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조언] 7 : 직급체계 단순화(직급통폐합)가 직장인에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최근 많은 회사들이 직급을 통합해서 예전에 사원-(주임)-(계장)-대리-과장-차장-부장 같이 많던 직급을 3개 정도로 줄이거나 아예 통폐합 해 하나로 만드는 것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직장 경력이 없는 분들은 이렇게 하면 수평적인 회사 문화가 구축되고, 능력에 따라 평가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시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노리는 목적이나 효과는 좀 다릅니다.
 
이러한 직급 간소화 대해서 회사들이 겉으로는 의사 소통을 잘 되게 만들고 등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연봉 인상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전에는 직급이 올라갈 때 직급별 최소 연봉이나 직급상승 시 추가 연봉인상 같은 장치들이 있어 연봉을 확 올릴 기회가 꽤 있었지만 이제는 S 고과를 받는 사람 말고는 임금상승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 직급별 최소 연봉 : 예를 들면 대리 1호봉 연봉이 4000이라고 하면, 사원 때 임금상승율이 낮아(또는 고과를 잘 못 받아서 임금이 하락한 경우라도) 사원 말호봉 때 3,100밖에 못 받던 사람도 대리로 진급하면 4,000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 직급상승 시 추가 연봉인상 : 예를 들어 고과에 의한 연봉상승이 3% 수준이더라도 직급이 사원에서 대리에 올라갈 때는 금액으로 500만원을 더 주던지, 10%의 임금상승을 추가로 주어 13% 연봉 인상을 하는 것 같은 혜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직급이 줄어들면 직급 상승(승진)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렇게 획기적으로 연봉이 인상될 기회가 거의 사라지고 매우 높은 고과(S)를 받지 못하면 대부분 물가상승률(2~3%)이나 그 이하 수준으로 연봉이 상승하게 됩니다.

 
고과 또한 급여를 안 올리는데 포커스가 맞춰서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회사가 목표 대비 성과가 100%이면 B에 맞춰져 있을 겁니다.  연초에 계획했던 대로 모두 이루면 B를 받는다는 얘기이고, 그러면 연봉 상승율은 물가상승률이나 그 아래 수준이 될겁니다. 목표대비 120%쯤 되야 A를 받을텐데, 어떻게 하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A를 받으려면 (1) 목표가 말도 안 되게 낮거나, (2) 결과가 말도 안 되게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도 안 되게 낮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상사나 HR에서 막을 것이므로, 결론적으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말도 안 되게 좋은 성과가 나와야 A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말도 안 되게 좋은 성과라는 건 개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라기 보다는, 그냥 운이 매우 좋았다고 봐야 하고, 평생 몇 번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 봤자 평균 B를 받게끔 평가 시스템이 설계되어있고, B를 받으면 대부분 2~3% 수준의 연봉 상승이 되는 겁니다.
 
직급이 아예 없어진다면 연봉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직급이 전혀 없는 회사에서 (따라서 직급상승에 따른 연봉 특별 상승이 없다면) 연봉 3,000만원에 입사한 직원이 20년간(이 정도 일하면 고참 부장~임원 정도 되겠죠) 매년 3%(아마도 B 고과 받았겠죠)의 연봉 인상을 받더라도 연봉이 5,418만원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4%(A의 하단이 이 정도일 겁니다)라고 하더라도 6,573만원입니다.

예전처럼 대리로 진급하면 최소 4,000, 과장은 5,000, 차장은 6,000, 부장은 7,000만원은 받을 수 있다 이런 공식이 사라지는 겁니다. 게다가 중간에 회사 상황이 안 좋다는 이유로 몇 년 임금 동결이 되거나, 안 좋은 고과를 받아서 연봉이 깎이기라도 하면 이보다도 훨씬 낮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실제로 대기업에서도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능력이 좋기 때문에 매년 S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겉으로는 결과에 따른 절대평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전년 회사 실적과 비교하고, 다른 부서 간 비교하고, 팀 내에서 비교하는, 심지어는 개인의 작년 성과와 비교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개인의 성과가 매년 완전히 똑같은 경우라도 매년 같은 연봉 인상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고과에 쿼타(quota)를 두고있고(예를 들어, 팀 내에서 S는 5%, A는 10% 이내로 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 만약 팀에 8명이 있다면 S는 0.4명 이내로 줄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1명도 줄 수 없음), 여기에 더해, 많은 회사들은 S를 주려면 반대급부를 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예를 들어, 팀 내에서 1명에게 S를 주려면 반드시 1명은 C를 받아야 한다. – C는 보통 연봉 동결) 실제로는 물가상승 수준의 연봉인상(B나 A의 하단)으로 평준화 됩니다.

또한 연봉 상한선을 정해놓는 회사도 있기 때문에 매년 S를 받더라도 연봉이 일정수준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거나, 일정 수준이 넘는 연봉을 받는 직원에 대해서는 정규직 계약은 못하고 계약직으로 일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드렸습니다만, 결론은 이런 직급 통폐합이 회사에 매우 유리한 제도이지,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