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 조언] 10 : 다른 가게 벤치마킹부터 시작하라(어렵다면 베껴라)

보통 식당이라 생각하면 맛이 생각나고, 본인이 식당을 하게 된다고 하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서 어떤 맛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할 것이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한다는 게 맛으로 시작해서 맛으로 끝나는 것은 아님을 직접 운영해 본 분들을 동감할 것이다.
 
간판부터 인테리어, 테이블, 그릇, 수저, 주방, 음식재료 수급, 주방구성, 인력운영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나처럼 요식업을 처음 해 본 초보 사장이라면 이런 것을 알리가 없다. 나도 막상 가게 자리를 계약하기 전까지는 어떤 음식을 할까 말고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월세 계약을 하고 나서 월세를 안 내고 인테리어를 할 약간의 여유기간을 받긴 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지라 막막하기만 했다.
 
아무 것도 모르니 인터넷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지라 네이버를 열심히 검색했다.
인테리어는 네이버 등에 검색을 해 견적을 요청하고 (그러면 관심있는 업체에서는 와서 상담도 하고 사진도 찍어서 간단한 조감도와 함께 견적을 준다)
간판은 인터넷에서 업체를 찾아 인터넷으로 시안을 고쳐가며 만들었다.
식기를 고르기 위해 황학동도 여러 번 갔다.
주방은 내가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 직원을 인터뷰 하면서 의견을 물었고
재료는 인터넷 검색에 잘 안 나와서 아침에 다른 가게에 배달오는 트럭 사진을 찍어서 전화해 보기도 하고
주류업체는 다른 식당 사장님께 물어봐 연락처를 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위의 내용들을 포함해 정말 많은 것들을 한달 정도의 준비 기간 내에 모두 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다면 정말 힘든 일이다. 식당을 하기로 하면서 맛있다는 식당에 음식맛은 벤치마킹 하러 다녔지만 오히려 음식 맛보다 다른 것들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음식맛은 매일매일 내가 조금씩 바꾸면서 수정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것들(간판, 인테리어, 집기, 주방구성 등)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는 변경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돈을 들일 생각을 했더라도 공사를 위해 영업을 잠시 쉬어야 할 수도 있고, 가스 용량 등은 아예 변경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 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천재도 아니고 처음 해 보는 일을 잘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게 벤치마크이다.
뭔가 마음이 드는 식당을 봤다면 사진을 찍어라.
 
눈에 잘 띄는 간판이 보인다면 찍어라
식당 인테리어가 괜찮았으면 찍어라
그릇이 마음에 들었으면 찍어라
요즘은 오픈주방도 많은데 뭔가 장점이 있어 보인다면 일단 찍어라
티비에서 유명한 식당의 주방을 공개한다면 찍어라
식당을 열 곳의 주변 식당에 배달오는 트럭에 붙은 전화번호도 찍어라
메뉴판이 눈에 잘 들어온다면 찍어라
직원들의 유니폼도 찍어라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고 하면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뭔가 기준이 될만한 사진이 있다면 생각하기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도 좋다.
여기저기에 좋은 것만 차용하는 게 힘들다면 일단 100% 베끼고 나서 본인에게 필요없는 부분을 빼거나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려면 자료가 남아 있어야 된다. 노트까지 상세히 적어둔다면 훨씬 좋겠지만, 귀찮다면 사진만이라도 찍어라.
식당을 한다면 두고두고 나에게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식당 창업 조언] 8 :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체결하라

얼마전 계약을 글로 남기란 포스팅을 했었다(계약 협의 시 주의 점-조건을 정확하게 문서로 합의하라) 사실 이렇게 남의 일에 조언을 하기는 쉽지만, 내 일이 되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당을 하게 되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나오는 내용 중에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라는 것이 있다. 서면 교부라는 것은 출력을 해서 상대방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하도급 교육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서면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서면 교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법적 의무 사항이기 때문인데, 이걸 왜 강제했느냐 하면 사용자(음식점 사장)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사전에 합의한 고용조건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약서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하여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의도도 알고 의무인 것도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데, 나도 고용계약서와 관련해 문제를 겪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음식점 운영에 중요한 종업원이 고용조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대부분 급여를 올려 달란 얘기다) 이를 달래기 위해 조건을 몇 변 변경했는데(물론 종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업원에 유리하게 바꿨다) 그때마다 몇가지 이유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었다. 이유라면, 한편으로는 이게 문제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에 고용계약을 맺었으니 조건이 조금 변경되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으며, 더욱이 종업원에 유리하게 조건이 변경되었으니 본인이 이걸 문제 삼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여튼 이러던 와중에 그 종업원이 나가게 됐는데, 근무한지 1년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달라는 것이었다.(그 상황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줄 의무가 없다고 대답을 했는데(더 정확히는,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비는 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이 때 그 종업원이 걸고 넘어진게 계약서 미교부다.

