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 조언] 8 :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체결하라

얼마전 계약을 글로 남기란 포스팅을 했었다(계약 협의 시 주의 점-조건을 정확하게 문서로 합의하라) 사실 이렇게 남의 일에 조언을 하기는 쉽지만, 내 일이 되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당을 하게 되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나오는 내용 중에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라는 것이 있다. 서면 교부라는 것은 출력을 해서 상대방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하도급 교육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서면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서면 교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법적 의무 사항이기 때문인데, 이걸 왜 강제했느냐 하면 사용자(음식점 사장)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사전에 합의한 고용조건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약서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하여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의도도 알고 의무인 것도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데, 나도 고용계약서와 관련해 문제를 겪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음식점 운영에 중요한 종업원이 고용조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대부분 급여를 올려 달란 얘기다) 이를 달래기 위해 조건을 몇 변 변경했는데(물론 종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업원에 유리하게 바꿨다) 그때마다 몇가지 이유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었다. 이유라면, 한편으로는 이게 문제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에 고용계약을 맺었으니 조건이 조금 변경되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으며, 더욱이 종업원에 유리하게 조건이 변경되었으니 본인이 이걸 문제 삼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여튼 이러던 와중에 그 종업원이 나가게 됐는데, 근무한지 1년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달라는 것이었다.(그 상황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줄 의무가 없다고 대답을 했는데(더 정확히는,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비는 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이 때 그 종업원이 걸고 넘어진게 계약서 미교부다.

계약서 미교부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천재지변이 아니면) 교부해야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상당한 벌금(내 기억으로는 3천만원 정도 됐던 듯)이 부과된다. 이것을 알고 있던 그 종업원은, 본인에게 퇴직금(1개월치 월급)을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계약서 미교부로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눈치 채셨겠지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는게 아니고, 계약서 미교부를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직원도 퇴직금과 관련하여 소송을 한다면 본인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송 등을 통해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는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심지어 벌금을 상당부분 경감해 주더라도) 사업주인 나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 또한 노동법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노무사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동안 법률 검토를 했던 경험들을 볼 때 계약서 미교부와 관련해 내가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종업원이 원하는 퇴직금을 주고 벌금을 안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시 이 일은 중간 지점에서 절충하여 마무리 되긴 했으나, 계약서 미교부로 인해 사업주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보통 식당 사장님들은 계약서 미교부 문제가 노동청의 검사 등이 나왔을 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신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드시 모든 계약과 조건 변경에 대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면 교부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식당 창업 조언] 7 :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미들급 가격의 메뉴를 구성하라

최근 “자영업 트렌드 2019 : 판의 변화 – 영리한 겁쟁이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를 발견했다.

“미들급” (104페이지에 등장)

미들급 스시야(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의 스시가게)는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단어이긴 한데, 책에서는 이 개념을 모든 음식점에 확장하여 해석한 것이다.

책에서 이 부분의 핵심은 꼭 가격이 아주 싸지 않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나의 이전 글에서 낮은 가격(6,000~9,000원)의 일반적인 음식을 팔면 회전율이 매우 높지 않을 경우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식당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또, 같은 글에서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 변화로 직장인의 저녁식사(야근을 위한 식사 포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높은 회전율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높은 회전율이 나오기 어렵다면, 이제 개인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나의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식당의 생존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음식점(모든 음식점은 아니고 직장인들이 평소 점심 식사를 하는 만원 이내의 음식점)의 음식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지만, 이걸 올리자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게 되므로 아무도 이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과 음식이 똑같은 상황에서 가격만 올린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따라서 기존보다 더 풍성한 구성의 미들급 메뉴가 필요한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도 미들급 메뉴는 음식재료비가 늘어남으로 인한 비용 상승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하이엔드급(비싼) 음식점의 한계를 느낀 오너(셰프)들이 미들급 음식점으로의 확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책에 나오는 내용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메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SNS으로 인해 음식의 비주얼이 중요해진만큼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음식을 풍성하게 구성해 사진찍을 거리를 만들어주는 미들급 메뉴가 최근 시류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는 일반적인 한식은 미들급 메뉴의 구현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맛과 가격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웬만큼 훌륭하지 않고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더 정확하게는 일단 높은 가격표를 보고 나면 그 음식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비싸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미들급에 초밥, 회덮밥, 우동 등 일식이나 프렌치 식당 등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

[식당 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투잡을 고민해 본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오토매장이라는 꿈같은 얘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세팅만 해 놓으면 알아서 돌아가서 나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마법.

