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70년대 생들에 대한 이야기(여러분이 생각하는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는 70년대생에 대한 뉴스들이 나와 동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70년대생을 스킵하라? “회사에서도 정치판에서도 소외받는다는 그들’

’70년대생의 슬픈 찬가… 온갖 고생 다 했는데 벌써 떠밀리나’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도기에 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97~98년 IMF가 한창일 때 졸업해서 직장을 못 찾거나, 학교다니면서 과외/알바 자리 찾기도 어려웠고, IMF가 끝나가던 2000년 무렵에는 다시 닷컴버블 붕괴로 직장난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70년대 생들은 컴퓨터/반도체 같은 걸 만들어 내는 시대에는 너무 어렸고, 디지털 native가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에 바쁜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50~60년대생들은 직장에 취업해서 집만 사 놓으면 자동으로 가격이 올라 부자가 되었지만, 70년대생들이 집값을 모을 시점에는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 전세 밖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위에 링크한 신문기사들은 이와는 또 다른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들인데, 임원을 달때가 된 70년대 생들이 능력이 좋은 MZ 세대에 밀리면서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헌데 저는 기사 내용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MZ 세대가 능력이 좋아서 그 자리를 꿰 찼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 다녀보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전통적인 회사들은 나이 많은 40~50대 부장들은 넘쳐나고 신입은 찾아보기 힘든 역삼각형 구조가 된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 고용법상 특별한 사유 없이 퇴직을 시킬 수는 없으니 본인이 원하면 60살 가까이 회사에 다닐 수 있습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된 분을 내보내려고 하면 임원으로 승진시켜 주고 2년 후 재계약하지 않는 대신 추가 2~3년 정도 고문이란 명목으로 급여를 주거나 관계사에 임원으로 소개를 시켜주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제는 승진시켜줘야 할 대상자는 너무나 많은데 승진시켜 줄 임원 자리는 없고, 관계사 임원자리는 이미 60년대생으로 꽉 차 있습니다.

 

이럴 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쉬운 카드가 ‘젊은 임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이미 정치권에서 많이 보아오던 ‘기수가 늦은 사람을 책임자로 임명해 오래된 기수가 알아서 나가게끔 유도하는 방식’을 기업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검찰, 경찰, 공무원 등 기수가 확실한 사회에서 많이 써 먹는 방식이죠.

회사에서 80년대생들을 임원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이제 70년대생은 임원을 달 기회가 거의 없을 거라는 선언과 같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자리의 임원 자리를 노리고 있던 40~50대들은 알아서 나가거나, 남으면 은퇴할 때까지 10여년동안 파워포인트 만들고 엑셀 하면서 실무하라는 애기입니다. 

 

또, 젊은 임원을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업을 물려받은 3~4세 오너가 일을 편하게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70년생인 현대차그룹의 정의선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지도 오래됐고, 78년생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까지 70년대생이 넘쳐납니다.  아무리 그룹 회장이라도 이들도 사람인지라 자기보다 나이많은 사람보다는 어린 사람을 시키는 게 편합니다.  보통 대기업이라면 이제 70년대 초반이 임원을 달 시기인데, 그러면 본인보다 많거나 비슷하니, 80년대생으로 넘겨 버린겁니다.

 

아버지때부터 있던 오래된 임원들을 내보내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전에는 60 넘어서까지 하던 임원을 갑자기 55 됐다고 내보낼 순 없으니 젊은 임원들을 만들어서 알아서 나가게끔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럼, 젊은 임원은 본인이 능력이 있어서 임원이 된 것이니 인정해 줘야 된다구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40대 중반만 넘으면 새로 팀장을 시키지도 말고, 팀장인 사람은 면팀장(팀원으로 강등) 시키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얘기가 몇 년전부터 있었습니다.(위에서 말한 70년대생이 그룹 총수가 된 때와도 일치합니다)  또, 새로 팀장이나 임원 시킬 사람은 80년대생, 그리고 여자 위주로 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편가르기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능력이 좋다고 인정 받지도 못하는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젊은 여성 직원들이 뜬금없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일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반대로 70년대 생 남자들은 심각하게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사에서 20여년동안 고생하면서 임원 승진해서 급여 좀 높이나 했더니, 영원히 직원으로 남으라고 합니다.  심지어 직급체계도 점점 없애서 신입이나 부장이나 똑같이 대우를 해 주겠다고 합니다. (참고: [취업조언] 7 : 직급체계 단순화(직급통폐합)가 직장인에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

 

하지만, 회사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MZ 세대의 능력을 반영했느니 여성친화적이니 하면서 언론에 노출하고 있어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회사가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뽑지도 않는 신입사원 급여는 (5천만원 전후로) 높게 공표해서 취준생을 포함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주면서, 20년 가까이 대기업에 다닌 70년대생이 6천만원대의 급여(계약연봉)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회사입니다.