계약서 미교부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천재지변이 아니면) 교부해야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상당한 벌금(내 기억으로는 3천만원 정도 됐던 듯)이 부과된다. 이것을 알고 있던 그 종업원은, 본인에게 퇴직금(1개월치 월급)을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계약서 미교부로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눈치 채셨겠지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는게 아니고, 계약서 미교부를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직원도 퇴직금과 관련하여 소송을 한다면 본인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송 등을 통해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는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심지어 벌금을 상당부분 경감해 주더라도) 사업주인 나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 또한 노동법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노무사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동안 법률 검토를 했던 경험들을 볼 때 계약서 미교부와 관련해 내가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종업원이 원하는 퇴직금을 주고 벌금을 안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시 이 일은 중간 지점에서 절충하여 마무리 되긴 했으나, 계약서 미교부로 인해 사업주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보통 식당 사장님들은 계약서 미교부 문제가 노동청의 검사 등이 나왔을 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신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드시 모든 계약과 조건 변경에 대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면 교부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식당 창업 조언] 7 :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미들급 가격의 메뉴를 구성하라

최근 “자영업 트렌드 2019 : 판의 변화 – 영리한 겁쟁이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를 발견했다.

“미들급” (104페이지에 등장)

미들급 스시야(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의 스시가게)는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단어이긴 한데, 책에서는 이 개념을 모든 음식점에 확장하여 해석한 것이다.

책에서 이 부분의 핵심은 꼭 가격이 아주 싸지 않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나의 이전 글에서 낮은 가격(6,000~9,000원)의 일반적인 음식을 팔면 회전율이 매우 높지 않을 경우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식당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또, 같은 글에서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 변화로 직장인의 저녁식사(야근을 위한 식사 포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높은 회전율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높은 회전율이 나오기 어렵다면, 이제 개인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나의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식당의 생존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음식점(모든 음식점은 아니고 직장인들이 평소 점심 식사를 하는 만원 이내의 음식점)의 음식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지만, 이걸 올리자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게 되므로 아무도 이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과 음식이 똑같은 상황에서 가격만 올린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따라서 기존보다 더 풍성한 구성의 미들급 메뉴가 필요한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도 미들급 메뉴는 음식재료비가 늘어남으로 인한 비용 상승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하이엔드급(비싼) 음식점의 한계를 느낀 오너(셰프)들이 미들급 음식점으로의 확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책에 나오는 내용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메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SNS으로 인해 음식의 비주얼이 중요해진만큼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음식을 풍성하게 구성해 사진찍을 거리를 만들어주는 미들급 메뉴가 최근 시류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는 일반적인 한식은 미들급 메뉴의 구현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맛과 가격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웬만큼 훌륭하지 않고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더 정확하게는 일단 높은 가격표를 보고 나면 그 음식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비싸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미들급에 초밥, 회덮밥, 우동 등 일식이나 프렌치 식당 등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

[식당 창업 조언] 6: 지하에 식당을 여는 건 어떨까?

나는 식당을 지하에 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도 높은 권리금과 월세 때문이었다.