나도 한 때 이런 꿈을 꾸었었지만 현실은 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보통 생각하는 음식점 자영업에는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1) 개인브랜드 대규모 식당  (2) 개인브랜드 소규모 식당  (3) 프렌차이즈

(1) 개인브랜드 대규모 식당 – 음식점 자영업을 해 본 적이 없는 직장인이 섣불리 시도할게 아니다.  창업비용만 수억 든다. -> 일단 제외

(2) 개인브랜드 소규모 식당 – 아무래도 경험도 없고 돈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작은 규모의 음식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25평 이내의 크기에 직원은 3명 이내로 아담한 느낌에 단골들이 찾아와 정답게 이름을 부르며 맛으로 소문난 식당. 상상하기에는 좋지만 이런 식당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들을 찾아보자.

(2-1) 3명 이내의 직원의 맹점 : 내가 오토 비슷하게 음식점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이다.  직원 3명 이내라면 보통 이런 구성을 띄게 된다. 주방+서빙+서빙(겸 매니저) 또는 주방1+주방2+서빙(겸 매니저).  두 가지 모두 맹점이 있는데 바로 1명이 그만두거나 무단 결근을 해 버리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방+서빙+서빙(겸 매니저)의 경우 주방이 안 나오면 그 날은 장사를 접어야 한다.  서빙하던 사람이 갑자기 음식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당을 불러도 그 음식점에서 하던 고유의 맛을 낼 수가 없으니 그 날 온 손님은 음식맛이 바꼈다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음식법이나 재료 위치, 조리기구 등이 손에 익지 않아 평소 속도에 맞춰 음식이 나올 수도 없으니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불만이 당연히 나온다.  무단결근으로 하루만 안 나오면 그나마 나은데 그만 둬 버리면 더 골치가 아프다.  대타로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레시피와 조리 연습 시켜서 제대로된 맛의 음식이 제 시간에 나오려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3~4일은 걸린다.  주방 맡을 사람을 이때부터 다시 뽑아야 한다면 정말 지옥이 된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주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주방 면접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니저에게 알아서 뽑으라고 해도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생긴다.

주방1+주방2+서빙(겸 매니저) 역시 서빙이 안 나오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베테랑 서빙 일당을 불러도 그 가게의 메뉴, 동선에 익숙해 지는데 3~4일은 걸린다. 게다가 단순 서빙 말고 청소부터 단골관리, 재고 주문 등도 아는 게 없으니 제대로 하는 게 어렵기 마련이다.  일당 받는 서빙은 혼자서 이래저래 고생하다가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하기 십상이다.  주방 서브(sub)를 일단 서빙으로 돌리면 안 되냐는 사람도 있을텐데, 물론 그게 가능하면 얼마냐 좋겠냐만 주방에 계신 분 중에는 접객하는 게 싫거나 본인이 그런 걸 잘 못해서 잘 안 보이는 주방에 계시는 분도 많다.  따라서 이것도 많은 경우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2-2) 4명 이상 직원 고용 시 어려움 : 위에 말한 3명 이내의 직원의 어려움을 타파하려면 한명이 빠져도 서로 보완이 되는 최소 4명 시스템(주방1+주방2+서빙1+서빙2(겸 매니저))로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구성할 경우 이제부터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기준 주 6일 Full-time(하루 12시간) 근무하는 직원 4명을 쓰려면 월 최소 941만원(7530원*12시간*4명*26일) 정도의 임금을 줘야 한다. 보통 생존하는 식당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30% 정도로 잡는데 그러려면 이 식당의 월 매출은 3,137만원(941만원/30%)이 되어야 한다.  월 매출 3,137만원이면 일 평균 매출로는 121만원(3,137만원/26일)이고 7천원짜리 음식을 판다고 하면 하루 173명의 손님이 있어야 한다.  30평대의 음식점이라 하면 테이블이 많아야 60개 정도 될거고 그러면 만석(full table)으로 3회전이 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옛날에는 점심 2회전(실제로는 4명 자리에 2명도 앉고 3명이 앉고 심지어는 1명이 앉는 경우도 있으니 좌석이 100% 만석될 수가 없어서 점심시간에만 3~4회전에 가까운 엄청난 회전율이 나와야 함), 저녁 1회전을 하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주 40시간 근로로 인해 야근이 사라져 저녁 식사 손님이 식당의 절반도 안 차는 요즘에는 가능하지 않은 숫자다.  결국 매출의 한계로 위 i.에서의 케이스처럼 3명 구성에다가 필요시 알바를 추가로 쓰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어서,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가게가 안 돌아가는 문제로 되돌아오게 된다.