 

이런 불공평이 70년대생에서만 끝난다고 해도 문제지만, 과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한번 씩 고민들 해 보시기 바랍니다.

[취업조언] 내가 하는 업무가 주사업인 회사를 가세요

“니가 하는 업무가 그 회사의 주사업인 회사를 가”

몇 년 전 친구가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 친구는 국내 최고의 대학과 대학원에서 인사를 전공하고, 지금은 HR 컨설팅을 하고 있는 그야말로 인사쟁이입니다.  제가 이직에 대해 고민하면서 어떤 회사에 갈지 물어보니 저에게 해 준 우문현답입니다.

 

저는 M&A를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매우 핫한 업무이기도 하고, 전문성도 인정받아 급여도 낮지 않은 편입니다만, 문제는 제가 일반 기업체에서 M&A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M&A를 주업무로 하는 일반 기업체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은 대부분 (M&A와는 무관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주사업이고, 가끔씩 선택적으로 M&A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에서 M&A는 “Cost Center”(돈을 쓰는 부서)이지 “Profit Center”(돈을 쓰는 부서)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대표(CEO)는 돈을 버는 부서의 사람이 합니다.  사업이나 영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M&A같이 돈을 쓰는 부서는 일반적으로 C-Level의 임원도 없습니다.  M&A만 경력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일반 회사에서는 임원 다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급여는 보통의 직원들보다는 높지만, 임원 달기는 어렵고, 회사에서 나갈 때까지 실무를 해야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M&A를 하는 사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고, 본인의 업무가 그 회사인 주사업이 아닌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내가 하는 업무가 주사업인 회사를 가거나, 그 회사에서 주사업으로 하는 일을 내 주업무로 가져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업조언] 첫 회사는 어떻게든 이런 곳을 가세요

저는 전에 다른 글들에서 얘기했듯이 굉장히 다양한 회사를 다녔고,

주변에서 굉장히 보기 드믄 케이스인, 매출이 점점 더 크고 유명한 회사로 옮긴 케이스인데,

이러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합니다.  취업에 참고하세요.

 

1. 첫 회사는 되도록 유명한 회사를 가세요.

저도 첫 회사가 그리 크지 않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매출이 삼천억원대) 곳을 다녔고, 회사보다도 업무를 보고 간거라 ‘여러분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제 다른 글들에도 있지만, (특히 M&A 쪽은) 작은 회사에서 일한 사람은 A~Z까지 다 해본 반면, 큰 회사에서 M&A를 한 사람은 B~D밖에 해 본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업을 나온 사람이 훨씬 많이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이직도 쉽죠.

정말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몇 년 일을 배운 후 창업할게 아니고 수십년간 남의 회사를 다닐 생각이라면, 처음에 크고 유명한 회사를 다니는 게 두고두고 이득이 될 겁니다.  삼성 아니면 안 들어간다고 가리는 취준생들 욕하지만, 50~60대 기성세대들이 삼성 출신 높게 쳐주는 세상을 만들어 놨습니다.

 

2. 첫 회사는 되도록 급여 많이 주는 회사를 가세요.

저는 재무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금융 쪽은 대부분 사기꾼들이라 생각해서(직접 사기를 친다기보다 자신들도 잘 모르는 내용으로 돈을 번다는 얘기) 지원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는 이제 막 취업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금융회사같이 급여가 높은 회사를 들어가라고 하겠습니다.

