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이나 외부에서 데려온 전문가는 이렇게 쓰세요.(전문경영인 사용법)

앞선 글(오너경영인은 악이고 전문경영인이 답일까?)에서 전문경영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문경영인이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같이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회사도 이에 따라 빠르게 변해야 하는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회사 내부에서는 변화의 의지가 강하지 않으므로 변화를 일구는데 전문경영인을 써야 한다.

앞선 글(오너경영인은 악이고 전문경영인이 답일까?)에서 전문경영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문경영인은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하지만, 그렇다고 전문경영인이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같이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회사도 이에 따라 빠르게 변해야 하는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회사 내부에서는 변화의 의지가 강하지 않으므로 변화를 일구는데 전문경영인을 활용할 수 있다.하지만, 그 사용은 매우 조심해서 한정적으로 해야한다. 내가 생각할 때 전문경영인을 쓰는 바른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회사의 장기전략은 새로 들어온 전문경영인이 만들면 절대 안 된다.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해 장기전략을 자기 이익에 맞게 설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장기전략을 세운 후(오너가 가진 장기 비전을 고려하고, 내부적으로 장기전략을 도출할만한 능력이 안 된다면 회사와 딱히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컨설팅 기관을 써서)에, 다시 내부에서 세부전략을 세우고, 그 세부전략을 실행함에 있어 필요한 경우에는 세부전략 실행(execution)만 전담할 전문가를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
  2. 외부에서 온 전문가에게 회사운영 전반(특히 CEO)을 맡겨서는 안 된다.특정한 부분, 특히 내부 인력이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내부 인력을 썼을 때 반항이 심해서 변화하기 힘든 일부분에 한해서 써야 한다.  
  3. 성과급은 낮게, 고정급을 높게 줘야 한다.일반적인 H/R제도와 반대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성과급의 비율이 높으면 무리하게 공적을 쌓을만한 일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많은 회사들이 이렇게 무리한 업무 추진때문에 망하거나 망가진다. 이미 미국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왔고, 점점 한국도 비슷한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성과급과 고정급 모두 낮다면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다음에 옮길 회사만 찾아보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는 높은 급여를 주고 데려다 써야 한다.
  4. 오너가 직접 부리는 게 좋다. 내부에서 반항이 심한 부분은 오너가 힘을 실어줘서 변화하게 만들고, 기존 조직들과의 문제가 있는 부분은 풀어줄 수 있으면 좋다.외부에서 데려온 전문가(전문경영인) 밑에 다른 전문가(전문경영인)을 두면 서로 눈치만 보면서 죽도 밥도 안 되거나 둘이 합심해서 회사를 더 빠르게 망하게 할 수도 있다.
  5. 오래 쓸 생각말고 계약기간(2~3년) 동안 목표했던 바를 다 이루고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써야 한다.반드시 짧은 기간을 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 분야에 특화된(예를 들어 M&A 실행만 할 줄아는 IB 출신) 인재라면, 그 분야의 업무가 끝나더라도 회사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만들기 위해 자꾸 회사에 필요없거나 심지어 해가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일단 단기고용을 전제로 고용한 후, 회사에서의 필요성이나 업무 scope에 따라 고용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상 이렇게 한다면 전문경영인의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너경영인은 악(惡)이고 전문경영인이 답(答)일까?

사회 통념상 오너경영인은 개인의 욕심만 챙기는 사회악이고 문제가 많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하면 안 되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해야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특히 우리나라 오너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긴 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얼마 전까지는 오너경영인은 사라져야 할 한국의 잘못된 관습이고, 서양의 앞선 제도를 받아들여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던 사람이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회사 경험을 해 보니 이러한 생각이 꼭 맞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 글에서 전문경영인은 꼭 CEO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쭉 커오지 않고 외부에서 데려온 처음부터 고위 임원으로 데려온 사람을 뜻한다) 그럼 전문경영인 제도에 대한 나의 경험을 나눠보겠다.

나는 회사 내에서 전략 및 M&A 업무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오너 및 경영진과 가까이 일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정말 많이 본 모습은, 전문경영인들이 회사의 자체의 성장이나 영속성(going concern)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너는 자신의 회사(지분율이 3%이던 100%던 간에)를 자기 세대는 물론 자식과 그 자식들에게 물려 주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우리가 보통 오너경영인에 대해 욕하는 부분이 이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회사가 망할만한 큰 의사결정은 가급적 피하고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는 성향을 많이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전문경영인은 보통 3년 내외의 임기를 갖기 때문에(이는 상법에서 주식회사 이사의 임기가 3년 이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임을 하더라도 일단 한번에 3년씩 임기를 정할 수 있는데에 기인하는 것도 있고, 보통 임원급의 계약시 2년 또는 3년 정도로 하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최대한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려고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자면,

  1. 성과급(KPI) : 임기가 3년이고 3년 후에 재계약을 안 한다고 할 때 이 사람을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는 첫 해나 둘째 해에 성과를 내야 한다.(3년 차에는 성과를 내도 재계약이 안 될 경우 성과급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고,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짤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
  2. 재계약 : 위에 얘기했다시피 보통 2~3년의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수 밖에 없다. 들어오자마자 성과를 보여줘야 오너의 기억에도 남을 것이다.
  3. 경력 관리: 재계약이 실패하는 경우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텐데 뭔가 보여줄만한 성과가 있는 편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로 인해 이른바 대리인 비용(agent cost)이 발생하는 것인데, 성과급을 포함한 기업 내부, 외부 제도들이 모두 전문경영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를 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전문경영인들의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의사결정이 꼭 전문경영인들이 아주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사결정들이 회사를 망가트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 다른 전문경영인의 문제의 원인은, 그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 회사의 경쟁력, 그 회사의 문화 등을 이해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데려온 임원급들은 1년 정도 회사를 이해할 유예기간 없이 그 회사에 대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일 때부터 회사의 존망과 관련된 의사결정들을 해야 한다. 회사 내 (그 회사에 오래 다닌)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그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독단적이거나 회사 내 다른 경쟁자들을 없애서 오랫동안 회사에서 왕노릇을 하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하지만 위에 말한대로 들어오자마자 회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회사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에, 회사에서 여러 해 커온 사람들은, 특히 그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오래다니는 데에 높은 목표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단기적인 결정은 지양하는 성향이 강하다.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별 일 하지 않고 편하게 회사 다니는 게 목적인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짧은 시간 내에 회사가 망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너 경영방식에도 분명 문제가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너는 큰 그림, 즉 장기전략을 고민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회사 내부를 잘 알고(5년 이상 그 회사에서 근무한 사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의 실행할 사람들로 채운 후(이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이 있는 사람),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특정 분야에서만 전문가들을 적시적소에 단기적으로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의 자세한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전문경영인이나 외부에서 데려온 전문가는 이렇게 쓰세요.(전문경영인 사용법))에서 다루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