(2-3) 점장 또는 주방장의 횡포 : 매물로 나온 음식점을 보러 다니다 보면 ‘이 식당은 오토로 돌리고 있는데 직접 하시면 매출 또는 이익률이 15%는 올라갈 거에요’ 같은 멘트를 꽤 듣는다.  난 처음에는 비싸게 팔려는 허풍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음식점을 해 보니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주인이 하루만 안 와도 직원들이 느슨해 지는데 직장 다닌다고 자주 안 오는 주인이라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나는 회사 일로 바빠서 마감(정산하게 가게 문 닫는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잦아지니 매니저 마음대로 손님이 없다고 점점 빨리 문을 닫는 일이 생겼다.  ‘오늘 손님이 없으니 일찍 닫고 내일 열심히 하겠다’는 변명을 하는데 더 열심히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들 뭘 할수 있을까?  식당은 오프라인 장사라 문 여는 시간과 매출이 어느 정도 연동되기 때문에 오래 문을 열어두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이렇게 문을 빨리 닫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출에 따라 점장에게 성과급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더니, 낮에 매출이 적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매출 목표를 달성 못 할 것 같으면 가차없이 빨리 닫아 버린다.  따라서 말이 오토매장이지 매일 가게에 가서 마감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간다고 보기 어렵다.

또 내가 직접 식당에서 일을 할 때는 재료비를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두번은 여기저기 가격을 물어봐서 가장 싼 곳에 주문하고, 단가가 비싼 재료(주로 농수산물)은 좀 멀더라도 새벽같이 청량리 시장에 나가서 재료를 사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내 맘 같지 않아서 편의를 위해 재료 공급처를 한 두 군데로 몰아버린다.  당연히 재료비가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게 그렇게 자주 주문할 재료가 아닌데 이상하게 자주 주문한 물건들이 있다.  굳이 그 이유를 밝혀내면 더 이상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추가 주문을 해서 본인이 집에 가져가서 먹던지, 가짜 주문을 하고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재료를 주문하던 때와 비교해 재료비가 15% 이상 올라가는 현상을 겪게 된다.  다시 말하면 개인 브랜드 식당은 오토로 돌리게 되면 재료비가 급등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들을 겪거나 들은 사람은 “시스템”으로 관리되서 “사람 문제”가 끼어들기 힘든 프렌차이즈 창업을 고려하게 된다.

(3) 프렌차이즈 식당 창업을 통한 오토매장 실현

사람에 치여 음식점 경영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들은 자연히 시스템화 되어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적은 프렌차이즈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음식은 대부분 본사에서 만들어져서 오니 별 요리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주방에 들어가서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고, 재료 주문도 POS와 연동되어 자동화 되어 있으니 여러 군데 재료상을 알아볼 필요도 없고, 직원이 빵꾸나면 본사에서 지원을 해 줄수도 있는 등등의 이유로 오토매장을 돌리려는 직장인들에게 프렌차이즈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없지 않으니, 직접 사서 만드는 것에 비해 월등히 비싼 재료비와 매출과 연동해 지불하는 로열티이다.(프렌차이즈에 따라 재료비에서 더 많이 남기는 대신 로열티는 안 내는 등 다양한 모델이 있음) 결국 인건비에서 줄이는 비용을 높은 재료비로 다시 지출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본사에 인테리어를 맡겨야 하고 가맹비도 내야 하는 등 창업비 자체가 몇 배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따라서 망했을 때 타격은 오히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개인 브랜드로 하면 매장 세팅부터, 주방이며 힘들긴 하지만 이것저것 배우는 것들이 있는데, 프렌차이즈는 문 닫고 나면 남는게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안타깝지만 일반적인 직장인 혼자서는 오토 매장을 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설령 어느 정도 오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마감 및 직원들 관리하러 나가줘야 한다.   이러면 직장인의 장점인 장기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가게를 여는 날은 매일 나가줘야 하기에… (참고 : [식당 창업 조언] 9 : 식당을 열면 장기휴가나 해외여행은 잊으셔야 될지도 모릅니다. )

예외 1)  레시피가 매우 간단해 그대로 따라하면 누구든 만들 수 있거나, 거의 완제품 단계의 음식을 사서 데워주기만 하거나(프렌차이즈에서 음식을 대 주는게 아니라 공산품을 사서 데우는), 어디선가 이미 만들어진 메인 음식을 제공해 주는 프렌차이즈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따라서 숙련된 요리사 없이 알바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음식점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결국 메뉴구성이 포인트이다.

