칠 것이다.

2. 전문직(기술을 가진)이 가능하다면 그 길을 선택하라.

이 얘기를 하면, 의대에 시험 성적이 안 되서 못 갔지, 가기 싫어서 안 갔나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다. 꼭 의사나 변호사 같은 거창한 직업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나도 현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중간에 직업적인 측면에서 외도를 하더라도(예를 들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식당을 차려본다 하더라도) 마음 놓고 돌아갈 수 있는 직업은 전문직 밖에 없다. 안철수씨가 의사를 하다가 백신을 만들고 정치까지 뛰어든 것도, 많은 변호사/검사/판사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도 안 되면 자기의 본래 직업으로 돌아가 개업하면 된다는 자신감 내지는 backup plan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마음놓고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전문직 종사자만 갖는 특권이다.

여기서 전문직이라 함은 꼭 거창한 의사나 변호사 같은 것만 칭하는 것은 아니고 (1) 혼자서도 개업(개인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고 (2) 따라서 정해진 정년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부동산중개사, 미용사, 배우/성우, 인테리어 관련업(인테리어 총괄부터 도배, 목공 등 까지), 자동차 수리, 강사, 특정 분야의 프리랜서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저건 대기업에 다니거나 공무원을 하는 것보다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서 그렇지 굉장히 많다. 주위에 70 넘으셨는데도 (심심하니까 취미 삼아) 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물론 오너나 오너의 친구가 아닌 이상 일반 회사를 다니고 계신 분은 거의 한 명도 없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봐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2016/5/16 업데이트*

최근 위에 말한 (정년이 없는) 직업 중 목수, 페인트공과 일을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내가 돈을 주고 고용을 했는데) 이 중 페인트공은 실제로 60을 넘긴 분으로 지난 수십년간 개인 사업자로 페인트공을 해 오신 분이었고, 하루 일당은 목수가 35만원, 페인트공은 28만원이었다.(일당 숫자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두 분 모두 조수와 함께 일을 하는데 나는 인건비를 조수 것까지 합쳐서 지불하기 때문에 각자의 인건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조수의 인건비를 12만원 정도로 잡을 경우 저 정도의 일당이다. (*2016/05/22 업데이트) 인테리어 하는 분께 오늘 들은 얘기로는 목공 쪽 조수가 일당 15~2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신다. 그러면, 내가 고용한 목수의 일당은 27~32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편 페인트공은 본인이 20만원, 조수가 15만원이라고 페인트공에게 직접 들었다. (페인트공의 조수라고 불리는 분은 50대 아주머니시다)

아… 이런 분들은 일을 하게 되면 식사도 본인 돈으로 안 하신다. 고용하게 되면 아침 and/or 점심 식사비 및 간식/음료비도 인건비와 별도로 지급해 드려야 한다. 나의 경우 목수와 그 조수는 아침, 점심 비용을 드렸고, 페인트공과 그 조수는 점심 식사비를 드렸다.(다만 1인당 한끼 식사비는 목수 쪽은 8천원, 페인트 쪽은 1만원으로 페인트공이 더 비쌌다) 음료 및 간단한 간식도 내가 사서 드리지 않으면 본인들이 사서 드신 후 나에게 청구하신다.

그럼, 둘 중에 일당이 더 낮았던 페인트공을 예로 들어보자. 주5일만 근무해서 한달 20일만 일한다고 가정하고 별도 지급하는 식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월 수입이 400만원이다. 이 분들을 세금계산서도 발행 안 하고 현금(또는 계좌이체)으로 지급을 받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 400만원 그대로 실 수령 한다고 볼 경우, 2016년 기준 연봉 5700만원을 받는 직장인과 같은 수준의 실수령액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페인트공 기준이고 목수는 일당이 더 높다) 게다가 내가 최근에 만난 인테리어 관련 종사자들은 모두(목수, 페인트, 도배, 타일, 데코타일, 싱크대, 전기, 인테리어 총괄)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일을 하셨으니 이 분야에서 잘 나가는 분들의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아, 전기를 얘기하니까 기억나는데 전기분야는 일당을 25만원 청구한다고 종사자에게 직접 들었다. (게다가 이건 직접 보거나 들은 건 아닌 나의 느낌이긴 하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재료상을 정해놓고 쓰기 때문에 재료상으로부터의 리베이트도 대부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재료비는 물론 내가 지급하지만 대부분 고용하는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재료상을 그냥 쓸 것이다.)

