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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 조언] 8 :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체결하라
얼마전 계약을 글로 남기란 포스팅을 했었다(계약 협의 시 주의 점-조건을 정확하게 문서로 합의하라) 사실 이렇게 남의 일에 조언을 하기는 쉽지만, 내 일이 되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당을 하게 되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나오는 내용 중에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라는 것이 있다. 서면 교부라는 것은 출력을 해서 상대방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하도급 교육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서면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서면 교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법적 의무 사항이기 때문인데, 이걸 왜 강제했느냐 하면 사용자(음식점 사장)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사전에 합의한 고용조건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약서를 통해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하여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의도도 알고 의무인 것도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데, 나도 고용계약서와 관련해 문제를 겪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음식점 운영에 중요한 종업원이 고용조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대부분 급여를 올려 달란 얘기다) 이를 달래기 위해 조건을 몇 변 변경했는데(물론 종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업원에 유리하게 바꿨다) 그때마다 몇가지 이유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었다. 이유라면, 한편으로는 이게 문제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에 고용계약을 맺었으니 조건이 조금 변경되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으며, 더욱이 종업원에 유리하게 조건이 변경되었으니 본인이 이걸 문제 삼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여튼 이러던 와중에 그 종업원이 나가게 됐는데, 근무한지 1년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달라는 것이었다.(그 상황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줄 의무가 없다고 대답을 했는데(더 정확히는,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비는 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이 때 그 종업원이 걸고 넘어진게 계약서 미교부다.
계약서 미교부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천재지변이 아니면) 교부해야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상당한 벌금(내 기억으로는 3천만원 정도 됐던 듯)이 부과된다. 이것을 알고 있던 그 종업원은, 본인에게 퇴직금(1개월치 월급)을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계약서 미교부로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눈치 채셨겠지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는게 아니고, 계약서 미교부를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직원도 퇴직금과 관련하여 소송을 한다면 본인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송 등을 통해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는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심지어 벌금을 상당부분 경감해 주더라도) 사업주인 나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 또한 노동법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노무사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동안 법률 검토를 했던 경험들을 볼 때 계약서 미교부와 관련해 내가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종업원이 원하는 퇴직금을 주고 벌금을 안 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시 이 일은 중간 지점에서 절충하여 마무리 되긴 했으나, 계약서 미교부로 인해 사업주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보통 식당 사장님들은 계약서 미교부 문제가 노동청의 검사 등이 나왔을 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신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드시 모든 계약과 조건 변경에 대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면 교부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식당 창업 조언] 7 :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미들급 가격의 메뉴를 구성하라
최근 “자영업 트렌드 2019 : 판의 변화 – 영리한 겁쟁이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를 발견했다.
“미들급” (104페이지에 등장)
미들급 스시야(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의 스시가게)는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단어이긴 한데, 책에서는 이 개념을 모든 음식점에 확장하여 해석한 것이다.
책에서 이 부분의 핵심은 꼭 가격이 아주 싸지 않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나의 이전 글에서 낮은 가격(6,000~9,000원)의 일반적인 음식을 팔면 회전율이 매우 높지 않을 경우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식당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또, 같은 글에서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 변화로 직장인의 저녁식사(야근을 위한 식사 포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높은 회전율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높은 회전율이 나오기 어렵다면, 이제 개인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나의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식당의 생존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음식점(모든 음식점은 아니고 직장인들이 평소 점심 식사를 하는 만원 이내의 음식점)의 음식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지만, 이걸 올리자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게 되므로 아무도 이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과 음식이 똑같은 상황에서 가격만 올린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따라서 기존보다 더 풍성한 구성의 미들급 메뉴가 필요한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도 미들급 메뉴는 음식재료비가 늘어남으로 인한 비용 상승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하이엔드급(비싼) 음식점의 한계를 느낀 오너(셰프)들이 미들급 음식점으로의 확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책에 나오는 내용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메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SNS으로 인해 음식의 비주얼이 중요해진만큼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음식을 풍성하게 구성해 사진찍을 거리를 만들어주는 미들급 메뉴가 최근 시류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는 일반적인 한식은 미들급 메뉴의 구현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맛과 가격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웬만큼 훌륭하지 않고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더 정확하게는 일단 높은 가격표를 보고 나면 그 음식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비싸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미들급에 초밥, 회덮밥, 우동 등 일식이나 프렌치 식당 등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
[식당 창업 조언] 6: 지하에 식당을 여는 건 어떨까?
나는 식당을 지하에 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도 높은 권리금과 월세 때문이었다.
당시 식당 자리를 보고 다닐 때 1층에 있는 가게들은 최소 1억, 높게는 3억 정도의 권리금을 요구했었고, 월세도 30평에 300~500만원 정도를 요구했었다.(경기가 안 좋다보니 요즘은 이보다 훨씬 많이 내려갔으리라 생각되긴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지하 치고는 엄청나게 높은 권리금을 주긴 했다. 나는 워낙 1층에 있는 가게들이 높은 권리금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비해서는 상당히 싸다고 느꼈었는데, 지하에는 잘 되는 가게의 메뉴까지 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권리금의 거의 붙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식당을 열 때 나이가 든 후에 식당을 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 해보는 개념으로 접근했었기 때문에 너무 높은 투자비용은 큰 부담이었고, 고민 끝에 지하에서 어느 정도 잘 되던 식당 위치에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 식당은 큰 건물의 지하 상가(일명 아케이드)에 있는 여러 가게 중의 하나가 아니라 작은 건물에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에 이 식당만 단독으로 있는 그런 곳이었다.
1층보다는 당연히 좋지 않을거란 기본적인 생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던 것은 주변에 회사가 있어서 고정적인 수요도 있고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관광객 손님도 받을 수 있어 영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 보면 아마도 식당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계약을 마치고 직원을 구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는데 장사를 시작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부터 내가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면접보러 온 사람들의 상당수가 “지하인지 몰랐다”며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 내지는 믿음직스럽지 못함을 나타냈고, 심지어 한 여자분은 약 2시간 동안 식당은 지하에 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른 곳을 찾아 보라고 조언을 해 주셨다.
당시 이미 월세 계약은 물론 권리금까지 준 상태라 시작도 하기 전에 손해를 보면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인데다가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만 가지고 시작을 했다. 헌데 가게를 하다보니 지하에 있다는 게 정말 큰 단점이라는 게 실감이 됐다.
