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내 직업관련 조언 글에서도 (전문직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요즘 취업이 잘 안 된다니까 너나 나나 자격증 따기에 바쁘다고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딴 자격증이 소용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한 때는 자격증 무용론까지 주장하던 사람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자격증이란 단순히 스펙을 높이는데 쓰이는 자격증이 아니고 전문가로 인정 받고, 그 기술을 통해 창업까지 가능한 자격증을 얘기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자격증이 전혀 없는데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굉장히 따기 어렵다는 자격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자격증이 없지만 일을 잘 하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건 일하는 사람의 입장이고, 뽑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다르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과거에 사람을 뽑으면서 이력서에 괜찮은 자격증(회계사/변호사/세무사 등 1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부어야 취득 가능한 것들)이 적혀 있으면 ‘얘는 적어도 공부는 열심히 했나보다’ 내지는 ‘이론은 대부분 알테니 실무를 어느 정도 아는지만 검증하면 되겠다’ 정도의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반면, 이런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실무와 이론을 어느 정도 아는지 검증하기 위해 면접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건 내가 나와 같이 일할 사람을 뽑을 때의 얘기라 그리 많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내가 이직을 알아보면서 나의 일이 되다 보니 왜 그동안 자격증을 따지 않았는지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

우선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헤드헌터들에게 뿌려놓으면 연락이 와서는 많이 하는 얘기가 “혹시 (회계사) 자격증은 없으시죠?” 이다.

내가 하는 일이 M&A다 보니 회계 관련 지식이 상당히 중요해서 업무를 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 공부도 해서 회계사/회계팀 구성원, 증권 analyst 등을 제외한 사람 중에서는 회계 지식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렇게 M&A쪽에서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다보니 CFO나 이와 비슷한 위치의 관리자 포지션에 대해 오퍼들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내가 회계팀에 속해서 일한 경력이 없다보니 나를 고용하려는 사람들이 내가 회사의 회계/재무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한들, 이걸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자격증부터 물어본다고 생각된다. 또한, 같은 이유로 구인을 의뢰하는 기업 쪽에서도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라고 써 놓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게 말이 우대지, 서류 통과냐 탈락이냐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야 괜찮은 학력에 경력도 나쁘지 않다 보니 이력서를 제출하면 면접을 보자는 경우가 상당히 많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장 초년생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아는 것을 글자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보니 자격증의 보유 여부가 당락을 결정짓는 데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면접까지 가더라도 그 검증의 정도가 매우 다를 수 있다. 피면접자가 이론을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실무 경험만 확인하면 되지만, 둘다 검증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면접 대부분의 시간을 이 사람이 해당 업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증하며 보내야 한다.

나도 최근에 이러한 경우를 겪었는데 이런 면접에 가면, 이력서에 있는 나의 경험을 불신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기 하고, 시간의 대부분을 지식을 테스트하는데 쓰다보니 스트레스의 정도도 상당히 높다. 결국 면접이 서로 맞는지를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이 되기보다는, 말로 시험을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력이 쌓일수록 면접은 회사가 나를 일방적으로 테스트하는 시간이 아닌, 회사와 면접자가 서로 잘 맞을지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무튼, 내가 다른 글에서는 ‘자영업을 할 수 있기 위해 (전문직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라는 포인트로 얘기를 했다고 하면,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도 자격증을 따라’라는 얘기를 추가로 하고 싶다.

결국 똘똘한 자격증이 직장 생활 중에는 훨씬 더 좋은 기회를 열어주고, 직장 생활이 끝나고 나서는 자영업의 길까지 열어준다는 것이다.