하여튼, 일감이 꾸준히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야근 없고 (돈을 더 지불하지 않는 한 초과근로라는 것은 없다), 반대로 일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끝나면 일당은 다 받으면서 일찍 퇴근하시고, 저녁 시간도 자유롭고(대부분 8시에 일을 시작해서 5시에 퇴근하신다.) 몸만 성하다면 딱히 정년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훌륭한 직업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월급 최고치는 직장인보다 적을 수 있더라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총 수입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추가* 타일공도 일당 20~25만원선이라 한다)

위 2번과 관련해 하나의 글을 더 썼으니 확인하시기 바란다.(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3. 유느님(유재석)도 20대에 멍하니 있지 말고 놀기라도 할걸 그랬다는 말을 했었는데 20대에 뭐든지 한 가지를 정해 미친 듯이 해라. 이렇게 미친 듯이 해 본 것이 많을 수록 더더욱 좋다. 노는 것 하나도 놀고 놀고 또 놀아서 노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고, 책을 읽을거면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로 1년에 천권 이상 읽고, 아르바이트를 할거면 자기가 일하는 업종에 대한 흐름을 모두 꿰뚫을 때까지(예를 들어 식당이라면 서빙, 카운터보기, 음식만들기, 청소/설겆이, 재료사기, 구인 등등) 해 봐야 된다. 음악 전반에 대해 꿰고 있는 전문가가 되던지(예를 들어 방송인 김구라씨는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신의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함), 전국의 맛집이란 맛집은 다 섭렵한 미식가가 되던지, 하여튼 뭐든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쳐서 해 봐라. 아니면 차라리 젋었을 때 회사를 차려서 두 세번 말아먹어라. 이게 나중에 당신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 얘기는 수백번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다.) 남들만큼만 놀면서, 남들만큼만 공부하면 절대 남들보다 뛰어날 수 없다.

4. 당신보다 최소 15~20년 이상 더 살아본 멘토를 만나서 조언을 들어라. 여러 명 만날 수 있으면 더 좋다. 당신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물론 인생을 매우 평탄하게만 사시 분이나 꼰대 1~2명만 만나본 후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댓글에도 썼지만 이지성 작가가 운영하는 차이에듀라는 곳에서 독서를 하면서 멘토를 자신이 정해서 여러 분을 만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안다. 본인 스스로 전혀 모르는 사람을 찾아 만나보는 것이 쑥스럽다면 이런 곳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지성 작가가 요즘 상태가 심하게 안 좋아져서 이 분은 모르고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댓글에 이 분을 언급한 부분도 다 삭제했습니다. 다만, 나와 전혀 학연지연 등이 없는 멘토를 찾아가 조언을 듣는 방법론 자체는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 추천합니다.) 이들을 만나 단순히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고, 향후 어떤 직업/직종/산업/트렌드가 유망한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5. 지금 하고 있는 생활(공부든 회사 생활이든)과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병행하라. 이러다가 취미가 직업으로 바뀐 분들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서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축복이라 본다.

관련 글

2번과 관련된 글 :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5번과 관련된 글 :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2 (회사 내에서 자영업의 기반을 마련하라)

**그 외에 취업, 이직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오른쪽 카테고리에 1-2.취업/이직 조언 글들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2018년 11월 10일 추가) 최근에 비슷한 글을 쓴 사장님이 계셔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목 : 직장은퇴 이후 걱정 되신다면 전문 기술을 배우시길 추천합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613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