전체 직장 생활이 100이라고 한다면 80 이상을 첫 직장의 이름과 연봉이 좌우한다고 봅니다.  이직을 할 때 어느 회사를 다녔고, 직전 연봉이 얼마였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첫 직장과 급여가 내 미래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첫 직장에서 똑같이 3년을 일했는데 최종 연봉이 4천인 사람과 6천인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차이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이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똑같이 연봉이 매년 4%씩 오른다고 하더라도 처음에 2천만원이었던 차이가 점점 커집니다.  또한 성과급은 보통 월급 또는 연봉의 x%를 받기 때문에 매년 성과급에서도 차이가 생겨, 총 급여 차이는 더 크게 발생합니다.  심지어 똑같은 2천만원이라는 gap을 계속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10년이면 2억, 20년이면 4억의 급여차이가 발생합니다.  

나는 매우 뛰어나서 급여가 매년 10% 상승할 것이다?  이직할 때 마다 급여 20%씩 올리겠다?  이런 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이직할 때 평소보다 조금 더 올리는 것 말고는 매년 3~5% 수준에서 올라간다고 생각하시는 게 현실과 비슷할 겁니다.

해서 처음부터 급여를 높게 받는게 무조건 유리합니다.

 

못 가서 문제지, 가기 싫어 안 가는 사람 있나? 하실 겁니다.  다 압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해서 첫 회사는 어떻게든 유명하고 급여 많이주는 회사에 들어가세요.  많은 경우에 이런 회사에서 허드렛일 하는 게, 중소기업에서 엄청난 일 하는 것보다 높은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내 적성에 안 맞아서 거긴 가고 싶지 않다?  금융회사는 사기치는 것 같아서 싫다?  일단 들어가서 딱 3년만 다니세요.  여러분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유명하고 돈 많이 주는 회사를 다니다 이직하려고 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 했던가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하다니’ 하면서 좋아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서 적게 받으며 일 했던 사람은 서류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취업조언] 6 : 영어가 취업이나 이직에 얼마나 중요할까요?

요즘 좀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쓸 일이 정말 많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정말 글로벌화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도 계십니다. 바로 영어를 잘 못하는 분들입니다.

같은 팀에 일본어를 굉장히 잘 하는 분이 계십니다. 당연히 일본 관련 업무는 이 분이 처리하시지요. 그런데, 그러면 일본어를 잘 하는 직원에게 일본어 업무만 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를 써야 하는 업무도 갑니다. 그래서 이 분은 일본어를 쓰는 업무에서는 날아다니지만 영어 업무는 굉장히 힘들어 하십니다.

반대로 외국어라고는 영어만 아는 분은 어떨까요? 전 세계의 웬만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어느 정도 합니다. 아주 유창하진 않더라도 의미가 통할 정도의 의사소통은 됩니다. 그래서 영어만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영어를 제외한 다른 외국어는 못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모른다고 일 못하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또 영어를 아주 잘 하는 사람은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예전처럼 영어’만’ 잘 한다고 엄청난 대접을 받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 73~74년생 정도가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영어만으로 대접받던 끝물인거 같네요.)

영어 성적이 취업 스펙 쌓는데만 쓰인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영어는 오히려 첫 취업보다 그 후의 회사 생활을 하는데 더 중요합니다. 보통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이 사람에게 어떤 업무를 시킬지 모르기 때문에 영어시험의 특정 커트라인만 넘으면 합격을 시켜 줄 겁니다. 하지만 경력 사원을 뽑거나 회사 내에서 이동을 하는 경우라도 특정한 업무 능력이 있는 사람만 뽑습니다. 이 업무 능력에 영어 실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저희 팀 같은 경우는 신입은 업무 능력이 검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뽑지 않고, 경력 직원을 뽑을 때 외국어(특히 영어)로 대부분의 업무 처리가 가능하지 않은 사람은 아예 고려 대상에 넣지 않습니다. 인터뷰 시 영어로도 질문을 합니다. 요즘 많은 회사에서 대규모 신입 공채가 사라지고 경력직 위주의 채용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해질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많은 회사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은 이제 가점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이직을 하고 싶어도 영어가 안 된다고 이직을 포기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직을 해서 급여를 높이려면 외국 회사들과 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 본인은 영어 실력이 떨어지므로 어쩔 수 없이 돈을 적게 받더라도 현재 회사에서 국내 업무만 하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이제 회사에서 영어는 기본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영어 공부가 필요합니다.