당시 식당 자리를 보고 다닐 때 1층에 있는 가게들은 최소 1억, 높게는 3억 정도의 권리금을 요구했었고, 월세도 30평에 300~500만원 정도를 요구했었다.(경기가 안 좋다보니 요즘은 이보다 훨씬 많이 내려갔으리라 생각되긴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지하 치고는 엄청나게 높은 권리금을 주긴 했다. 나는 워낙 1층에 있는 가게들이 높은 권리금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비해서는 상당히 싸다고 느꼈었는데, 지하에는 잘 되는 가게의 메뉴까지 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권리금의 거의 붙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식당을 열 때 나이가 든 후에 식당을 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 해보는 개념으로 접근했었기 때문에 너무 높은 투자비용은 큰 부담이었고, 고민 끝에 지하에서 어느 정도 잘 되던 식당 위치에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 식당은 큰 건물의 지하 상가(일명 아케이드)에 있는 여러 가게 중의 하나가 아니라 작은 건물에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에 이 식당만 단독으로 있는 그런 곳이었다.

1층보다는 당연히 좋지 않을거란 기본적인 생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던 것은 주변에 회사가 있어서 고정적인 수요도 있고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관광객 손님도 받을 수 있어 영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 보면 아마도 식당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계약을 마치고 직원을 구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는데 장사를 시작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부터 내가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면접보러 온 사람들의 상당수가 “지하인지 몰랐다”며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 내지는 믿음직스럽지 못함을 나타냈고, 심지어 한 여자분은 약 2시간 동안 식당은 지하에 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른 곳을 찾아 보라고 조언을 해 주셨다.

당시 이미 월세 계약은 물론 권리금까지 준 상태라 시작도 하기 전에 손해를 보면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인데다가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만 가지고 시작을 했다. 헌데 가게를 하다보니 지하에 있다는 게 정말 큰 단점이라는 게 실감이 됐다.

내가 느낀 지하 가게의 최대 단점은 광고 공간이 작다는 것이다. 1층 식당은 식당 자체가 광고판이라 할만큼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식당 간판 뿐 아니라 식당의 외관/인테리어, 그 안에서 밥 먹는 모습까지 보여주게 된다. 2층도 밥 먹는 사람까지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건물 외관의 상당부분을 광고판으로 쓸수가 있다. 반면 지하에 있는 식당은 간판 하나 다는게 전부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 나같이 계단 입구를 치장할 수 있으면 나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상황에 따라 밖에 배너 1~2개를 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마저도 상황에 따라 단속반이 나와서 회수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가게의 존재 자체를 알기가 쉽지 않다. 식당을 한지 1년이 넘는 시점에도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들어오며 “이런 식당이 있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얼마나 눈에 잘 띄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두번째 단점은 잠재 고객이 가게 분위기나 가게에 있는 손님을 볼 수 없어 쉽게 결정을 못하고 갈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디가 맛있는 식당인지 잘 모르는 경우 손님이 많은 가게를 찾게 된다. 손님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한편으로는 막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추정 때문인데, 지하에 있는 식당은, 특히 나처럼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식당이 나오는 곳은 이런 걸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게에 설치된 CCTV를 들여보다고 있으면 계단 앞에서 내려올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오다가 올라가는 사람, 계단을 내려와서 가게 내부를 살펴보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니 고객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세번째 단점은 직원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식당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지하 식당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아마도 지하 식당이 대체로 오래가지 못한 걸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면접하러 와서는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지하에서 식당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거나 매출이 잘 나오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꽤 있다.

네번째 단점은, 내가 있었던 비교적 오래된 작은 건물들에만 있는 단점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하수 배출에 문제가 있다. 지상에서는 물을 쓰고 나면 중력에 의해 오수가 하수관을 따라 하수도까지 흘러간 후 하수도를 통해 배출되게 되는데, 지하에 있다보니 하수도가 지하층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중력만으로는 물을 버릴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사용한 하수를 배수펌프로 하수도 있는데까지 퍼 올려야 하는데, 이게 보통 자동 스위치를 써서 물이 어느 정도 차면 자동으로 펌프가 돌아가도록 만들어 놓긴 하지만 고장이 잦아서 수동으로 작동해 줘야 하는 경우도 많고, 겨울에 퍼올리는 관이 어는 등등 관리에 애로가 있다. 또, 펌프를 계속 돌릴 수 없으므로 하수를 일정정도까지 보관해놓는 집수정에 물만 아니라 음식물 잔해가 쌓일 수 밖에 없으므로 자주 물이라도 뿌려서 청소해 주지 않으면 음식이 썩어서 더러워지고 냄새까지 나게 된다. 또한, 집수정 펌프가 고장날 경우 건물주가 교환해 줘야 겠지만, 교환하는 동안 하수를 버리지 못해 장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잦지는 않겠지만 심장이 덜컥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새벽 시간에 상수도 파이프가 터진 적이 있었다. 아침에 가게로 내려가는데, 온통 바닥이 물바다였다. 위에 말한대로 자동 스위치가 오래 전에 고장나 펌프를 수동으로 켜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없는 새벽에 물이 유입되다 보니 물을 빼줄 방법이 없었고, 지하에 20cm 정도 물이 차서 출근하자마자 전 직원이 물을 퍼올린 적이 있다. 그나마 물이 몇 시간 안 나와서 천만다행이지, 만약 퇴근 직후나 주말에 터졌다면 가게 전체가 1m가 넘는 물탱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너무 당연히도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면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분, 어린아이가 있는 집, 유모차가 있는 가족 등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잘 안 올 수 밖에 없다.

