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조언] 4 : 취업, 이직, 장래에 대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보통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조금만 비싼 물건을 사더라도 우리는 인터넷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찾아보고 주위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볼텐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인 취업같은 나의 장래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별로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고민하는 고등학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누구에게 의견을 물어보나요? 보통 같은 학년 친구들, 가족들, 조금 더 많이 알아보는 분들은 몇 년 선배를 만나는 정도가 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저의 여러 글(직업선택에 대한 조언1)에서도 멘토나 인생 선배 물어보란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기서 멘토나 인생 선배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살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을 뜻합니다. 장기적인 인생목표를 채울 때도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지만 취업에 대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정보를 물어보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제가 규모가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힘들게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험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습니다.(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길을 멀리 돌아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제가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주위에서 조언을 많이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가족/친지 중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해 보신 분이 안 계셔서 일반적인 회사나 사회경험에 대한 조언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또 제 교육 여건 상 조언을 해 줄 선후배도 거의 없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조언의 필요성을 몰랐기 때문에 굳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조언을 구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나 혼자 잘 나면 모든 게 잘 될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가득해서 규모가 작은 회사에 가면 금방 사장이 될거라도 생각하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여러군데 조언을 구하고 다녔다면 이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겠죠.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제 생각대로 한 결과는 대부분 기대 이하였습니다. 제 경험이 워낙 없다보니 가지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이성적인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게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마지막 이직을 할 때는 (제 경험이 많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군데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에게 국한된 답으로 질문자의 니즈와 처해진 환경에 따라 그 결론은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 내리는 결론에 비해서는 더 좋은 결과를, 적어도 실패 가능성이 적은 결론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물어봤자 얻을 수 있는 insight가 거의 없습니다. 나와 아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 떄문이죠. 제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요청을 안 할 뿐이죠.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면 뭔가 거창한 댓가를 줘야 하지 않나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커피 한잔, 점심 식사 한끼면 충분합니다. 

본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생의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멘토로 삼으면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분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취업조언] 1 : 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서 ‘가고 싶어도 못 가니까 문제지, 누가 대기업에 들어가기 싫어서 안 들어가나’ 라는 말을 하는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긴 하지만,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은 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누구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직장을 다녀봤기 때문이다. 중간에 했던 내 사업은 제외하고도 다녔던 회사만 6개에, 일반적으로 같은 산업 내에서 이직을 하기 마련인데, 나는 굉장히 다양한 산업에서 일해봤다(컨설팅, IT, 제조, 물류 등).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회사를 다닌 것보다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거의 항상 매출 규모가 몇 배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해서 지금은 한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이직을 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이 바로 ‘첫 직장은 대기업을 다니는 게 좋겠구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경력직 이직 시 대기업을 다닌 이력이 매우*10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출)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이직하려고 면접을 볼 때 자주 들은 얘기가 ‘이런 큰 회사 경험이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같은 종류의 질문이다.  안 괜찮을거 같았으면 면접을 봤겠는가?  생각해 보면 정말 하나마나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보다 규모가 더 작은 회사에 다닌 사람에 대해서는 막연하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대기업 출신을 대할 때는 ‘그 회사에는 우리가 모르는 뭔지 좋은게 있을거야’ 내지는 ‘우리보다 아는 게 많을거야’ 같은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사실 나의 경험을 보면, 대기업 출신보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일을 한 사람들이 ‘업무 Scope’이 훨씬 넓어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처리해 본 경험이 많고,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중소/중견기업 출신과 일하는 것이 편하다.  M&A만 해도 나는 M&A Execution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회사 전략’부터 M&A 후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까지 다 해 봤는데, 이런 폭 넓은 경험을 가진 대기업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기업보다 더 돈도 많이 받고 사회에서 대접받는 IB(투자은행) 출신 중에는 전략과 PMI를 제외하더라도 심지어 M&A Execution 전체를 해 본 사람도 거의 못 봤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IB 출신을 모든 M&A관련 프로세스를 총괄해야 하는 임원으로 데려오는 것만큼 바보짓이 없다고 자주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것을 알지 못한다.  

대기업 출신을 선호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면피’일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해 사내 정치가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잘못된 일의 책임을 피하는 ‘면피’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새로 뽑은 경력직에 문제가 있다면 누가 그 사람을 뽑았는지를 묻게 될텐데, 누가 봐도 질문을 던질만한 이력이 있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안전빵’으로 가려는 욕구가 많고,  이 안전빵의 대표주자가 바로 대기업 출신을 뽑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다양하게 이직하면서 몸으로 느꼈던 것이 바로, 경력 이직 시 대기업 출신이 월등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참 이직 쉽게 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출이 더 높고 더 유명한 회사로 옮기기 위해 수없이 많은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헤드헌터에게 연락하고, 이력서를 넣었으며, 인터뷰도 많이 했고, 또 떨어지기도 많이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처음에 큰 회사를 다녔더라면 이렇게까지 이직이 어렵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나마 스펙도 괜찮고 이직을 자주 하면서 조금씩 더 규모가 큰 회사로 이동을 해서 여기까지 왔지 한방에 큰 회사로 가려는 사람은 아마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서류와 면접으로 지원자의 실력을 가늠하는데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고, 결국 그 사람이 다녔던 회사 이름을 믿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향후에 직접 창업을 하거나 기술을 배우기 보다는 20~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첫 회사는 힘들더라도 대기업을 도전하시길 추천한다.  내려가긴 쉽지만, 올라가긴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