예외 2) 직원 한명이 무단결근이나 갑자기 퇴사했을 경우에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는(대부분의 소규모 개인브랜드 오토매장이 여기에 해당될 듯) 배우자나 가족이 최소한 하루 한번 정도 나와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야 오토매장이 가능하시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직장인 사장이 회사로 출근을 했는데 자기 가게의 핵심직원 한 명이 출근을 안 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움은 둘째치고, 몇 일 일당 쓰고, 새 직원 면접 보고, 매뉴얼 가르치고 하다보면 그 여파가 최소 2~3주가 간다. 다만 이걸 오토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게 가능하더라도 역시 배우자나 가족에게 맡겨놓고 자기 혼자만 휴가를 가기도 어려운 노릇이라 같이 휴가 가는 건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당 창업 조언] 3: 식당은 술을 파는 곳이다

내가 식당을 열면서 가장 잘못한 것 중에 하나는 식당이 밥을 파는 곳이라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술을 팔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던 탓에 술을 전혀 안 팔겠다는 생각도 했다.(첫 주방장이 술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에 강조를 해서 넣긴 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식당업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 됐다는 걸 깨닿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밥(식사)만 팔아서 잘 되는 식당은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손님들에게 밥집으로 인식되면 점심 매출은 나올지 몰라도 저녁에는 거의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걸 깨닿고 나서 보면,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는 가게들도 밥(식사)으로 알려진 집들은 저녁에는 파리를 날리거나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걸 알게 된다.(대신 아침 장사를 하는 곳들이 많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저녁에까지 찾아가서 밥을 사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저녁에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은 술집이지 밥집이 아니다.  또 술을 먹으러 가서 밥(식사.  여기서는 후식)을 먹는 경우는 있지만 밥을 먹으러 가서 술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에 밥집이 되는 곳은 극히 드문데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동네의 싼집, 커플들이 찾아갈만한 집, 야근이 일상이라 저녁 먹고 와서 일하는 게 일상이 돼 있는 회사 근처 정도이다.)

 

문제는 한번 사람들의 머릿 속에 밥집으로 인식되면 술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밥집에 술을 먹으러 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아무리 술 메뉴를 넣어놔도 위치가 굉장히 좋아서 지나가다가 보이는 경우가 아니면 거기 가서 술을 마셔야겠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머리 속의 술집 후보에 아예 처음부터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와서 맛을 보고 안 먹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맛을 보려고 오는 술 손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술을 안 파는 게 뭐가 문제고, 점심에 많이 팔면 되지 저녁에 손님 없는게 어떻냐고 묻을 수도 있다.  이건 인건비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다.(나도 그랬다)

식당 인력의 대부분(특히 파출)은 2가지 시간제로 움직인다. 1) 5시간제(반일)  2) 12시간제(전일)이다.  반일제가 6시간이 아닌 5시간인 이유는 하루에 두 탕을 뛰어야 하는 사람은 이동시간 및 식사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비워주는 것이다. 알바들 역시 아무리 조금 일하려고 해도 교통비에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2~3시간 일하는 것은 답이 없기 때문에 보통 4~5시간은 일하려고 한다.  게다가 일 잘하는 사람은 중간에 다른 가게로 이동하는 게 귀찮아서 웬만하면 한 가게에서 12시간을 일하고 싶어한다.  이런 구조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뭔가 하면 내가 점심 장사에 집중 하겠다 하더라도 인력은 최소 5시간(9~오후 2시, 또는 10시에서 오후 3시)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점심에 한창 바쁠 때만 2시간 썼으면 좋겠는데 5시간을 써야 한다.  또, 저녁장사 1시간을 하려고 해도 다시 최소 5시간을 써야 한다.  그런데 5시간 짜리 파출을 2명 쓰는 것보다 12시간짜리 파출을 1명 쓰는게 싸다.  이러다보니 보통 12시간 일하는 인력을 구하게 된다.  손님은 대부분 점심에 들더라도 인력은 하루 종일 쓰기 때문에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굉장한 비용 낭비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점심에만 식당을 열기도 아쉽다보니 저녁까지 문을 여는데, 심한 경우 점심에는 벌고 저녁에는 돈 까먹는 일이 발생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녁 장사가 단다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점심에는 음식만 먹기 때문에 객단가가 낮다.  또한 점심에 비싼 음식을 먹는 것에 부담을 갖기 때문에 똑같은 메뉴도 점심에 더 싸게 판다.(물론 100% 저녁 메뉴와 똑같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점심에 손님이 많더라도 테이블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술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술을 추가로 판다고 해서 나의 노력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술 판매의 장점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대로 점심 밥을 먹는 식당으로 인식되면 저녁에 손님이 안 온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식당 메뉴는 저녁 술장사를 위주로 짜고, 점심은 인건비를 뽑는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식당 창업 조언] 2: 한식 식당 창업은 비추 (부제 : 한식과 양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나라는 식당 음식값이 싸다. 한식만.