나의 경험을 종합해 볼 때 지하층은 낮은 보증금, 월세, 권리금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나, 초보가 식당을 하기에는 정말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음식을 팔거나, 다른데서는 찾기 힘든 메뉴를 제공하는 등 굳이 지하까지 내려와서 먹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미리 고려하시고 지하 가게를 알아보시기 바란다.

[식당 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투잡을 고민해 본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오토매장이라는 꿈같은 얘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세팅만 해 놓으면 알아서 돌아가서 나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마법.

나도 한 때 이런 꿈을 꾸었었지만 현실은 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보통 생각하는 음식점 자영업에는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1) 개인브랜드 대규모 식당  (2) 개인브랜드 소규모 식당  (3) 프렌차이즈

(1) 개인브랜드 대규모 식당 – 음식점 자영업을 해 본 적이 없는 직장인이 섣불리 시도할게 아니다.  창업비용만 수억 든다. -> 일단 제외

(2) 개인브랜드 소규모 식당 – 아무래도 경험도 없고 돈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작은 규모의 음식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25평 이내의 크기에 직원은 3명 이내로 아담한 느낌에 단골들이 찾아와 정답게 이름을 부르며 맛으로 소문난 식당. 상상하기에는 좋지만 이런 식당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들을 찾아보자.

(2-1) 3명 이내의 직원의 맹점 : 내가 오토 비슷하게 음식점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이다.  직원 3명 이내라면 보통 이런 구성을 띄게 된다. 주방+서빙+서빙(겸 매니저) 또는 주방1+주방2+서빙(겸 매니저).  두 가지 모두 맹점이 있는데 바로 1명이 그만두거나 무단 결근을 해 버리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방+서빙+서빙(겸 매니저)의 경우 주방이 안 나오면 그 날은 장사를 접어야 한다.  서빙하던 사람이 갑자기 음식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당을 불러도 그 음식점에서 하던 고유의 맛을 낼 수가 없으니 그 날 온 손님은 음식맛이 바꼈다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음식법이나 재료 위치, 조리기구 등이 손에 익지 않아 평소 속도에 맞춰 음식이 나올 수도 없으니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불만이 당연히 나온다.  무단결근으로 하루만 안 나오면 그나마 나은데 그만 둬 버리면 더 골치가 아프다.  대타로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레시피와 조리 연습 시켜서 제대로된 맛의 음식이 제 시간에 나오려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3~4일은 걸린다.  주방 맡을 사람을 이때부터 다시 뽑아야 한다면 정말 지옥이 된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주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주방 면접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니저에게 알아서 뽑으라고 해도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생긴다.