내가 느낀 지하 가게의 최대 단점은 광고 공간이 작다는 것이다. 1층 식당은 식당 자체가 광고판이라 할만큼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식당 간판 뿐 아니라 식당의 외관/인테리어, 그 안에서 밥 먹는 모습까지 보여주게 된다. 2층도 밥 먹는 사람까지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건물 외관의 상당부분을 광고판으로 쓸수가 있다. 반면 지하에 있는 식당은 간판 하나 다는게 전부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 나같이 계단 입구를 치장할 수 있으면 나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상황에 따라 밖에 배너 1~2개를 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마저도 상황에 따라 단속반이 나와서 회수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가게의 존재 자체를 알기가 쉽지 않다. 식당을 한지 1년이 넘는 시점에도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들어오며 “이런 식당이 있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얼마나 눈에 잘 띄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두번째 단점은 잠재 고객이 가게 분위기나 가게에 있는 손님을 볼 수 없어 쉽게 결정을 못하고 갈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디가 맛있는 식당인지 잘 모르는 경우 손님이 많은 가게를 찾게 된다. 손님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한편으로는 막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추정 때문인데, 지하에 있는 식당은, 특히 나처럼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식당이 나오는 곳은 이런 걸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게에 설치된 CCTV를 들여보다고 있으면 계단 앞에서 내려올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오다가 올라가는 사람, 계단을 내려와서 가게 내부를 살펴보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니 고객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세번째 단점은 직원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식당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지하 식당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아마도 지하 식당이 대체로 오래가지 못한 걸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면접하러 와서는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지하에서 식당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거나 매출이 잘 나오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꽤 있다.
네번째 단점은, 내가 있었던 비교적 오래된 작은 건물들에만 있는 단점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하수 배출에 문제가 있다. 지상에서는 물을 쓰고 나면 중력에 의해 오수가 하수관을 따라 하수도까지 흘러간 후 하수도를 통해 배출되게 되는데, 지하에 있다보니 하수도가 지하층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중력만으로는 물을 버릴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사용한 하수를 배수펌프로 하수도 있는데까지 퍼 올려야 하는데, 이게 보통 자동 스위치를 써서 물이 어느 정도 차면 자동으로 펌프가 돌아가도록 만들어 놓긴 하지만 고장이 잦아서 수동으로 작동해 줘야 하는 경우도 많고, 겨울에 퍼올리는 관이 어는 등등 관리에 애로가 있다. 또, 펌프를 계속 돌릴 수 없으므로 하수를 일정정도까지 보관해놓는 집수정에 물만 아니라 음식물 잔해가 쌓일 수 밖에 없으므로 자주 물이라도 뿌려서 청소해 주지 않으면 음식이 썩어서 더러워지고 냄새까지 나게 된다. 또한, 집수정 펌프가 고장날 경우 건물주가 교환해 줘야 겠지만, 교환하는 동안 하수를 버리지 못해 장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잦지는 않겠지만 심장이 덜컥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새벽 시간에 상수도 파이프가 터진 적이 있었다. 아침에 가게로 내려가는데, 온통 바닥이 물바다였다. 위에 말한대로 자동 스위치가 오래 전에 고장나 펌프를 수동으로 켜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없는 새벽에 물이 유입되다 보니 물을 빼줄 방법이 없었고, 지하에 20cm 정도 물이 차서 출근하자마자 전 직원이 물을 퍼올린 적이 있다. 그나마 물이 몇 시간 안 나와서 천만다행이지, 만약 퇴근 직후나 주말에 터졌다면 가게 전체가 1m가 넘는 물탱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너무 당연히도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면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분, 어린아이가 있는 집, 유모차가 있는 가족 등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잘 안 올 수 밖에 없다.
나의 경험을 종합해 볼 때 지하층은 낮은 보증금, 월세, 권리금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나, 초보가 식당을 하기에는 정말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음식을 팔거나, 다른데서는 찾기 힘든 메뉴를 제공하는 등 굳이 지하까지 내려와서 먹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미리 고려하시고 지하 가게를 알아보시기 바란다.
[식당 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투잡을 고민해 본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오토매장이라는 꿈같은 얘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세팅만 해 놓으면 알아서 돌아가서 나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마법.
나도 한 때 이런 꿈을 꾸었었지만 현실은 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보통 생각하는 음식점 자영업에는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1) 개인브랜드 대규모 식당 (2) 개인브랜드 소규모 식당 (3) 프렌차이즈
(1) 개인브랜드 대규모 식당 – 음식점 자영업을 해 본 적이 없는 직장인이 섣불리 시도할게 아니다. 창업비용만 수억 든다. -> 일단 제외
(2) 개인브랜드 소규모 식당 – 아무래도 경험도 없고 돈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작은 규모의 음식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25평 이내의 크기에 직원은 3명 이내로 아담한 느낌에 단골들이 찾아와 정답게 이름을 부르며 맛으로 소문난 식당. 상상하기에는 좋지만 이런 식당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들을 찾아보자.
(2-1) 3명 이내의 직원의 맹점 : 내가 오토 비슷하게 음식점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이다. 직원 3명 이내라면 보통 이런 구성을 띄게 된다. 주방+서빙+서빙(겸 매니저) 또는 주방1+주방2+서빙(겸 매니저). 두 가지 모두 맹점이 있는데 바로 1명이 그만두거나 무단 결근을 해 버리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방+서빙+서빙(겸 매니저)의 경우 주방이 안 나오면 그 날은 장사를 접어야 한다. 서빙하던 사람이 갑자기 음식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당을 불러도 그 음식점에서 하던 고유의 맛을 낼 수가 없으니 그 날 온 손님은 음식맛이 바꼈다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음식법이나 재료 위치, 조리기구 등이 손에 익지 않아 평소 속도에 맞춰 음식이 나올 수도 없으니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불만이 당연히 나온다. 무단결근으로 하루만 안 나오면 그나마 나은데 그만 둬 버리면 더 골치가 아프다. 대타로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레시피와 조리 연습 시켜서 제대로된 맛의 음식이 제 시간에 나오려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3~4일은 걸린다. 주방 맡을 사람을 이때부터 다시 뽑아야 한다면 정말 지옥이 된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주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주방 면접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니저에게 알아서 뽑으라고 해도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생긴다.
