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사면서 알게된 내용을 쓰고자 한다.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있을수도 있으니 알려 주시기 바란다.)
보통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산다면, 낙찰만 싸게 받는다면 엔카 등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경매를 통한 중고차 구매 비용=경매 낙찰 가격+경매 대행 수수료(수고비)+제세 공과금 정도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인데, 경험해 보니 실제와 너무나도 달랐다.
실제로는
- 경매 회사(현대 글로비스, 롯데오토옥션 등)로 가는 비용
- 자동차 낙찰 금액
- 낙찰부가세 10%
- ———–위 까지는 다들 생각하시는 부분이겠지만, 이 밑으로는 아마 상상도 못 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
- 낙찰수수료 2.2%(현대 글로비스의 경우 상한 44만원, 롯데오토옥션의 경우 33만원)
이 추가로 붙는다. 부가세 10%야 상사로부터 중고차를 사도 붙는다고 하니 어쩔수 없다고 쳐도, 낙찰수수료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것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 있는 직접적인 차 값은 시작일뿐 훨씬 많은 부가 비용이 들게 되니 아래를 잘 보시기 바란다.
- 경매 대행업체로 가는 비용(일반인은 경매에 직접 참여를 못 하기 때문에 대행업체를 써야 함)
- 경매대행 수수료 30~40만원대 (고정금액. 업체에 따라 다르다 함) + 부가세 10%
- 상사매입비 30만원대 (고정금액.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차량은 법적으로 직접 개인에게 넘길 수 없고 상사를 통해 상사에서 매입한 후 다시 개인에게 판매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함)
- 상사매도비 20만원대 (역시 상사를 통해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느라 내야하는 비용) + 부가세 10%
- 인지대 몇만원 (상사를 거치면서 세금을 내야 하나 봄)
- –> 여기까지만 해도 처음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금액보다 100만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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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송료 몇만원(차를 경매장에서 외부로 빼는 비용. 무조건 내야 하는 것으로 보임)
- 성능검사비 몇만원+부가세 10% (나중에 문제가 될 때를 대비해서 성능검사 업체를 통해 큰 문제가 없는지 성능검사를 받는다)
- 성능보증 보험 2만원 이내 (성능 검사 대해 문제가 있을 경우 보상을 하는 보험 가입)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실제로 낙찰된 금액 대비 100~150만원 정도만 더 냈다고 생각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 또 붙는 비용(세금, 그 외 추가로 지불한 비용)들이 있다
- 세금
- 취등록세 7% (이건 모든 중고차 거래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음)
- 추가매입비 : 취등록세의 15% (차량금액이 2800만원이 넘어가는 차량은 추가로 납부함. 경매 낙찰의 경우에만 내는건지 (중고매장에서 사는 것을 포함해) 모든 중고차 거래에 해당되는지는 잘 모르겠음)
- 공채비 0.6%
- 그 외 추가로 지불한 비용
- 추가 수고비: 10만원 – 경매 대행인이 말하기를, 싼 가격에 낙찰을 받으면 고객들이 수고했다고 추가로 수고비를 준다며 의무는 아니지만 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힘. 나는 차를 전혀 싸게 경매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일단 처음에 내가 제시했던 예산보다 2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하였음) 차에 혹시라도 해코지를 할까봐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면 주겠다고 했고 마지막에 10만원을 보내줬음
- 광택/판금/도색 비용: 가격 천차만별 – 내 눈으로 직접 차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가 어느 정도 깨끗한지 알수가 없는데, 내가 사용한 경매 대행업체에서는 다 하라고 유도했음. 나는 처음부터 깨끗한 차를 경매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선에서 광택만 했음.(최초 경매할 차량 선택시에는 기스도 없이 깨끗하다고 했는데, 낙찰이 되고 나니 ‘그래도 중고차인데 새차 같지 않다’며 ‘모두 하라’고 계속 유도) 중고차 매장의 경우 ‘상품화’라고 해서 광택 등을 미리 해 놓고 차값에 포함하는 경우도 많을텐데, 경매의 경우 별도로 처리 필요
- 엔진오일: 10만원 이내 – 역시 내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엔진오일이 어느 정도 상태인지 알수가 없는데, 경매 대행업체는 상태가 아주 안 좋아서 갈아야 한다고 했고, 괜히 안 했다가 해코지를 할까봐 갈라고 했음. 정식 A/S점보다도 약간 비싼 느낌.
- 썬팅 : 가격 천차만별 – 이미 썬팅이 돼 있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썬팅 한지 몇년 됐으니 가는게 좋겠다고 유도함. 이건 끝까지 안 함
- 네비 : 가격 천차만별 – 순정 네비가 달려있는 모델이라 그냥 넘어감
- 블랙박스: 가격 천차만별 – 이미 블랙박스가 달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경매 전 경매인이 찍어서 보내준 물건 사진에도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임) 고장나서 갈아야 한다고 주장. 작동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고장났더라도 직접 하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안 했는데 차를 받고 보니 멀쩡하게 잘 작동하고 있었음
- 탁송료: 몇 만원 – 대중교통도 안 가는 경기도 어딘가에 차가 보관되어 있다고 해서 탁송해서 받을 수 밖에 없었음
위의 “추가로 지불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상사에서 중고차를 샀다면 아예 나갈 필요가 없거나(추가 수고비), 이미 상품화가 되어 있어 이중 지출이 필요없거나(광택/판금/도색), 내가 직접 차를 받고 나서 편하게 바꾸면 될 것(엔진오일, 썬팅, 네비, 블랙박스)들이었다. 하지만 구매자가 직접 볼 수가 없어서 불안하다는 심리를 이용해 반 강제적으로 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아마도 경매대행 업자가 다양한 업체들(광택, 엔진오일, 썬팅, 네비, 블랙박스 등)로부터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강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여튼 처음에는 중고 시세보다 300만원 정도 싸게 낙찰받았다고(낙찰공급가+낙찰부가세) 좋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낙찰수수료+경매 대행 업체로 가는 비용만 해도 150만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있었고, 해코지를 걱정해 추가로 지불한 금액까지 고려하면 시세보다 100만원이나 싸게 산건지 잘 모르겠다. 차가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한 1주일 정도 걸렸고, 그 동안 마음 졸인 것을 생각하면 절약한 금액이 더욱 별 의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잘 생각해보자. 경매를 통해 차를 샀을 때 모든 비용을 제하고도 중고차 매장보다 3~4백만원 싸게 살 수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경매로 차를 산 후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arbitrage)을 보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낙찰 가격이 높아지고, 최종적으로는 중고차 매장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 정상이다.(최소한 효율적 시장 이론에 따르면 그렇다) 시세보다 많이 싸게 사는 경우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보여진다.
하여튼 중고차를 경매로 구매하시려는 분들이 사전에 미리 알아야 할 내용들인 것 같아 알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