주방1+주방2+서빙(겸 매니저) 역시 서빙이 안 나오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베테랑 서빙 일당을 불러도 그 가게의 메뉴, 동선에 익숙해 지는데 3~4일은 걸린다. 게다가 단순 서빙 말고 청소부터 단골관리, 재고 주문 등도 아는 게 없으니 제대로 하는 게 어렵기 마련이다.  일당 받는 서빙은 혼자서 이래저래 고생하다가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하기 십상이다.  주방 서브(sub)를 일단 서빙으로 돌리면 안 되냐는 사람도 있을텐데, 물론 그게 가능하면 얼마냐 좋겠냐만 주방에 계신 분 중에는 접객하는 게 싫거나 본인이 그런 걸 잘 못해서 잘 안 보이는 주방에 계시는 분도 많다.  따라서 이것도 많은 경우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2-2) 4명 이상 직원 고용 시 어려움 : 위에 말한 3명 이내의 직원의 어려움을 타파하려면 한명이 빠져도 서로 보완이 되는 최소 4명 시스템(주방1+주방2+서빙1+서빙2(겸 매니저))로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구성할 경우 이제부터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기준 주 6일 Full-time(하루 12시간) 근무하는 직원 4명을 쓰려면 월 최소 941만원(7530원*12시간*4명*26일) 정도의 임금을 줘야 한다. 보통 생존하는 식당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30% 정도로 잡는데 그러려면 이 식당의 월 매출은 3,137만원(941만원/30%)이 되어야 한다.  월 매출 3,137만원이면 일 평균 매출로는 121만원(3,137만원/26일)이고 7천원짜리 음식을 판다고 하면 하루 173명의 손님이 있어야 한다.  30평대의 음식점이라 하면 테이블이 많아야 60개 정도 될거고 그러면 만석(full table)으로 3회전이 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옛날에는 점심 2회전(실제로는 4명 자리에 2명도 앉고 3명이 앉고 심지어는 1명이 앉는 경우도 있으니 좌석이 100% 만석될 수가 없어서 점심시간에만 3~4회전에 가까운 엄청난 회전율이 나와야 함), 저녁 1회전을 하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주 40시간 근로로 인해 야근이 사라져 저녁 식사 손님이 식당의 절반도 안 차는 요즘에는 가능하지 않은 숫자다.  결국 매출의 한계로 위 i.에서의 케이스처럼 3명 구성에다가 필요시 알바를 추가로 쓰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어서,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가게가 안 돌아가는 문제로 되돌아오게 된다.

(2-3) 점장 또는 주방장의 횡포 : 매물로 나온 음식점을 보러 다니다 보면 ‘이 식당은 오토로 돌리고 있는데 직접 하시면 매출 또는 이익률이 15%는 올라갈 거에요’ 같은 멘트를 꽤 듣는다.  난 처음에는 비싸게 팔려는 허풍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음식점을 해 보니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주인이 하루만 안 와도 직원들이 느슨해 지는데 직장 다닌다고 자주 안 오는 주인이라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나는 회사 일로 바빠서 마감(정산하게 가게 문 닫는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잦아지니 매니저 마음대로 손님이 없다고 점점 빨리 문을 닫는 일이 생겼다.  ‘오늘 손님이 없으니 일찍 닫고 내일 열심히 하겠다’는 변명을 하는데 더 열심히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들 뭘 할수 있을까?  식당은 오프라인 장사라 문 여는 시간과 매출이 어느 정도 연동되기 때문에 오래 문을 열어두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이렇게 문을 빨리 닫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출에 따라 점장에게 성과급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더니, 낮에 매출이 적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매출 목표를 달성 못 할 것 같으면 가차없이 빨리 닫아 버린다.  따라서 말이 오토매장이지 매일 가게에 가서 마감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간다고 보기 어렵다.

또 내가 직접 식당에서 일을 할 때는 재료비를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두번은 여기저기 가격을 물어봐서 가장 싼 곳에 주문하고, 단가가 비싼 재료(주로 농수산물)은 좀 멀더라도 새벽같이 청량리 시장에 나가서 재료를 사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내 맘 같지 않아서 편의를 위해 재료 공급처를 한 두 군데로 몰아버린다.  당연히 재료비가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게 그렇게 자주 주문할 재료가 아닌데 이상하게 자주 주문한 물건들이 있다.  굳이 그 이유를 밝혀내면 더 이상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추가 주문을 해서 본인이 집에 가져가서 먹던지, 가짜 주문을 하고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재료를 주문하던 때와 비교해 재료비가 15% 이상 올라가는 현상을 겪게 된다.  다시 말하면 개인 브랜드 식당은 오토로 돌리게 되면 재료비가 급등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들을 겪거나 들은 사람은 “시스템”으로 관리되서 “사람 문제”가 끼어들기 힘든 프렌차이즈 창업을 고려하게 된다.