주방1+주방2+서빙(겸 매니저) 역시 서빙이 안 나오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베테랑 서빙 일당을 불러도 그 가게의 메뉴, 동선에 익숙해 지는데 3~4일은 걸린다. 게다가 단순 서빙 말고 청소부터 단골관리, 재고 주문 등도 아는 게 없으니 제대로 하는 게 어렵기 마련이다. 일당 받는 서빙은 혼자서 이래저래 고생하다가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하기 십상이다. 주방 서브(sub)를 일단 서빙으로 돌리면 안 되냐는 사람도 있을텐데, 물론 그게 가능하면 얼마냐 좋겠냐만 주방에 계신 분 중에는 접객하는 게 싫거나 본인이 그런 걸 잘 못해서 잘 안 보이는 주방에 계시는 분도 많다. 따라서 이것도 많은 경우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2-2) 4명 이상 직원 고용 시 어려움 : 위에 말한 3명 이내의 직원의 어려움을 타파하려면 한명이 빠져도 서로 보완이 되는 최소 4명 시스템(주방1+주방2+서빙1+서빙2(겸 매니저))로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구성할 경우 이제부터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기준 주 6일 Full-time(하루 12시간) 근무하는 직원 4명을 쓰려면 월 최소 941만원(7530원*12시간*4명*26일) 정도의 임금을 줘야 한다. 보통 생존하는 식당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30% 정도로 잡는데 그러려면 이 식당의 월 매출은 3,137만원(941만원/30%)이 되어야 한다. 월 매출 3,137만원이면 일 평균 매출로는 121만원(3,137만원/26일)이고 7천원짜리 음식을 판다고 하면 하루 173명의 손님이 있어야 한다. 30평대의 음식점이라 하면 테이블이 많아야 60개 정도 될거고 그러면 만석(full table)으로 3회전이 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옛날에는 점심 2회전(실제로는 4명 자리에 2명도 앉고 3명이 앉고 심지어는 1명이 앉는 경우도 있으니 좌석이 100% 만석될 수가 없어서 점심시간에만 3~4회전에 가까운 엄청난 회전율이 나와야 함), 저녁 1회전을 하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주 40시간 근로로 인해 야근이 사라져 저녁 식사 손님이 식당의 절반도 안 차는 요즘에는 가능하지 않은 숫자다. 결국 매출의 한계로 위 i.에서의 케이스처럼 3명 구성에다가 필요시 알바를 추가로 쓰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어서,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가게가 안 돌아가는 문제로 되돌아오게 된다.
(2-3) 점장 또는 주방장의 횡포 : 매물로 나온 음식점을 보러 다니다 보면 ‘이 식당은 오토로 돌리고 있는데 직접 하시면 매출 또는 이익률이 15%는 올라갈 거에요’ 같은 멘트를 꽤 듣는다. 난 처음에는 비싸게 팔려는 허풍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음식점을 해 보니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주인이 하루만 안 와도 직원들이 느슨해 지는데 직장 다닌다고 자주 안 오는 주인이라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나는 회사 일로 바빠서 마감(정산하게 가게 문 닫는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잦아지니 매니저 마음대로 손님이 없다고 점점 빨리 문을 닫는 일이 생겼다. ‘오늘 손님이 없으니 일찍 닫고 내일 열심히 하겠다’는 변명을 하는데 더 열심히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들 뭘 할수 있을까? 식당은 오프라인 장사라 문 여는 시간과 매출이 어느 정도 연동되기 때문에 오래 문을 열어두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이렇게 문을 빨리 닫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출에 따라 점장에게 성과급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더니, 낮에 매출이 적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매출 목표를 달성 못 할 것 같으면 가차없이 빨리 닫아 버린다. 따라서 말이 오토매장이지 매일 가게에 가서 마감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간다고 보기 어렵다.
또 내가 직접 식당에서 일을 할 때는 재료비를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두번은 여기저기 가격을 물어봐서 가장 싼 곳에 주문하고, 단가가 비싼 재료(주로 농수산물)은 좀 멀더라도 새벽같이 청량리 시장에 나가서 재료를 사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내 맘 같지 않아서 편의를 위해 재료 공급처를 한 두 군데로 몰아버린다. 당연히 재료비가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게 그렇게 자주 주문할 재료가 아닌데 이상하게 자주 주문한 물건들이 있다. 굳이 그 이유를 밝혀내면 더 이상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추가 주문을 해서 본인이 집에 가져가서 먹던지, 가짜 주문을 하고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재료를 주문하던 때와 비교해 재료비가 15% 이상 올라가는 현상을 겪게 된다. 다시 말하면 개인 브랜드 식당은 오토로 돌리게 되면 재료비가 급등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들을 겪거나 들은 사람은 “시스템”으로 관리되서 “사람 문제”가 끼어들기 힘든 프렌차이즈 창업을 고려하게 된다.
(3) 프렌차이즈 식당 창업을 통한 오토매장 실현
사람에 치여 음식점 경영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들은 자연히 시스템화 되어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적은 프렌차이즈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음식은 대부분 본사에서 만들어져서 오니 별 요리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주방에 들어가서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고, 재료 주문도 POS와 연동되어 자동화 되어 있으니 여러 군데 재료상을 알아볼 필요도 없고, 직원이 빵꾸나면 본사에서 지원을 해 줄수도 있는 등등의 이유로 오토매장을 돌리려는 직장인들에게 프렌차이즈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없지 않으니, 직접 사서 만드는 것에 비해 월등히 비싼 재료비와 매출과 연동해 지불하는 로열티이다.(프렌차이즈에 따라 재료비에서 더 많이 남기는 대신 로열티는 안 내는 등 다양한 모델이 있음) 결국 인건비에서 줄이는 비용을 높은 재료비로 다시 지출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본사에 인테리어를 맡겨야 하고 가맹비도 내야 하는 등 창업비 자체가 몇 배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따라서 망했을 때 타격은 오히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개인 브랜드로 하면 매장 세팅부터, 주방이며 힘들긴 하지만 이것저것 배우는 것들이 있는데, 프렌차이즈는 문 닫고 나면 남는게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안타깝지만 일반적인 직장인 혼자서는 오토 매장을 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설령 어느 정도 오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마감 및 직원들 관리하러 나가줘야 한다. 이러면 직장인의 장점인 장기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가게를 여는 날은 매일 나가줘야 하기에… (참고 : [식당 창업 조언] 9 : 식당을 열면 장기휴가나 해외여행은 잊으셔야 될지도 모릅니다. )
예외 1) 레시피가 매우 간단해 그대로 따라하면 누구든 만들 수 있거나, 거의 완제품 단계의 음식을 사서 데워주기만 하거나(프렌차이즈에서 음식을 대 주는게 아니라 공산품을 사서 데우는), 어디선가 이미 만들어진 메인 음식을 제공해 주는 프렌차이즈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따라서 숙련된 요리사 없이 알바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음식점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결국 메뉴구성이 포인트이다.