우리나라는 유독 물가에 비해 음식점 음식 값이 싸다.  미국에 가보면 마트에서 파는 농수산물은 그렇게 싼데 식당음식은 엄청나게 비싸다.  음식 자체도 비싼데 세금 따로내고 팁까지 주고 나면 점심 한끼 먹는데 만원은 예사고 기본이 2~3만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많고, 집에서 점심을 싸와서 먹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끼 먹는데 6~7천원이면 되고, 이는 대부분의 햄버거 세트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식값이 싼데,  특별한 기념일이라고 5만원짜리 양식은 쉽게 먹지만, 5만원 짜리 한식은 내 돈으로는 먹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김영란법이 시작되자 그렇게 많은 한정식집들이 망해 나간 것이다.  비싼 한식은 남의 돈으로, 법인카드로 먹는 것으로 생각했지, 자기 돈 내고 한정식 먹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외국 음식은 만들기가 쉬운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음식점을 하다보니 왜 최근에 젊은이들이 한식을 피해서 다른 종류의 음식점 여는지 이해가 된다.  가장 맛내기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가장 값을 못 받는게 한식이라는 것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식이 아닌 다른 나라 음식은(특히 양식) 만들기는 너무 쉬워서 몇 일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맛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파스타를 몇 번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파스타에는 들어가는 재료도 거의 없고,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이 없이 누구나 만들수 있는 수준에다가, 들어가는 재료도 얼마 없다보니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도 거의 없다.  혼자서 만들더라도 20분 내에 한 그릇을 만들 수 있고, 여러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을 필요도 없다.  파스타에 나오는 반찬이래봤자 피클 정도인데도 반찬이 적다는 투정도 안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드는게 쉽다고 해도 우리는 요즘 파스타 한 그릇에 1.5만원~3만원을 내는데 별로 거리낌이 없다.  매일 먹는게 아닌 어쩌다 먹는 음식이고, 한식보다는 “있어보인다는” 이유에서이다.

피자 역시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도우(피자반죽)만 준비된다면 세상에 이렇게 만들기 쉬운 음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모짜렐라 치즈와 몇 몇 재료만 뿌리면 되는데 3살짜리 아이들도 만들 수 있다.(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보신 분은 알거다)   이 음식 역시 재료비 3~4천원 짜리를 1.5만~2.5만원씩 주고 사 먹으면서도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테이크 역시 숙성 과정을 빼면 고기 굽는 것은 장비의 차이일 뿐 딱히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굽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 걸 5~10만원씩 주면서 비싸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다.

한식은 들어가는 노력과 인건비, 재료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반면 만드는데 수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만드는 내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하고, 가스도 많이 쓰고, 들어가는 재료도 수십가지 되는 국밥은 7천원이 넘으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반찬을 여러가지 안 주면 불만을 토로한다.  만드는 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워낙 많다보니 똑같은 방법으로 국밥을 만드는 집이 없고, 따라서 맛도 모두 다른데(심지어 같은 레시피로 만드는 분점들도 맛이 다르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다보니 한식은 프렌차이즈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식은 기본적으로 가게에서 직접 만들기가 쉽지 않고, 준비하는데 많은 품이 들어가며, 맛을 내기는 더욱 힘들기 때문에 본사에서 완제품 또는 반제품으로 만들어오는 음식이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량으로 많드는게 더 쌀 뿐만 아니라 일정수준 이상의 맛(진한 맛)을 내는데 더 유리하다.  이렇다보니 한식은 프렌차이즈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양식은 대부분 워낙 만들기도 쉽고 재료비도 얼마 안 들다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만들어서 배분하는 것이 별다른 경쟁력이 없다.

하지만 프렌차이즈는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프렌차이즈는 본사에서 가져가는 마진이 많다보니 가맹주가 가져가는 게 별로 없다.  한식은 그 자체로도 원가율이 높아서 남는게 없지만, 한식 프렌차이즈를 하면 인건비는 덜 들더라도 재료비가 더 높기 때문에 한식으로 돈을 버는 가게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누가 식당 개업에 대해 물어보면 딴 걸 떠나서 매일 먹는 식사 종류의 한식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17년 3월 26일 최초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