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하 트리시티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쓴다.
(내가 왜, 어떻게 야마하 트리시티를 타게 되었는가는 앞 글(오토바이(이륜차) 어떤 걸 살까? 나의 선택 과정 (왜 야마하 트리시티를 선택했는가?))을 참고하시라)
이미 밝혔다시피 야마하 트리시티가 나의 첫 오토바이다. 그 전에는 제대로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없다. 따라서 나의 경험담은 매우 편파적이고, 실제와는 다를 수 있으므로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아는 동생은 트리시티가 멋있어서 사고 싶었다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레플리카 오토바이(잘 빠진 경주용 오토바이를 생각하면 된다) 모양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좀 바보같아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길거리에서 트리시티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NSOK(SKT의 보안 자회사라 함)라는 보안 업체에서 트리시티를 대량 구매 했는지 매우 눈에 잘 띄는 스티커를 붙여놓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하여튼 내가 좋아하는 모양은 아니었지만, 정말 안전때문에 선택했다.
3륜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단점이 있다
트리시티는 3바퀴로 인한 장점도 있지만 여러 단점도 존재한다.
그 첫번째는 무게. 130kg 전후인 혼다 PCX125에 비해 트리시티는 150kg이 넘는다. 무겁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기존 오토바이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중고로 샀기 때문에 판매자를 만나 대금을 폰뱅킹으로 이체해서 거래를 끝난 뒤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와야 했는데, 일단 서 있는 오토바이를 움직이는 게 문제였다.
오토바이에는 자전거처럼 세워놓기 위한 스탠드가 있다. 모두 그런지 모르겠지만 트리시티에는 메인스탠드와 보조스탠드가 있다(정확한 명칭인지 모르겠다). 보조스탠드는 한 쪽으로 세워 놓는 것으로 자전거를 생각하면 된다. 그냥 스탠드 세우고 옆으로 기대면 된다.(물론 안정성은 떨어진다) 반면 메인스탠드는 오토바이 뒤쪽을 공중에 띄워 뒷바퀴가 움직이지 않게 하는데 오토바이를 메인스탠드에 세우거나 세워져있는 오토바이를 움직이려면 힘을 줘야 한다. 오토바이 뒤쪽 동승자(유식한 말로 탠덤;tandem이라고 한다. 꽤 많이 쓰인다) 자리 근처에 손잡이 같이 들어간 부분이 있어서 여기에 손을 넣고 움직이면 비교적 쉽다는 것을 몇일 지나서야 알았다. 그걸 몰랐을 때는 오토바이 핸들과 뒤쪽을 잡고 무조건 힘으로 스탠드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꿈쩍을 안 한다. 그나마 스탠드에서 내릴 때는 앞으로 확 밀면 내려오는데, 스탠드에 올릴 때(차를 정차시킬 때)는 움직이질 않는거다. “다른 사람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움직이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고, 힘을 주다가 허리가 나갈 뻔하기도 했다.
같은 날 허리도 나갈 뻔하고고 제꿍(자꿍이라고도 하며 제자리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것을 일컫는다)까지 할뻔한 일이 있었다. 오토바이를 익히기 위해서 동네를 돌다가 언덕에서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디 피할데도 없고 해서 언덕 중간에서 브레이크를 잡고 서는데, 오토바이는 4륜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서 있을리가 없다. (사람들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트리시티는 주행 중 멈췄을 때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있어도 되냐는거다. 트라이크 중에 혼자 서 있을 수 있는 애가 있긴 하지만 트리시티는 혼자 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오토바이처럼 발로 딛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옆으로 넘어지려고 한다. 번개같이 내려서 오토바이를 안 넘어지게 받치는데 자연스럽게 “윽” 소리가 난다. 무겁다. 제꿍이 왜 생기는지 이해가 간다. 내가 힘이 세진 않지만 그래도 남자라서 버텼지 웬만한 여자였으면 넘어졌을거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제꿍하는 날엔, 혼자 트리시티를 다시 세우기 엄청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 단점은 바퀴가 하나 더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저항이다. 이게 한 쪽으로는 연비랑 연관이 되는데 나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이동이 많지 않아서 연비에는 별 신경을 안 쓴다. 차에 비해서 워낙 기름을 조금 쓰기도 하고, 한번에 들어가는 기름의 양도 만원 아래다 보니 크게 부담가는 수준은 아니다. 근데 이 저항이 운전과도 연결이 된다. 내가 다른 오토바이를 타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리시티의 핸들이 다른 이륜 오토바이에 비해 월등히 무겁다고 확신한다. 4륜차는 대부분 파워핸들이 들어가 있어서 손가락 한두개로도 움직일 수 있고, 다른 2륜차들도 핸들이 무거울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가 없는데 트리시티의 핸들은 무겁다. 빡빡해서 잘 안 돌아간다. 움직이려면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다.(이동 중에는 훨씬 낫긴 한데 정지해 있을 때는 정말 힘들다) 트리시티를 처음 산 날 메인스탠드에서 빼느라 용썼지, 운전하면서 핸들 무거워서 힘썼지, 언덕에서 제꿍하려는거 막느라 힘썼지, 마지막에 메인스탠드에 세우려고 용썼지… 결국 다음 날 몸살이 나서 누워버렸다.