예외 2) 직원 한명이 무단결근이나 갑자기 퇴사했을 경우에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는(대부분의 소규모 개인브랜드 오토매장이 여기에 해당될 듯) 배우자나 가족이 최소한 하루 한번 정도 나와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야 오토매장이 가능하시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직장인 사장이 회사로 출근을 했는데 자기 가게의 핵심직원 한 명이 출근을 안 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움은 둘째치고, 몇 일 일당 쓰고, 새 직원 면접 보고, 매뉴얼 가르치고 하다보면 그 여파가 최소 2~3주가 간다. 다만 이걸 오토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게 가능하더라도 역시 배우자나 가족에게 맡겨놓고 자기 혼자만 휴가를 가기도 어려운 노릇이라 같이 휴가 가는 건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당 창업 조언] 1: 음식점과 인건비
식당은 인건비 싸움이다.
음식점은 인건비 싸움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나도 식당을 하기 전에 같은 말을 들었었고 으레 과장이 많이 섞인 엄살을 부리는 말인줄 말았다. 하지만 직접 식당을 해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식당을 하는데 매월 들어가는 고정비는 많지 않다. 식재료, 소모품, 전기, 수도, 가스비 등 대부분이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비례해서 늘어나는 변동비이고, 매출과 상관없이 나가는 고정비는 월세와 인건비 정도이다. 이 중 월세는 한번 정해지면 재계약시까지는 변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전 고정비인 반면, 인건비는 사업의 규모에 따라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고정비이면서도 변동비인데, 아마도 많은 식당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이 될 것이다.
가게 주인이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5평 미만의 또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아주 작은 음식점이 아닌 이상 식당을 하는데 최소 3명 정도는 필요하다. 홀서빙+주방장+주방보조 또는 홀서빙 2+주방장 정도. 이렇게 3명을 풀타임 정규직으로 쓰면 1인당 평균 200만원 수준은 되므로 한달에 인건비만 최소 600만원이 나간다. 주방장을 경력이 좀 있다는 사람을 쓰면 700만원이 넘어 버린다. 한 그릇에 7000원짜리 음식을 판다면, 인건비 커버하는데만 한달에 1,000그릇 정도를 팔아야 하고, 한달 25일로 계산하면 하루에 40그릇 정도가 오롯이 인건비이다. 문제는 30평 정도의 매장이라고 하면 식당이 한번 가득차야 40명 정도일텐데, 점심 식사만을 통해 테이블 1회전을 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직장인들이 대부분 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심 시간에 나오는 매출은 모두 인건비로 빠져야할 가능성이 높고, 저녁 식사의 일부도 인건비 주는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식당 주인은 인건비만 주면 되는 게 아니라 음식 재료비 주고(일반적으로 식당의 재료비는 총 매출의 30% 수준), 거기서 또 가스/전기/수도요금, 월세 등을 줘야 한다. 이렇다보니 빨 비용 다 빼고서 식당 주인에게 돌아가는 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 많은 것이다.
처음 식당을 열고서 시도때도 없이 뿌려지는 자영업자 대출 명함을 보고서 도대체 왜 이렇게 뿌려대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식당을 좀 운영해 보니 식당을 해 돈을 남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고, 그 많은 대출 명함이 많은 식당들이 인건비도 뽑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전국의 수많은 영세 식당들이 외부 직원을 거의 안 쓰고 온 식구가 들러붙어서 인건비 아끼면서 겨우겨우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처음에 식당을 하면서 음식값이 비싼 레스토랑들이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웬만큼 좋은 재료를 쓰더라도 재료비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원가만 따지면 몇 만원짜리 파스타 같은 건 바가지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그런데 이제 이해가 되는 것이,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많은 직원을 쓰기 때문에(때로는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결국 대부분의 음식값이 이들 인건비를 주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서양 선진국의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값이 비싼 것도 거의 대부분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고, 반대로 동남아의 음식값이 싼 것은 재료비가 싼 이유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26일 최초 작성)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2 (회사 내에서 자영업의 기반을 마련하라)
1편(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의 내용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이전 글에서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닌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직업 위주로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직장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겠다.
짧으나마 자영업을 해 보니 자영업보다 회사 생활이 훨씬 편한 건 맞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들다던가 이런 것 보다는, 일에 쏟은 노력에 비해 회사원처럼 돈을 많이 버는 자영업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회사 생활이 힘드니 어쩌니 하지만 자영업은 매 순간순간이 나의 소득과 직결되는 선택의 연속이라 심적인 부담이 많고, 돈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힘들어진다. 또 주말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니 쉬는 날도 별로 없고 남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마음 편하게 휴가 가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영업을 권하진 않는다. 본인만의 기술이나 아이템이 있어야 자영업을 해도 승산이 있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본인만의 기술이 없으면 죽을 때가지 회사만 다녀야 한다는건가? 그건 아니다.
회사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돈을 받으면서도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자영업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을 배워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회사의 기능으로는 영업, 마케팅, 디자인 등이 있다.
영업을 하다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 거래하던 회사와의 관계를 활용해 회사를 차린 분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물론 초반에는 이렇게 비빌 언덕을 마련해 놓아야 쉽긴 하지만 꼭 같은 분야가 아니라도 한번 배운 영업의 자세는 여러 업계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판매하는 물건/서비스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걸 제외하면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마케팅 역시 회사 내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가 다니던 회사나 거래하던 회사와의 거래를 터 놓고 마케팅 업체를 차리신 분들도 많다. 마케팅 역시 그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track record나 인맥의 중요성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도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특히 1인 회사를 차리기가 쉽기 때문에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디자인으로 유명한 현대카드에서 나와 카드 디자인 회사를 차리신 분들부터(카드를 자주 내는 신용카드 회사 말고는 카드 디자인을 외주 주는 곳이 많다), 한 회사에 매여있지 않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생활을 하시는 프리랜서까지 굉장히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track record를 만드는 동시에 실력을 키워둘 필요는 있다.