(3) 프렌차이즈 식당 창업을 통한 오토매장 실현

사람에 치여 음식점 경영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들은 자연히 시스템화 되어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적은 프렌차이즈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음식은 대부분 본사에서 만들어져서 오니 별 요리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주방에 들어가서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고, 재료 주문도 POS와 연동되어 자동화 되어 있으니 여러 군데 재료상을 알아볼 필요도 없고, 직원이 빵꾸나면 본사에서 지원을 해 줄수도 있는 등등의 이유로 오토매장을 돌리려는 직장인들에게 프렌차이즈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없지 않으니, 직접 사서 만드는 것에 비해 월등히 비싼 재료비와 매출과 연동해 지불하는 로열티이다.(프렌차이즈에 따라 재료비에서 더 많이 남기는 대신 로열티는 안 내는 등 다양한 모델이 있음) 결국 인건비에서 줄이는 비용을 높은 재료비로 다시 지출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본사에 인테리어를 맡겨야 하고 가맹비도 내야 하는 등 창업비 자체가 몇 배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따라서 망했을 때 타격은 오히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개인 브랜드로 하면 매장 세팅부터, 주방이며 힘들긴 하지만 이것저것 배우는 것들이 있는데, 프렌차이즈는 문 닫고 나면 남는게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안타깝지만 일반적인 직장인 혼자서는 오토 매장을 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설령 어느 정도 오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마감 및 직원들 관리하러 나가줘야 한다.   이러면 직장인의 장점인 장기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가게를 여는 날은 매일 나가줘야 하기에… (참고 : [식당 창업 조언] 9 : 식당을 열면 장기휴가나 해외여행은 잊으셔야 될지도 모릅니다. )

예외 1)  레시피가 매우 간단해 그대로 따라하면 누구든 만들 수 있거나, 거의 완제품 단계의 음식을 사서 데워주기만 하거나(프렌차이즈에서 음식을 대 주는게 아니라 공산품을 사서 데우는), 어디선가 이미 만들어진 메인 음식을 제공해 주는 프렌차이즈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따라서 숙련된 요리사 없이 알바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음식점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결국 메뉴구성이 포인트이다.

예외 2) 직원 한명이 무단결근이나 갑자기 퇴사했을 경우에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는(대부분의 소규모 개인브랜드 오토매장이 여기에 해당될 듯) 배우자나 가족이 최소한 하루 한번 정도 나와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야 오토매장이 가능하시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직장인 사장이 회사로 출근을 했는데 자기 가게의 핵심직원 한 명이 출근을 안 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움은 둘째치고, 몇 일 일당 쓰고, 새 직원 면접 보고, 매뉴얼 가르치고 하다보면 그 여파가 최소 2~3주가 간다. 다만 이걸 오토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게 가능하더라도 역시 배우자나 가족에게 맡겨놓고 자기 혼자만 휴가를 가기도 어려운 노릇이라 같이 휴가 가는 건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당 창업 조언] 4 : 광고의 중요성

생긴지 얼마 안 된 가게들은 단골이 없기 때문에 뜨내기 손님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보통 식당을 오래 하신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단골이 생기고 자리를 잡는데 짧게는 1년에서 3년 정도는 걸린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단골이 생길 때까지 뜨내기 손님들로 버텨야 할텐데 어떻게 그런 손님들을 끌 수 있을까?

 

내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의 경우 지하에 위치해 있고 입구도 작아 확 눈에 띄는 곳이 아니다.  특히 지하에 있다 보니 다른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끌려서 들어오는 고객이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관광지에 근처에 있는 관계로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적지 않게 왔었는데 점점 줄어들더니 올 봄부터의 거의 관광객이 없어지다시피 했다.  나는 막연히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서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오판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메뉴 개선도 끝나고 해서 밖에 세워두는 배너 광고판을 다시 만들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띄엄띄엄 메뉴를 개선해 왔는데(주문이 적은 메뉴는 빼고 새로운 메뉴를 넣는 작업들), 메뉴를 하나 바꿀 때마다 새로 배너를 만드는 것은 돈 낭비라고 생각하여, 기존 배너에서 빠진 메뉴 위에 종이를 붙여서 새 메뉴를 붙이는 임시 방편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메뉴가 너무 많이 바뀐 탓에 배너 전체에 덕지덕지 종이가 붙은 꼴이 되어 버려서, 아예 디자인부터 새로 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 동안 관광객들이 줄어든 것이 배너의 문제라고는 생각을 안 했었기에 배너를 새로 만들었다고 해서 손님이 늘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왠걸…  거짓말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드 사태 이전보다 중국인 관광객은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더 늘어나고 꾸준해졌다.