[취업조언] 4 : 취업, 이직, 장래에 대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보통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조금만 비싼 물건을 사더라도 우리는 인터넷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찾아보고 주위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볼텐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인 취업같은 나의 장래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별로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고민하는 고등학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누구에게 의견을 물어보나요? 보통 같은 학년 친구들, 가족들, 조금 더 많이 알아보는 분들은 몇 년 선배를 만나는 정도가 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저의 여러 글(직업선택에 대한 조언1)에서도 멘토나 인생 선배 물어보란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기서 멘토나 인생 선배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살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을 뜻합니다. 장기적인 인생목표를 채울 때도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지만 취업에 대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정보를 물어보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제가 규모가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힘들게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험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습니다.(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길을 멀리 돌아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제가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주위에서 조언을 많이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가족/친지 중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해 보신 분이 안 계셔서 일반적인 회사나 사회경험에 대한 조언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또 제 교육 여건 상 조언을 해 줄 선후배도 거의 없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조언의 필요성을 몰랐기 때문에 굳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조언을 구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나 혼자 잘 나면 모든 게 잘 될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가득해서 규모가 작은 회사에 가면 금방 사장이 될거라도 생각하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여러군데 조언을 구하고 다녔다면 이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겠죠.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제 생각대로 한 결과는 대부분 기대 이하였습니다. 제 경험이 워낙 없다보니 가지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이성적인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게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마지막 이직을 할 때는 (제 경험이 많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군데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에게 국한된 답으로 질문자의 니즈와 처해진 환경에 따라 그 결론은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 내리는 결론에 비해서는 더 좋은 결과를, 적어도 실패 가능성이 적은 결론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물어봤자 얻을 수 있는 insight가 거의 없습니다. 나와 아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 떄문이죠. 제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요청을 안 할 뿐이죠.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면 뭔가 거창한 댓가를 줘야 하지 않나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커피 한잔, 점심 식사 한끼면 충분합니다. 

본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생의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멘토로 삼으면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분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취업조언] 3 : 취업이 안 되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 중이신가요? 석사나 MBA가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취준생인데 취업이 안 되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신가요? 대학원을 나오면 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좀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이런 생각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저는 대학(경영학과)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서 MBA를 하고 나서 취업을 했습니다.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원을 바로 간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 하나는 MBA를 나오면 취업이나 진급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제 첫 직장은 타이틀이 중요한 연구/컨설팅이었기 때문에 이 대학원 경력이 거의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를 나오고 나서는 주로 M&A와 관련된 업무를 했는데, 이런 사무직에서는 가방 끈보다는 경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취업조언1(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에서 얘기했듯이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어떤 업무를 했는지(M&A의 경우에는 어떤 딜이 성사됐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재무/회계/전략/M&A 같은 쪽에서는 회계사같은 자격증까지 있으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됩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취업 전에 대학원을 다니는 게 취업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게 아니냐, 해가 될건 없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거나 박사 타이틀이 있는게 좋은 공대 쪽은 제외하고, 일반 사무직 쪽에서 일하려는 인문대 출신들에 국한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95%의 경우는 아니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서류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서류심사를 할 때 많이 나오는 얘기가 오버스펙(over-spec, 맞는 말로는 over-qualification)입니다. 중간관리자(과장, 차장) 이상을 뽑을 때는 대학원 출신이라도 크게 마이너스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뽑을 때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새로 뽑는 사람과 같이 일할 사람들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막내라고 새로 뽑았는데 대학원을 나오다보니 2년차인 현재 막내와 나이가 똑같다면? 심지어 나이가 더 많다면? 나이가 더 많지 않더라도 잡일을 시키면 석사 출신이라고 싫어하지 않을까? 조직장(특히 팀장)은 조직 융화에 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팀 대부분이 석사 이상이 아닌 이상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뽑을 때 대학원 출신이라면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류를 통과하면 면접입니다. 이력서를 많이 써 보셨겠지만, 보통 학력은 이력서 첫장,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대한 질문이 제일 처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접 시 중간에 일한 경력없이 바로 대학원을 나온 사람을 보면 제일 처음 ‘왜?’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뭔가 꼭 대학원을 다녔어야 하는게 아닐것 같은데 왜 취업을 안 하고 대학원에 간걸까? 공부에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대학원을 왜 간걸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궁금증을 질문했을 때 속 시원하게 답해 준 사람을 아직 못 봤습니다. 뭔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럴 듯하게 설명해 주면 좋을텐데 취업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간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정말 취업을 못해서 갔더라도 제 취업조언 2(면접 잘 보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좋은 대답을 준비해서 들려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면접에서 대학원을 간 이유를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제가 대학원을 회사 다니다가 가라고 추천하는 더 큰 이유는 이 대학원 경력이 나의 이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많은 대기업들이 취업 전에 다닌 대학원에 대해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2년을 그대로 쳐 주는 곳은 못 봤고 정말 잘해야 1년이었습니다. 따라서 경력상 2년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을 간 경우는 다릅니다. 어차피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적을 둔 상태에서 대학원을 다닌 것이니 회사 경력 2년으로 쳐 주건, 대학원을 간 것으로 쳐 주건 2년이 경력으로 그대로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왜 대학원에 갔는지 물어볼 때 답변하기도 좋습니다. 사실과 다르더라도 ‘핵심인재라 회사에서 보내줬다‘라고 말하면 이전 회사에 전화해서 핵심인재인지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보더라도 답을 해 주지 않을테니 확인할 방법이 없고 대답한 사람의 답변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퇴사를 하고 간 경우에도 ‘회사 다니다보니 이런저런 지식이 부족함을 느껴서 더 배우려고 대학원에 갔다’라고 하면 면접관이 딱히 나쁘게 볼 이유가 없습니다. 외국 MBA라면 업무상 영어의 필요성이 높아서 영어도 배울 겸 갔다고 하면 플러스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취업 전에 일반대학원(문과)에 가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회사에 다니다가 회사에서 보내준다고 하면 최상이고(물론 그 댓가로 회사를 몇년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이슈는 있습니다만), 자기 돈으로 가더라도 회사를 다니다가 가시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취업조언] 2 : 면접 잘 보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관문이 뭘까요? 특히 경력자들은 본인의 경력이 구인공고와 비슷하다면,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가면 정말 어려운 것이 또한 면접입니다. 이력서야 시간을 두고 수정하면 되지만 면접에서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죠