중요한 것은 위에 말한 것 중 디자인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학교에서 배운 실력이 있어야 회사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지만, 영업이나 마케팅의 경우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이런 전공을 한 사람만 뽑는 것도 아니고(영업의 경우에는 아예 이런 학과 자체가 없으니 뽑을 수도 없고),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다른 부서에서 업무를 하다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환보직을 하거나 본인이 지원해서 이 쪽에 발을 들여놓은 분들도 많다.
또한 기본적인 기술이 없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디자인의 경우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이걸 업으로 삼아 홀로서기를 하신 분들도 있다. 물론 이렇게 기술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고, 취미로 하던 일을 업으로 삼으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재무, 전략, 회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부서들이 보통 회사 전체의 계획을 세운다던가 통제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힘도 막강하고, 반면에 회사의 실적을 책임지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부서에서만 일을 해 본 사람은 그 업무 경험을 활용해 스스로 회사를 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안다.) 1인 기업이든 벤쳐든 중소기업이든 차릴 수가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회사 생활을 최대한 길게 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 이러다보니 40이 넘어가면 이직도 쉽지 않아 비굴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결국 이런 사람들이 회사를 나오고 나서 할 것이 없다 보니 프렌차이즈 식당을 하다가 남은 은퇴자금 다 날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인생을 길게 보는 분들께는 회사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 보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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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 – 1
*2017년 2월 21일*
위의 얘기와 다른 얘기이긴 한데, 갑자기 생각난 김에 적는다. 영업이라는 직종이 설명한 바와 같이 미래에 자립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지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물론 실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 (1) 굉장히 자유롭다. 영업의 특성상 외부 사람과 만날 일이 많고 따라서 외근이 많다. 상사가 부하직원 외근 하는걸 모두 따라 다닐 수도 없고 그 내역을 일일히 파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외근을 하다보면 많은 자유 시간이 생긴다. 이 자유시간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하기 쉽지 않은 은행 업무부터 시작해서 , 아파트 모델하우스나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등의 재테크 활동, 당구를 치는 등의 여가활동, 사우나/취침 등의 휴식 활동 등은 물론이고 부업을 하다가 창업에 이르는 분들까지 있다. (2) 또한 영업의 특성상 접대할 일이 많아 내근직 직원보다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많고 법인카드의 사용도 훨씬 자유롭다. 물론 회사 형편에 따라 아주 헝그리하게 영업을 해야 하거나, 실질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입장이라면 영업비용이 비교적 적게 나올 수도 있지만, 하여튼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보다는 훨씬 풍족한 편이다. (3) 이런 문화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 나같이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고역이 될수도 있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술 접대하는게 즐거운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하여튼 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외출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영업직이 부러운 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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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1 (직장을 찾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청년들에게)
나는 요즘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나름 잘 나간다던 직장 생활을 잠시 멈추고 자영업자의 길에 들어서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시점에 내가 그 동안 느낀 점들을 알려 한 명이라도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어떤 것도 회사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학력자다. 외국 유학도 오래 하고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곳에서 석사학위도 받았다. 물론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러한 스펙이 나의 사회 생활을 성공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 믿었다.
한 10년 직장 생활을 하고 지금 내린 결론은, 나의 스펙도, 능력도, 인맥도 나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그냥 듣기보다 훨씬 슬픈 이야기인데 회사에서 꽤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회사도 여러 번 옮겼고 투자 업무를 많이 하였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경영진도 많이 보았다) 모든 면에서 다 훌륭한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대부분은 한 가지 정도는 잘 하는 편에 속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운이 매우 좋았다(right place at the right time)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운이 언제 따를지도 모를 뿐더러 운이 따를 때 나의 어떤 점이 나의 강점으로 작용해 나를 경영진의 길로 인도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경쟁자가 없어서 경영진이 된 사람도 많고(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꼭 이 사람이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이 사람이 가장 못나서 이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좋은 직장으로 이직한 경우도 많다), 오너와 친해서(학연, 지연, 친척) 된 경우야 숱하게 많이 봤고, 회사 초기에 입사해서(보통 회사를 시작한 초기에 입사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쳐주는 좋은 대기업 가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이 사람은 능력이 끝내줘서 경영진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이렇게 회사에서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운이 훨씬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 중 하나다.(물론 직장에서 성공하셨다고 하는 분들은 다르게 얘기하시리라)
여기에다가 나는 대학도 재무 베이스에다가 대학원도 원래 재무 전공으로 들어갔다. 금융권에 가는 것이 당연한 코스인데, 나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확실하게 돈을 버는 기법은 없고, 결국 금융권은 다 사기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주식도 하고 펀드, ELS, 채권 등 금융상품도 거래하지만, 특히 주식과 관련된 금융인들은 99% 사기꾼이라는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여기서 사기꾼이라는 것은 본인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아는 척을 하고 상품을 판다는 점에서 하는 소리다. 원숭이와 월스트리트의 전문가가 주식 예측을 했더니 원숭이가 이겼다는 실험 결과처럼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소위 이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과 도박을 하는 것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금융권은 장점은 양심을 파는 대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양심을 팔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렇다고 나의 연봉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나는 아직까지는 운도 따르지 않고, 자발적으로 비금융권에 들어갔기 때문에 엄청난 급여를 받지도 못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대기업에도 다녔었다) 버티고 있었으면 50대 초반에는 임원 자리에 올라가겠지만, 그래봐야 한 60살이 되기 전에 정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평생 회사 다니면서 버는 총 급여는 아주 대강 계산해도 연봉 평균 7천*25년=17.5억(말했듯이 나의 급여는 낮은 편이 아니다) 이상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세금 떼면 받는 돈은 10억대 초반이겠다. 이것 가지고는 강남에 아파트 한채 사기도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생활비에 자식 교육까지 생각하면 집을 살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언급했듯이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여러모로 훨씬 나은 환경에 있었고, 이게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아니다.
나의 더 큰 고민은 퇴직 그 후였다
내가 가장 걱정됐던 것은 은퇴 후에 20~30년 동안 뭘 해야 하냐는 것이다.
