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인건비 싸움이다.
음식점은 인건비 싸움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나도 식당을 하기 전에 같은 말을 들었었고 으레 과장이 많이 섞인 엄살을 부리는 말인줄 말았다. 하지만 직접 식당을 해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식당을 하는데 매월 들어가는 고정비는 많지 않다. 식재료, 소모품, 전기, 수도, 가스비 등 대부분이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비례해서 늘어나는 변동비이고, 매출과 상관없이 나가는 고정비는 월세와 인건비 정도이다. 이 중 월세는 한번 정해지면 재계약시까지는 변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전 고정비인 반면, 인건비는 사업의 규모에 따라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고정비이면서도 변동비인데, 아마도 많은 식당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이 될 것이다.
가게 주인이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5평 미만의 또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아주 작은 음식점이 아닌 이상 식당을 하는데 최소 3명 정도는 필요하다. 홀서빙+주방장+주방보조 또는 홀서빙 2+주방장 정도. 이렇게 3명을 풀타임 정규직으로 쓰면 1인당 평균 200만원 수준은 되므로 한달에 인건비만 최소 600만원이 나간다. 주방장을 경력이 좀 있다는 사람을 쓰면 700만원이 넘어 버린다. 한 그릇에 7000원짜리 음식을 판다면, 인건비 커버하는데만 한달에 1,000그릇 정도를 팔아야 하고, 한달 25일로 계산하면 하루에 40그릇 정도가 오롯이 인건비이다. 문제는 30평 정도의 매장이라고 하면 식당이 한번 가득차야 40명 정도일텐데, 점심 식사만을 통해 테이블 1회전을 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직장인들이 대부분 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심 시간에 나오는 매출은 모두 인건비로 빠져야할 가능성이 높고, 저녁 식사의 일부도 인건비 주는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식당 주인은 인건비만 주면 되는 게 아니라 음식 재료비 주고(일반적으로 식당의 재료비는 총 매출의 30% 수준), 거기서 또 가스/전기/수도요금, 월세 등을 줘야 한다. 이렇다보니 빨 비용 다 빼고서 식당 주인에게 돌아가는 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 많은 것이다.
처음 식당을 열고서 시도때도 없이 뿌려지는 자영업자 대출 명함을 보고서 도대체 왜 이렇게 뿌려대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식당을 좀 운영해 보니 식당을 해 돈을 남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고, 그 많은 대출 명함이 많은 식당들이 인건비도 뽑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전국의 수많은 영세 식당들이 외부 직원을 거의 안 쓰고 온 식구가 들러붙어서 인건비 아끼면서 겨우겨우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처음에 식당을 하면서 음식값이 비싼 레스토랑들이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웬만큼 좋은 재료를 쓰더라도 재료비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원가만 따지면 몇 만원짜리 파스타 같은 건 바가지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그런데 이제 이해가 되는 것이,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많은 직원을 쓰기 때문에(때로는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결국 대부분의 음식값이 이들 인건비를 주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서양 선진국의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값이 비싼 것도 거의 대부분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고, 반대로 동남아의 음식값이 싼 것은 재료비가 싼 이유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26일 최초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