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중고차 사기 3/4] 경매로 살 때 안 좋았던 점들

이전 글들에서 경매를 통해 금액/비용적으로 안 좋았던 면을 다뤘다고 하면, 이번에는 좀 더 정성적인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나에게 가장 큰 불편함은 차의 외관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보내 주기는 하나, 반짝거리는 자동차의 특성상 어디에 기스가 있는지 등등을 알아보기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기스가 있다고 알려주는 사진을 봐도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현지에서 차를 직접 보고 있는 경매대리인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고, 만약 경매대리인이 놓친 부분이 있다면 잠재 매수자는 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의 큰 성능적인 문제는 (소정의 돈을 내는) 성능검사와 성보험을 통해 커버를 한다고 쳐도, 외관에 대해서는 경매에 성공하면 나면 그 다음부터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경매대리인이 자꾸 돈을 들여 광택, 도색을 하라고 강요하는 이유 중 하나도, (본인이 받는 리베이트도 물론 있겠지만) 외관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을 커버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기대치는 그렇다고 쳐도, 차를 받기 전에 광택/도색 뿐 아니라, (나중에 받아봤더니 멀쩡했던) 썬팅, 블랙박스도 갈라고 여러 번 권유하고, 엔진오일도 갈라고 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상태를 보고 결정했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요구했을 때 다른 차의 사진을 보내도 딱히 알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막막하다.  앞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이런 비용의 일부는 경매대리인에게 리베이트도 들어갈꺼라 생각하고, 그걸 못 받게 될 경우 경매대리인이 화가 나서) 혹시라도 차에 해코지를 할까봐 적당한 선에서 했다.  참고로 경매대리인은 딱히 소요 예상비용과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도 먼저 얘기하지도 않았고, 물어 봤을 때도 시장가보다 더 비싸다고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두번째 문제는 차량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없다는 것이다. 

엔카 등 사이트의 경우, 정형화된 옵션이나 기물 리스트가 있어서 뭐가 있고 뭐가 없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경매의 경우 그런 것이 제공되지 않는다.  별도로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는 경매대리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수많은 차들을 한두시간 내에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도 큰 문제점 위주로만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산 자동차는 깔끔하게 잘 썼다라고 경매대리인이 얘기했던 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구성품이 다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동차 매뉴얼을 비롯한 어떠한 종이서류도 없었고, 자동차키(스마트키)도 하나밖에 없었다.  차를 받기 전까지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사안들이라 받고 나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런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나처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체크리스트가 있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하지만, 잠재매수자가 체크리스트 양식을 만들어서 경매대리인에게 보내주고 작성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확인을 해 줄지는 모르겠다.

(약간은 나의 실수도 있었지만) 타이어와 관련된 문제도 겪었다. 경매대리인으로 부터 자동차를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받았는데, 그 중에 타이어도 사진도 있었다.  타이어의 트레드(수명)가 얼마 남았는지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사진에는 왼쪽 앞이다, 오른쪽 뒤다 이런 코멘트가 없이 쭉 4개의 타이어 사진을 받았고, 이 중 1개의 브랜드가 달랐다.  나는 ‘당연히’ 1개의 타이어만 다른 것일 거라고는 생각을 않고 (내가 알기로 타이어가 1개만 다르면 안전성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로 브랜드가 다르더라도 앞이든 뒤든 같은 회사 제품으로 1조(pair)로 되어 있을거라 생각하고 물어보지 않았다.(이게 나의 실수도 있었다고 말한 이유다)  아무래도 안전과 관련된 것이다보니 경매대리인이 이런 내용도 주의를 줬으면 좋았을텐데, 일언반구도 없어서 직접 차를 받기까지는 타이어 1개만 다른 브랜드일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결국 경매를 통한 자동차 매수는 전적으로 경매대리인의 의견만 듣고 판단할 수 밖에 없고, 내가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도 지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되돌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중고차 매장보다 수백만원을 싸게 사는 것도 아니고, (경매대리인이 유튜브에 올릴 정도로 아주 운이 좋게 싸게 산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과적으로는 수십~1백만원 내외로 싸게 산다고 칠 때, 이런 불안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그래도 상태가 괜찮은 (하지만, 경매대리인을 통해 돈을 내고 광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페인트가 벗겨지고 균일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차를 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어디가서 하소연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다음에 중고차를 산다면, 글쎄…  다시 경매를 통해서 살지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