은퇴하면 치킨집 연다는 게 우스게 소리가 되어 버렸지만 나는 은퇴자가 치킨집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 모두다 알 듯이 수십년 회사생활만 하다보니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나마 쉬워 보이는 치킨집을 하는 것이고 2. 은퇴 후(은퇴를 55쯤에 한다고 하면)부터 죽을 때까지 30년을 넘게 살아야 하는데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막막하니 돈을 벌기 위해 그나마 자본이 적게 드는 치킨집을 열려는 것이고 3. 여생을 편히 살아갈 돈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30년 동안 매일 마누라와 손잡고 등산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뭐라도 할 일을 만들기 위해서 그나마 쉬워보이는 치킨집 사장을 하려는 것이라고 본다.(많은 아저씨/할아버지들이 일이 없어도 밖에 나와 시간을 때우시는 것을 보면 할 일 없이 집에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여튼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십억을 이상을 벌어둔 매우 예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45~60세쯤에 찾아올 은퇴 후 20~40년 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이다.
나는 여기서부터 접근했다. 내가 웬만한 회사에서 임원을 하고 정년퇴임을 하더라도 수십억이 없다면 일을 해야 한다 →심지어 수십억이 있더라도 심심해서라도 할 일이 있어야 한다→사무직에서 은퇴한 사람을 써 줄 직장은 많지 않으니 개인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대부분의 직장인은 평생 회사에서 같은 종류의 일만 해 왔기 때문에 회사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이나 스킬이 없다→또, 여러 펑션을 갖춘 회사를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들 뿐더러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배운 업무가 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다.(영업이나 인사 쪽이 아닌 관리직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세운 회사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는 회사에서 부가적인 역할 밖에 없는 이상한 꼴이 된다→따라서 회사를 하기는 힘들고 결국 식당같이 매우 제한적인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이게 로지컬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은퇴 후에 자의든 타의든 소규모 자영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는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돈을 벌고 저금을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내지는 ‘나라에서 어떻게든 해 주겠지,’ 또는 ‘나는 직장에서 성공해서 수십억의 연봉을 받을거야’라는 가능성이 희박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아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한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도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의 창업 설명회는 평일 낮에 있고, 서른이 넘어서 식당 알바를 다시 해 볼수도 없는 노릇이고(물론 경험도 없는데 나이 많은 사람을 써 주는 곳이 없어서), 회사를 다니면서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식당을 열어서 운영해 본다는 것은 망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렇다보니 모두 퇴직(정년퇴직이건 명예퇴직이건) 후에 식당을 열어보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그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문제는, 정년퇴직하고 수중에 몇 억에 있는 돈으로 식당을 차렸다 망하면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취직을 할수도 없고, 돈이 나올데도 없어서 수십년을 국민연금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국민연금이 언제 고갈 될 지는 항상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나는 현재 40이 안 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고 가정을 하고 다른 수단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정년 때 까지 회사만 다니다가 그 때 가서 식당을 여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루라도 젊을 때 열어보면 망하더라도 다시 회사에 들어가던 돈을 빌려서 식당을 다시 해보던 살아날 구멍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식당을 열어보기로 했다.
이게 10년 직장생활 끝에 내린 나의 미래에 대한 결론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한번이라도 직장 후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해 본 후에 미래에 대한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나의 경험으로는 남들보다 잘났다거나, 일을 잘한다거나,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인맥이 좋다거나, 아부를 잘 한다고 해서 회사 생활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이상 규모의 회사에서 이사 이상의 자리에 올라가려면 무엇보다도 운까지 따라야 한다.(내가 본 대부분의 경우 운이 훨씬 중요했다. 회사 좀 다녀 본 분이라면 운 좋은 놈을 이길 방법이 없다는 진리를 깨달으셨을 것이다.) 문제는 이 운이라는 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오너의 자식이 아니라면 대기업의 경영진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1%에도 못 미칠 것이다.
2. 전문직(기술을 가진)이 가능하다면 그 길을 선택하라.
이 얘기를 하면, 의대에 시험 성적이 안 되서 못 갔지, 가기 싫어서 안 갔나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다. 꼭 의사나 변호사 같은 거창한 직업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나도 현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중간에 직업적인 측면에서 외도를 하더라도(예를 들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식당을 차려본다 하더라도) 마음 놓고 돌아갈 수 있는 직업은 전문직 밖에 없다. 안철수씨가 의사를 하다가 백신을 만들고 정치까지 뛰어든 것도, 많은 변호사/검사/판사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도 안 되면 자기의 본래 직업으로 돌아가 개업하면 된다는 자신감 내지는 backup plan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마음놓고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전문직 종사자만 갖는 특권이다.
여기서 전문직이라 함은 꼭 거창한 의사나 변호사 같은 것만 칭하는 것은 아니고 (1) 혼자서도 개업(개인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고 (2) 따라서 정해진 정년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부동산중개사, 미용사, 배우/성우, 인테리어 관련업(인테리어 총괄부터 도배, 목공 등 까지), 자동차 수리, 강사, 특정 분야의 프리랜서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저건 대기업에 다니거나 공무원을 하는 것보다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서 그렇지 굉장히 많다. 주위에 70 넘으셨는데도 (심심하니까 취미 삼아) 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물론 오너나 오너의 친구가 아닌 이상 일반 회사를 다니고 계신 분은 거의 한 명도 없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봐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2016/5/16 업데이트*
최근 위에 말한 (정년이 없는) 직업 중 목수, 페인트공과 일을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내가 돈을 주고 고용을 했는데) 이 중 페인트공은 실제로 60을 넘긴 분으로 지난 수십년간 개인 사업자로 페인트공을 해 오신 분이었고, 하루 일당은 목수가 35만원, 페인트공은 28만원이었다.(일당 숫자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두 분 모두 조수와 함께 일을 하는데 나는 인건비를 조수 것까지 합쳐서 지불하기 때문에 각자의 인건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조수의 인건비를 12만원 정도로 잡을 경우 저 정도의 일당이다. (*2016/05/22 업데이트) 인테리어 하는 분께 오늘 들은 얘기로는 목공 쪽 조수가 일당 15~2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신다. 그러면, 내가 고용한 목수의 일당은 27~32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편 페인트공은 본인이 20만원, 조수가 15만원이라고 페인트공에게 직접 들었다. (페인트공의 조수라고 불리는 분은 50대 아주머니시다)
아… 이런 분들은 일을 하게 되면 식사도 본인 돈으로 안 하신다. 고용하게 되면 아침 and/or 점심 식사비 및 간식/음료비도 인건비와 별도로 지급해 드려야 한다. 나의 경우 목수와 그 조수는 아침, 점심 비용을 드렸고, 페인트공과 그 조수는 점심 식사비를 드렸다.(다만 1인당 한끼 식사비는 목수 쪽은 8천원, 페인트 쪽은 1만원으로 페인트공이 더 비쌌다) 음료 및 간단한 간식도 내가 사서 드리지 않으면 본인들이 사서 드신 후 나에게 청구하신다.