앞선 글에서 제가 이직을 여러 번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다녔던 첫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었고 점점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참고 : 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

저 뿐 아니라 다녔던 회사의 규모/이름이나 졸업한 학교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 뽑을 때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이런 스펙을 볼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 이직을 할 때는 제가 나이가 있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서류에서 떨어진 건 제외하고, 면접도 몇 번 봤지만 잘 안 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 이직 기회라 생각했기에 꼭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왜 내가 면접에서 떨어졌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난 면접들을 되돌아 보니 대부분의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지만, 그 때마다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력서를 본 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들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같은 글을 읽으면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1. 이력서를 고쳐서 사람들이 궁금해(질문할) 할 포인트를 없애거나
  2. 사람들이 반복해서 하는 질문에 대해 아주 좋은 대답을 준비하거나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력직인만큼 질문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도 없고 적당히 질문이 있어야 내 경험도 얘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2번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면접 시 너무나도 뻔해서 안 해줬으면 싶은데 이런 바램에 무색하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해 주세요.” 또는 면접 중간에 “영어로 자기 소개 해 보세요.”라는 요청입니다. 면접 전에 나의 이력에 대해 머릿 속으로 잠깐 생각해 보고 가면 그 정도 대답도 못 할까 싶지만, 막상 해 보면 할때마다 내 대답이 다르고, 하고나서는 항상 후회하는 그런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을 찾기 위해, 카페에 앉아 수첩에 내 소개를 할 때 쓰는 단어들을 쭉 적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이미 이력서에 적혀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서 내가 다른 후보들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자기 소개 시간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게 아니라 온전히 나를 PR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뻔한 소갯말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을 알려 나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주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나의 소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보다 어떤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중점을 맞췄습니다.