이 핸들의 무거움은 또 다시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데 차 사이로 요리조리 이동하기(일명 ‘칼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문제 없다고 하시는 트리시티 오너들도 계신 듯하다) 오토바이 없을 때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부러웠던 점이, 또, 오토바이를 사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도 차 막힐 때 차들 사이로 쏙쏙 잘 빠져 나간다는 것이었다. 근데 트리시티로는 이게 너무 어렵다. 회전 반경도 큰데다가 핸들이 쉽게 안 돌아가고, 오토바이의 폭도 넓다보니 차들 사이로 지나가려다가 차 긁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도 잘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차들이랑 같이 움직이다 보니, 차보다 별로 빨리 가지를 못한다.(내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트리시티를 봐도 타 오토바이에 비해 차 사이로 다니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 같다.) 이건 오토바아의 장점이 줄어드는 대목이다. 자동차랑 별 차이 없는 이동시간이라니…
트렁크가 작은 것은 꽤 치명적이다
트리시티 주인들이 또 많이 호소하는 불만 중에 하나는 트렁크가 작다는 것이다. 나는 안전때문에 트리시티를 택한 것이기에 헬멧도 가장 안전하다는 풀 페이스(full face)를 쓰는데, 트리시티 트렁크(안장 밑에 있다)에는 이 풀페이스 헬멧이 딱 1개 들어간다. 딴 걸 같이 넣을수도 없고 딱 헬멧 하나다. (운전용 장갑도 헬멧 안에 넣어야 트렁크가 닫힌다.) 동승자용 헬맷은 커녕 겨울에 추워서 무릎 담요를 넣으려고 해도 공간이 없다. 무조건 탑박스(top box. 오토바이 뒤쪽에 다는 물건 수납 박스)를 다는 수밖에 없다. 웬만한 탑박스는 10만원을 넘는데다가 탑박스를 달기 위한 고정대(브라켓)도 5만원을 쉽게 넘고, 설치비까지 따지면 20만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나도 결국 공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탑박스를 달고 말았다.)
일반적이지 않은 모양때문에 워머나 커버도 일반적인 것을 쓰기 어렵다
또 다른 불만. 겨울에 추워지면 오토바이를 타기 힘들다. (그래서 레져로 타는 분들은 겨울에 오토바이를 봉인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에 타는 분들은 (직업으로 타는 분들은 오리털 바지 등 완전 무장을 하겠지만) 워머(바람막이)를 오토바이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실텐데 투카노(이태리 Tucano)에서 만든 트리시티 전용 워머는 설치비를 제외하고도 15만원이 넘는다. 나는 사용 빈도도 높지 않고 너무 비싼 것 같아 스쿠터 범용 워머를 샀는데… 트리시티에 맞지 않는다. 앞바퀴가 두바퀴다보니 다른 오토바이보다 앞도 넓고 옆은 높고 해서 범용 워머들은 쓸수가 없다. 억지로 설치를 한다고 해도 바람이 다 들어와서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를 못 느낀다. 비나 먼지를 막아주는 커버도 딱 맞지를 않는다. 그래서 굉장히 큰 골드윙용 (1500cc용)을 사야한다고 한다.(나는 1000cc용을 샀더니 앞바퀴쪽이 뜬다)
다음으로, 이걸 즐기는 분도 계시긴 하지만 내가 불만인 것은 눈에 띈다는 것이다. 특이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관심있게 쳐다보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들끼리 수근대거나 직접 물어보기도 하는데 어떤 관심이든 관심 자체를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난 다른 사람들이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게 오토바이를 쓰고, 집 근처 구석 잘 안 보이는 곳에 쳐 박아 놓고 싶은데, 특이하니 눈에도 잘 띄고 크기도 커서 아무데나 박아놓기는 쉽지 않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트리시티가 늘어나면 이런 관심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또 의자가 불편해서 오래타면 엉덩이가 아프고, 이로 인해 시트 성형이나 다른 시트로 가는 분도 계시다. 나도 한번 오래 탔더니 엉덩이가 아프긴 한데 아직 오래 탈 일이 많지는 않아서 바꿔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든다.
난 주유할 일이 많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주유구가 시트 밑에 있어 주유를 하려면 시트를 열어야 하는게 불만이라는 얘기도 봤다. 난 자동차 기름 넣을 때도 안전을 위해 시동을 끄는데, 트리시티에 기름을 넣기 위해 시트를 열려면 시동을 끄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키락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불편하더라도 안전면에서 훨씬 낫지 않나 싶다. 역시 다른 오토바이는 어떤지 잘 몰라서 이 얘기는 여기까지.
이런 여러가지 문제와 불만이 있긴 하나, 다행인 점은 트리시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안전이었던 만큼 아직까지는 다른 오토바이에 비해 비교적 안전해 보인다는 점이다. 코너를 돌 때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크게 안 들 정도로 안정적이고 급브레이크시에도 아직 문제를 보인 적은 없다. 다만, 안전상 비나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어있을만한 날에는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크게 위험을 느낄 일도 없긴 했다. 하지만 겨울이라서 트리시티를 많이 안 타본 만큼 더 많이 타보면 생각이 좀 바뀔지도 모르겠다.
(*2016년 2월 15일 최초작성*)
*2016/4/8 추가*
날도 풀리고, 할 일이 있어서 요즘 트리시티를 좀 타고 다니는데, 엉덩이가 많이 불편하다. 왜 시트 성형을 하는지 이해가 간다. 한두시간만 타도 엉덩이가 아픈데 오래 타시는 분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릴 것 같다. 또 일명 의자 자세로 불리는 다리 자세도 불편하다. 안전함을 선택한 것으로 인해 잃는 것이 꽤 되는 것 같다.
아, 그리고 트리시티 말고 다른 트라이크는 대부분 받침대 없이도 혼자 서 있는 것 같다. 다만 2개의 앞바퀴 간에 사이가 트리시티보다도 더 넓어서 운전하는데는 더 불편하지 않을까 싶다. (위에 말한 것 같지만 트리시티만 해도 바퀴간 폭이 넓어서 차 사이로 요리조리 다니기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