그럼, 둘 중에 일당이 더 낮았던 페인트공을 예로 들어보자. 주5일만 근무해서 한달 20일만 일한다고 가정하고 별도 지급하는 식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월 수입이 400만원이다. 이 분들을 세금계산서도 발행 안 하고 현금(또는 계좌이체)으로 지급을 받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 400만원 그대로 실 수령 한다고 볼 경우, 2016년 기준 연봉 5700만원을 받는 직장인과 같은 수준의 실수령액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페인트공 기준이고 목수는 일당이 더 높다) 게다가 내가 최근에 만난 인테리어 관련 종사자들은 모두(목수, 페인트, 도배, 타일, 데코타일, 싱크대, 전기, 인테리어 총괄)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일을 하셨으니 이 분야에서 잘 나가는 분들의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아, 전기를 얘기하니까 기억나는데 전기분야는 일당을 25만원 청구한다고 종사자에게 직접 들었다. (게다가 이건 직접 보거나 들은 건 아닌 나의 느낌이긴 하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재료상을 정해놓고 쓰기 때문에 재료상으로부터의 리베이트도 대부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재료비는 물론 내가 지급하지만 대부분 고용하는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재료상을 그냥 쓸 것이다.)
하여튼, 일감이 꾸준히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야근 없고 (돈을 더 지불하지 않는 한 초과근로라는 것은 없다), 반대로 일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끝나면 일당은 다 받으면서 일찍 퇴근하시고, 저녁 시간도 자유롭고(대부분 8시에 일을 시작해서 5시에 퇴근하신다.) 몸만 성하다면 딱히 정년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훌륭한 직업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월급 최고치는 직장인보다 적을 수 있더라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총 수입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추가* 타일공도 일당 20~25만원선이라 한다)
위 2번과 관련해 하나의 글을 더 썼으니 확인하시기 바란다.(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3. 유느님(유재석)도 20대에 멍하니 있지 말고 놀기라도 할걸 그랬다는 말을 했었는데 20대에 뭐든지 한 가지를 정해 미친 듯이 해라. 이렇게 미친 듯이 해 본 것이 많을 수록 더더욱 좋다. 노는 것 하나도 놀고 놀고 또 놀아서 노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고, 책을 읽을거면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로 1년에 천권 이상 읽고, 아르바이트를 할거면 자기가 일하는 업종에 대한 흐름을 모두 꿰뚫을 때까지(예를 들어 식당이라면 서빙, 카운터보기, 음식만들기, 청소/설겆이, 재료사기, 구인 등등) 해 봐야 된다. 음악 전반에 대해 꿰고 있는 전문가가 되던지(예를 들어 방송인 김구라씨는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신의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함), 전국의 맛집이란 맛집은 다 섭렵한 미식가가 되던지, 하여튼 뭐든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쳐서 해 봐라. 아니면 차라리 젋었을 때 회사를 차려서 두 세번 말아먹어라. 이게 나중에 당신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 얘기는 수백번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다.) 남들만큼만 놀면서, 남들만큼만 공부하면 절대 남들보다 뛰어날 수 없다.
4. 당신보다 최소 15~20년 이상 더 살아본 멘토를 만나서 조언을 들어라. 여러 명 만날 수 있으면 더 좋다. 당신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물론 인생을 매우 평탄하게만 사시 분이나 꼰대 1~2명만 만나본 후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댓글에도 썼지만 이지성 작가가 운영하는 차이에듀라는 곳에서 독서를 하면서 멘토를 자신이 정해서 여러 분을 만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안다. 본인 스스로 전혀 모르는 사람을 찾아 만나보는 것이 쑥스럽다면 이런 곳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지성 작가가 요즘 상태가 심하게 안 좋아져서 이 분은 모르고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댓글에 이 분을 언급한 부분도 다 삭제했습니다. 다만, 나와 전혀 학연지연 등이 없는 멘토를 찾아가 조언을 듣는 방법론 자체는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 추천합니다.) 이들을 만나 단순히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고, 향후 어떤 직업/직종/산업/트렌드가 유망한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5. 지금 하고 있는 생활(공부든 회사 생활이든)과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병행하라. 이러다가 취미가 직업으로 바뀐 분들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서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축복이라 본다.
관련 글
2번과 관련된 글 :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3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라)
5번과 관련된 글 :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2 (회사 내에서 자영업의 기반을 마련하라)
**그 외에 취업, 이직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오른쪽 카테고리에 1-2.취업/이직 조언 글들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2018년 11월 10일 추가) 최근에 비슷한 글을 쓴 사장님이 계셔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목 : 직장은퇴 이후 걱정 되신다면 전문 기술을 배우시길 추천합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6131845
요리 학원 수강기 – 한식조리기능사(한식조리사) 자격증 관련
2016년 2월 16일 최초작성
평생 직업을 찾다가 항상 하고 싶었던 식당을 하려고 했다. 근데 식당은 커녕 음식도 해 본적이 없으니 이걸 어쩐다. 음식할 줄 모르고 식당을 열면 주방장한테 끌려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음식부터 배우고 식당을 시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요리학원이 가장 많다는 종로가 집에서 멀지 않다는 것. 일단 가장 가까운 요리 학원 몇 군데를 가서 브로슈어도 받아오고 설명도 들었다. 학원에서는 칼도 잡아본 적 없으니 일단 기초반을 들으란다. 근데 요리당 수강료가 기초반이 가장 비싸다. 수강생 수가 적어서 비싼건지 더 많이 가르쳐서 비싼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이면 자격증반 수강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식조리사 자격증반을 신청했다.