또 많이 받는 질문으로 과거 경험(경력자의 경우 보통 회사직무 관련해서) 중 가장 잘했던 일/가장 기억에 남는 일/가장 힘들었던 일을 얘기해 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먼저 그 업무와 관련된 fact를 먼저 적은 후에 fact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이 업무로 어떤 걸 배워서 내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더 나은지에 중점을 두고 내용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경험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유리한 내용은 어떻게 더 나를 돋보이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신경 쓴 것이 ‘나한테 불리한 내용을 어떻게 나를 돋보이게 하는데 쓸 수 있을까?‘ 였습니다. 불리한 것을 잘 덮고 넘어가는 정도로는 나를 고용해야 할 이유를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의/내 경험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장점도 있지만 더 좋은 점은, 내 단점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올만한 질문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자의 궁금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나서 면접을 본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면접을 보고 나오는 순간 합격을 직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평생 본 면접 중에 가장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스스로가 나의 답변 내용에 대해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고, 면접관들도(그 중 한분은 회사의 사장이셨습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뭔가 궁금증이 안 풀려서 계속 질문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 사람을 꼭 뽑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에 이력서를 주고 질문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때 그 질문만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그 질문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소를 해 준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리라 생각합니다.

[취업조언] 1 : 첫 직장은 대기업을 추천합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서 ‘가고 싶어도 못 가니까 문제지, 누가 대기업에 들어가기 싫어서 안 들어가나’ 라는 말을 하는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긴 하지만,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은 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누구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직장을 다녀봤기 때문이다. 중간에 했던 내 사업은 제외하고도 다녔던 회사만 6개에, 일반적으로 같은 산업 내에서 이직을 하기 마련인데, 나는 굉장히 다양한 산업에서 일해봤다(컨설팅, IT, 제조, 물류 등).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회사를 다닌 것보다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거의 항상 매출 규모가 몇 배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해서 지금은 한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이직을 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이 바로 ‘첫 직장은 대기업을 다니는 게 좋겠구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경력직 이직 시 대기업을 다닌 이력이 매우*10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출)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이직하려고 면접을 볼 때 자주 들은 얘기가 ‘이런 큰 회사 경험이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같은 종류의 질문이다.  안 괜찮을거 같았으면 면접을 봤겠는가?  생각해 보면 정말 하나마나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보다 규모가 더 작은 회사에 다닌 사람에 대해서는 막연하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대기업 출신을 대할 때는 ‘그 회사에는 우리가 모르는 뭔지 좋은게 있을거야’ 내지는 ‘우리보다 아는 게 많을거야’ 같은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사실 나의 경험을 보면, 대기업 출신보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일을 한 사람들이 ‘업무 Scope’이 훨씬 넓어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처리해 본 경험이 많고,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중소/중견기업 출신과 일하는 것이 편하다.  M&A만 해도 나는 M&A Execution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회사 전략’부터 M&A 후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까지 다 해 봤는데, 이런 폭 넓은 경험을 가진 대기업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기업보다 더 돈도 많이 받고 사회에서 대접받는 IB(투자은행) 출신 중에는 전략과 PMI를 제외하더라도 심지어 M&A Execution 전체를 해 본 사람도 거의 못 봤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IB 출신을 모든 M&A관련 프로세스를 총괄해야 하는 임원으로 데려오는 것만큼 바보짓이 없다고 자주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것을 알지 못한다.  

대기업 출신을 선호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면피’일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해 사내 정치가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잘못된 일의 책임을 피하는 ‘면피’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새로 뽑은 경력직에 문제가 있다면 누가 그 사람을 뽑았는지를 묻게 될텐데, 누가 봐도 질문을 던질만한 이력이 있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안전빵’으로 가려는 욕구가 많고,  이 안전빵의 대표주자가 바로 대기업 출신을 뽑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다양하게 이직하면서 몸으로 느꼈던 것이 바로, 경력 이직 시 대기업 출신이 월등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참 이직 쉽게 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출이 더 높고 더 유명한 회사로 옮기기 위해 수없이 많은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헤드헌터에게 연락하고, 이력서를 넣었으며, 인터뷰도 많이 했고, 또 떨어지기도 많이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처음에 큰 회사를 다녔더라면 이렇게까지 이직이 어렵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나마 스펙도 괜찮고 이직을 자주 하면서 조금씩 더 규모가 큰 회사로 이동을 해서 여기까지 왔지 한방에 큰 회사로 가려는 사람은 아마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서류와 면접으로 지원자의 실력을 가늠하는데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고, 결국 그 사람이 다녔던 회사 이름을 믿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향후에 직접 창업을 하거나 기술을 배우기 보다는 20~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첫 회사는 힘들더라도 대기업을 도전하시길 추천한다.  내려가긴 쉽지만, 올라가긴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