 

단지 배너를 바꿨을 뿐인데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지난 몇 달 동안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도고 있었는ㄴ데, 배너에 종이를 덕지덕지 붙이다보니 눈에 안 들어오고 매력적이지 않게 보여서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면서도 광고 쪽에는 일해보지 않았기에 광고의 힘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경험을 해 보니 잘 만든 광고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지 어림짐작은 할 수 있었다.  정말 치밀하게 광고/마케팅 방법을 고민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2017년 6월 27일 최초 작성

요리 학원 수강기 – 한식조리기능사(한식조리사) 자격증 관련

2016년 2월 16일 최초작성

 

평생 직업을 찾다가 항상 하고 싶었던 식당을 하려고 했다.  근데 식당은 커녕 음식도 해 본적이 없으니 이걸 어쩐다.  음식할 줄 모르고 식당을 열면 주방장한테 끌려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음식부터 배우고 식당을 시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요리학원이 가장 많다는 종로가 집에서 멀지 않다는 것.  일단 가장 가까운 요리 학원 몇 군데를 가서 브로슈어도 받아오고 설명도 들었다.  학원에서는 칼도 잡아본 적 없으니 일단 기초반을 들으란다.  근데 요리당 수강료가 기초반이 가장 비싸다.  수강생 수가 적어서 비싼건지 더 많이 가르쳐서 비싼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이면 자격증반 수강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식조리사 자격증반을 신청했다.

조리사자격증반은 개강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중간에 아무 때나 시작해서 요리를 다 배우면 끝난다.  그래서 학원에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새로 들어오고 또 끝난 사람은 나간다.  워낙 자주 바뀌다보니 대화하거나 서로에 대해 알게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 그냥 요리만 배우고 간다.

수강을 하면 접시나 음식 재료 등은 학원에서 준비를 해 주지만, 칼, 조리복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있다.  난 잘 몰라서 등록하면서 학원에서 일괄로 사긴 했지만, 몇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어서 적어보니 혹시나 필요하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일단 칼.  당연히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게 칼이다.  칼을 모으는 쉐프도 있고, 쉐프들은 보통 몇 십만원짜리 칼을 쓰는 것 같다.  나도 키보드 키감, 펜의 필기감 등 손맛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서 요리를 시작하면서 나한테 어떤 칼이 맞는지 몰라 그냥 학원에서 파는 싸구려 칼을 골랐는데 이게 문제가 많았다.  일단 한식조리사 실기시험은 음식을 정해진 치수대로 만들어야 한다.  학원에서 보면 교사들은 대게 자기 손가락으로 크기를 외워서 손가락을 대보고 크기를 맞춘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면 된다. (실기시험 볼 때 손가락을 대고 치수를 재거나 하면 요리에 익숙치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하니 주의)  헌데 내 손가락의 어디까지가 2cm였고, 어디까지가 5cm였는지 항상 헷갈린다.  그렇다고 시험장에 자를 가져갈 수도 없고… 이럴 때 길이 표시가 되어있는 칼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실기시험때 길이를 재면서 하면 안 되지만, 칼에 길이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물론 감독관이 안 볼 때 슬쩍슬쩍 재 볼수도 있고)  길이가 표시되어 있는 칼들은 바로 아래에 내가 얘기한 물러빠진 칼보다는 강도도 더 좋은 것 같다.