조리사자격증반은 개강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중간에 아무 때나 시작해서 요리를 다 배우면 끝난다. 그래서 학원에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새로 들어오고 또 끝난 사람은 나간다. 워낙 자주 바뀌다보니 대화하거나 서로에 대해 알게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 그냥 요리만 배우고 간다.
수강을 하면 접시나 음식 재료 등은 학원에서 준비를 해 주지만, 칼, 조리복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있다. 난 잘 몰라서 등록하면서 학원에서 일괄로 사긴 했지만, 몇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어서 적어보니 혹시나 필요하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일단 칼. 당연히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게 칼이다. 칼을 모으는 쉐프도 있고, 쉐프들은 보통 몇 십만원짜리 칼을 쓰는 것 같다. 나도 키보드 키감, 펜의 필기감 등 손맛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서 요리를 시작하면서 나한테 어떤 칼이 맞는지 몰라 그냥 학원에서 파는 싸구려 칼을 골랐는데 이게 문제가 많았다. 일단 한식조리사 실기시험은 음식을 정해진 치수대로 만들어야 한다. 학원에서 보면 교사들은 대게 자기 손가락으로 크기를 외워서 손가락을 대보고 크기를 맞춘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면 된다. (실기시험 볼 때 손가락을 대고 치수를 재거나 하면 요리에 익숙치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하니 주의) 헌데 내 손가락의 어디까지가 2cm였고, 어디까지가 5cm였는지 항상 헷갈린다. 그렇다고 시험장에 자를 가져갈 수도 없고… 이럴 때 길이 표시가 되어있는 칼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실기시험때 길이를 재면서 하면 안 되지만, 칼에 길이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물론 감독관이 안 볼 때 슬쩍슬쩍 재 볼수도 있고) 길이가 표시되어 있는 칼들은 바로 아래에 내가 얘기한 물러빠진 칼보다는 강도도 더 좋은 것 같다.
또 하나는 너무 싼 칼을 사면 칼을 만든 쇠 자체가 물러서 칼날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시험보기 전에 집에서 칼을 잘 갈아놓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집에 숫돌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시험 전날 공부하기도 바쁜데 잊지 않고 칼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실기 시험볼 때 안 드는 칼(요리학원에서 사서 요리학원 다니면서 썼던)을 가져갔었는데 쇠고기를 다져야 하는데 잘 잘리지가 않아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학원에서는 얼어있는 고기를 써서 그런지 부드러운 고기를 써서 그런지 이 칼로도 비교적 잘 다져지는데 시험장에 있는 고기는 완전 해동이 되어 있고 잘 안 썰린다. 잘 다져진 고기로 요리를 해서 제출했어야 하는데 덩어리가 보이는 고기를 제출했으니 그 결과가 좋았을리가 없다.
여기서 칼을 살 때 조언 하나.(칼의 종류에 대한 내용은 나의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아마 시험용 교재를 파는 곳에서 칼을 사셨다면 대부분 일반적인 middle tip일텐데 이 경우는 크게 문제는 없을텐데, 나는 집에 있던 헹켈(쌍둥이칼) five star를 써 보기도 했다. 이 칼의 한식을 만드는데 문제가 있는데 high tip이라 다지기 등을 할 때 약간 불리하다. 실기시험 볼 때는 낯선 환경, 시간 압박 등으로 인해 작은 문제만 있어도 손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게 마련인데 다지기가 잘 안 되면 허둥대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시험 볼때는 high tip은 지양하시길 바란다.
칼에 대한 조언을 또 하나 하자면 요리학원에서는(그리도 시험장에서도) 칼을 혹사 시키는데(도마를 정리할 때도 칼날로 훑고, 다지기 할 때도 칼날로 흩어진 재료를 쓱쓱 모으고, 뼈도 칼로 마구잡이로 자르고) 이러면 좋은 칼도 금방 날이 나가게 마련이다. (칼가는 분에게 보여드리면 칼을 막 썼다고 안 좋아 하신다) 따라서 학원이나 시험장에서는 너무 좋은 칼은 좀 피하시고 집에서만 쓰시는 게 칼을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불만은 교재. 나는 학원에서 파는 교재(그 교재는 그 학원의 계열사가 만든 책이기도 하다)를 사서 썼는데 그다지 좋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 동영상 CD가 제공되지 않아서 유튜브 등에서 동영상을 검색해서 봐야 한다. 2) 실기 시험 전 마지막 정리를 위한 페이지가 없다. 몇 페이지에 이름과 사진만(또는 중요한 조리방법까지) 적어놓은 정리 노트가 있다면 시험 직전에 확인해 보기 매우 좋을텐데 그런게 없었따. 3) 교재가 전체적으로 크고 페이지가 많아서 무겁고 찾기도 힘들다. 작은 핸드북 크기의 교재가 있다면 들고 다니거나 공부하기 편했을 것이다. 위에 지적한 문제점들을 개선한 교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본 것은 아니어서 추천까지는 못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다른 도구들은 요리학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도 별 문제가 없는데 위에 언급한 두 가지는 조금 알아본 후에 사시면 더 좋을 것 같아 조언을 남긴다.
*2016년 3월 2일 추가*
최근에 다른 일로 다른 요리학원에 갔었는데, 거기는 내가 다녔던 학원과는 달리 너무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다. 사실 자격증 학원에 다닐 때도 다른 학원들에 상담하러 들어갔다가 시설이 안 좋길래 가장 좋은 곳을 선택했었는데(가장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시설 차이가 밖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 많이 났다. 그런데, 조리자격증 시험장의 시설(나는 서울 상설시험장만 가 봤지만)은 가장 좋은 학원 시설보다 훨씬 열악하다. 특히 시험장에서는 조리대의 크기도 작아서 접시를 펼쳐 놓을수도 없을 뿐더러 위생을 위해 접시를 수시로 닦으며 사용하라고 하는데 좋은 시설의 학원은 조리대가 넓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전 연습은 좀 모자라지 않나 싶다. 따라서 그냥 재미나 자기계발을 위해 요리 학원에 다닌다면 쾌적한 시설을 보유한 곳을 추천하겠지만 자격증 코스를 다니신다면 너무 시설이 좋은 곳은 피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가본 곳이 몇 군데 안 가서 다른 곳들이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배운 곳이 국내 최고 시설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