다만, 결혼을 하고 애들이 생기고 나서는 자격증 공부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대학생들은 학교 다니느라 바쁘고, 취업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돈 쓰는 재미에, 또 일하느라 바쁘겠지만, 이 때 몇년만 더 고생하면 향후 수십년이 훨씬 나아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꼭 괜찮은 자격증을 준비해 놓으셔서 나처럼 나중에 후회 하시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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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식당 창업 조언] 8 :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체결하라

얼마전 계약을 글로 남기란 포스팅을 했었다(계약 협의 시 주의 점-조건을 정확하게 문서로 합의하라) 사실 이렇게 남의 일에 조언을 하기는 쉽지만, 내 일이 되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당을 하게 되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나오는 내용 중에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라는 것이 있다. 서면 교부라는 것은 출력을 해서 상대방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하도급 교육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서면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서면 교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법적 의무 사항이기 때문인데, 이걸 왜 강제했느냐 하면 사용자(음식점 사장)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사전에 합의한 고용조건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약서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하여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의도도 알고 의무인 것도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데, 나도 고용계약서와 관련해 문제를 겪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음식점 운영에 중요한 종업원이 고용조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대부분 급여를 올려 달란 얘기다) 이를 달래기 위해 조건을 몇 변 변경했는데(물론 종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업원에 유리하게 바꿨다) 그때마다 몇가지 이유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었다. 이유라면, 한편으로는 이게 문제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에 고용계약을 맺었으니 조건이 조금 변경되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으며, 더욱이 종업원에 유리하게 조건이 변경되었으니 본인이 이걸 문제 삼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여튼 이러던 와중에 그 종업원이 나가게 됐는데, 근무한지 1년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달라는 것이었다.(그 상황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줄 의무가 없다고 대답을 했는데(더 정확히는,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비는 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이 때 그 종업원이 걸고 넘어진게 계약서 미교부다.

계약서 미교부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천재지변이 아니면) 교부해야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상당한 벌금(내 기억으로는 3천만원 정도 됐던 듯)이 부과된다. 이것을 알고 있던 그 종업원은, 본인에게 퇴직금(1개월치 월급)을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계약서 미교부로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눈치 채셨겠지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는게 아니고, 계약서 미교부를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직원도 퇴직금과 관련하여 소송을 한다면 본인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송 등을 통해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는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심지어 벌금을 상당부분 경감해 주더라도) 사업주인 나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 또한 노동법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노무사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동안 법률 검토를 했던 경험들을 볼 때 계약서 미교부와 관련해 내가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종업원이 원하는 퇴직금을 주고 벌금을 안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시 이 일은 중간 지점에서 절충하여 마무리 되긴 했으나, 계약서 미교부로 인해 사업주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보통 식당 사장님들은 계약서 미교부 문제가 노동청의 검사 등이 나왔을 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신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드시 모든 계약과 조건 변경에 대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면 교부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식당 창업 조언] 7 :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미들급 가격의 메뉴를 구성하라

최근 “자영업 트렌드 2019 : 판의 변화 – 영리한 겁쟁이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를 발견했다.

“미들급” (104페이지에 등장)

미들급 스시야(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의 스시가게)는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단어이긴 한데, 책에서는 이 개념을 모든 음식점에 확장하여 해석한 것이다.

책에서 이 부분의 핵심은 꼭 가격이 아주 싸지 않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나의 이전 글에서 낮은 가격(6,000~9,000원)의 일반적인 음식을 팔면 회전율이 매우 높지 않을 경우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식당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또, 같은 글에서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 변화로 직장인의 저녁식사(야근을 위한 식사 포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높은 회전율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높은 회전율이 나오기 어렵다면, 이제 개인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나의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식당의 생존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음식점(모든 음식점은 아니고 직장인들이 평소 점심 식사를 하는 만원 이내의 음식점)의 음식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지만, 이걸 올리자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게 되므로 아무도 이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과 음식이 똑같은 상황에서 가격만 올린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따라서 기존보다 더 풍성한 구성의 미들급 메뉴가 필요한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도 미들급 메뉴는 음식재료비가 늘어남으로 인한 비용 상승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하이엔드급(비싼) 음식점의 한계를 느낀 오너(셰프)들이 미들급 음식점으로의 확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책에 나오는 내용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메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SNS으로 인해 음식의 비주얼이 중요해진만큼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음식을 풍성하게 구성해 사진찍을 거리를 만들어주는 미들급 메뉴가 최근 시류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는 일반적인 한식은 미들급 메뉴의 구현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맛과 가격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웬만큼 훌륭하지 않고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더 정확하게는 일단 높은 가격표를 보고 나면 그 음식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비싸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미들급에 초밥, 회덮밥, 우동 등 일식이나 프렌치 식당 등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