또 하나는 너무 싼 칼을 사면 칼을 만든 쇠 자체가 물러서 칼날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시험보기 전에 집에서 칼을 잘 갈아놓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집에 숫돌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시험 전날 공부하기도 바쁜데 잊지 않고 칼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실기 시험볼 때 안 드는 칼(요리학원에서 사서 요리학원 다니면서 썼던)을 가져갔었는데 쇠고기를 다져야 하는데 잘 잘리지가 않아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학원에서는 얼어있는 고기를 써서 그런지 부드러운 고기를 써서 그런지 이 칼로도 비교적 잘 다져지는데 시험장에 있는 고기는 완전 해동이 되어 있고 잘 안 썰린다.  잘 다져진 고기로 요리를 해서 제출했어야 하는데 덩어리가 보이는 고기를 제출했으니 그 결과가 좋았을리가 없다.

여기서 칼을 살 때 조언 하나.(칼의 종류에 대한 내용은 나의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아마 시험용 교재를 파는 곳에서 칼을 사셨다면 대부분 일반적인 middle tip일텐데 이 경우는 크게 문제는 없을텐데, 나는 집에 있던 헹켈(쌍둥이칼) five star를 써 보기도 했다.  이 칼의 한식을 만드는데 문제가 있는데 high tip이라 다지기 등을 할 때 약간 불리하다.  실기시험 볼 때는 낯선 환경, 시간 압박 등으로 인해 작은 문제만 있어도 손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게 마련인데 다지기가 잘 안 되면 허둥대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시험 볼때는 high tip은 지양하시길 바란다.

칼에 대한 조언을 또 하나 하자면 요리학원에서는(그리도 시험장에서도) 칼을 혹사 시키는데(도마를 정리할 때도 칼날로 훑고, 다지기 할 때도 칼날로 흩어진 재료를 쓱쓱 모으고, 뼈도 칼로 마구잡이로 자르고) 이러면 좋은 칼도 금방 날이 나가게 마련이다. (칼가는 분에게 보여드리면 칼을 막 썼다고 안 좋아 하신다)  따라서 학원이나 시험장에서는 너무 좋은 칼은 좀 피하시고 집에서만 쓰시는 게 칼을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불만은 교재.  나는 학원에서 파는 교재(그 교재는 그 학원의 계열사가 만든 책이기도 하다)를 사서 썼는데 그다지 좋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 동영상 CD가 제공되지 않아서 유튜브 등에서 동영상을 검색해서 봐야 한다.  2) 실기 시험 전 마지막 정리를 위한 페이지가 없다.  몇 페이지에 이름과 사진만(또는 중요한 조리방법까지) 적어놓은 정리 노트가 있다면 시험 직전에 확인해 보기 매우 좋을텐데 그런게 없었따.  3) 교재가 전체적으로 크고 페이지가 많아서 무겁고 찾기도 힘들다.  작은 핸드북 크기의 교재가 있다면 들고 다니거나 공부하기 편했을 것이다.  위에 지적한 문제점들을 개선한 교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본 것은 아니어서 추천까지는 못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다른 도구들은 요리학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도 별 문제가 없는데 위에 언급한 두 가지는 조금 알아본 후에 사시면 더 좋을 것 같아 조언을 남긴다.

 

*2016년 3월 2일 추가*

최근에 다른 일로 다른 요리학원에 갔었는데, 거기는 내가 다녔던 학원과는 달리 너무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다.  사실 자격증 학원에 다닐 때도 다른 학원들에 상담하러 들어갔다가 시설이 안 좋길래 가장 좋은 곳을 선택했었는데(가장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시설 차이가 밖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 많이 났다.   그런데, 조리자격증 시험장의 시설(나는 서울 상설시험장만 가 봤지만)은 가장 좋은 학원 시설보다 훨씬 열악하다.  특히 시험장에서는 조리대의 크기도 작아서 접시를 펼쳐 놓을수도 없을 뿐더러 위생을 위해 접시를 수시로 닦으며 사용하라고 하는데 좋은 시설의 학원은 조리대가 넓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전 연습은 좀 모자라지 않나 싶다.  따라서 그냥 재미나 자기계발을 위해 요리 학원에 다닌다면 쾌적한 시설을 보유한 곳을 추천하겠지만 자격증 코스를 다니신다면 너무 시설이 좋은 곳은 피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가본 곳이 몇 군데 안 가서 다른 곳들이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배운 곳이 국내 최고 시설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