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에서 돈의 중요성

지난 글에서 M&A에서 오너 의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이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돈이다.

보통 M&A 담당자/실무자를 뽑는 회사들은 지금 당장 실행하려는 딜(deal)도 있지만, 그 후에도 많은 인수(acquisition)를 해야 하니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구인을 하게 된다.  면접을 가도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딜이 많아서~~’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막상 딜을 실행하다보면 예상과 매우 달라지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1000억의 여유 자금이 있고, 이걸로 200억짜리 회사를 5개 인수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면 -> 6개월에 회사 한 개씩 인수하면 5개를 인수하는데 2년 6개월이 걸리고, 그 동안 모회사와 인수한 회사들이 돈을 벌테니 그 돈으로 추가 인수를 하면 되겠다 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가정의 거의 대부분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흘러간다.

  • 200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던 회사가 사업이 잘 되서/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져서/오너가 낮은 가격에는 팔 생각이 없다고 해서 등등의 이유로 400억짜리가 된다. 
  • 생각지도 않은 비싼 매물(매각 예정 회사)이 500억의 가격에 나온다.
  • 200억짜리 회사를 인수했더니 오너가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M&A 총 책임자나 전문경영인은 오너에게 나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갑자기 800억짜리 회사 인수를 계획한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처음에 준비했던 1000억원은 물론, 추가 대출받은 500억원까지 M&A로 1년 반만에 써 버리고, 돈이 말라버린 회사 내에서는 M&A 금지령과 함께 비용 절감안 등을 시행하게 된다.  내가 다녔던 여러 회사에서 실제로 자주 일어났던 일들이다.  

또한 이제 할 일이 없어진 M&A 총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M&A와 연관된 PMI(Post Merger Integration) 업무를 받게 되면 양반이고, 갑자기 전략기획, 정보분석, 사업전략, 심지어는 회사 내 구조조정의 업무를 맡게 된다.  

경험상 M&A를 열심히 하는 기업들은 2~3년 내에 이런 시점이 왔다.  나같은 경우는 이런 상황이 되면 M&A 업무를 찾아서 다른 회사로 이직한 경우가 많았는데, 잦은 이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오히려 너무 M&A에 적극적인 회사를 찾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또는 매우 자금 여력이 높은 회사를 찾던가.  

M&A에서 오너(owner) 의지의 중요성

여러 기업에서 M&A를 하다보면 진행이 일사천리로 잘 되는 곳이 있고, 검토만 엄청나게 하고 실제 인수는 불가능에 가까운 곳도 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후자인데,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원인은 (1)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오너(주인)가 있는지와 (2) 이 오너가 얼마나 M&A(인수)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이다.

현 회사에는 오너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오너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분명한데, 오너의 존재나 오너의 의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니, 그 밑에 있는 누구 하나 명확하게 인수대상에 대한 가이드도 주지 않고, 진행을 해서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 가기 전까지는 이 인수 건이 승인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월급사장) 인수 검토 초기 단계에는 어떤 회사든 괜찮으니 일단 검토해서 가져와 보라고 해서 엄청나게 많은 업체를 검토하게 만들고, 왠만한 협상까지 다 끝내서 의사 결정을 받으러 가면 그때서야 ‘이 산업에 우리가 뛰어 드는게 맞나?’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들도 이걸 승인했을 때 오너에게 칭찬을 받을지 욕을 먹을지 잘 모르니 의사결정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검토만 해보라고 하고 의사결정은 미루는 것이다.

전에 다녔던 한 회사에서는 위와는 반대로, 월급사장이 M&A를 통해 공을 세워 보겠다고 나를 포함한 M&A 인력을 뽑아서 대규모 인수도 아니고 소액의 투자 건을 2개 정도 진행했더니, 오너가 ‘투자나 인수는 그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더 이상 M&A 관련 할 일이 없어진 내게는 다른 업무가 주어졌으나(그 때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회사 구조조정이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수백명의 직원들을 내보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 일이 너무 힘들어서(멀쩡히 회사에 잘 다니던 사람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만뒀었다. (그래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나 해서 식당을 시작했었다. 식당에 관한 얘기들은 다른 글 참조)

또 다른 회사에서는 나는 그룹의 자회사에 다녔고, 그 자회사의 사장은 M&A 의자가 커서 검토는 정말 많이 했으나, 사실상의 의사결정자는 모회사의 오너여서, 최종 결정은 항상 그 곳에 가서 받아야 했는데, 오너는 여러 자회사 간의 형평성, 사정 등을 고려해 인수 여부 뿐만 아니라 인수 주체까지 결정했기 때문에(내가 다니던 자회사가 아니라 다른 자회사에서 인수하라는 등의 결정) 실제적인 인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렇듯 회사에서 M&A의 시작과 끝은 오너의 의지라고 할 수 있어서, 나처럼 기업 내에서 (인하우스) M&A를 주업으로 삼는 사람은 매물 검토 단계에서 오너가 관여하는지와 오너가 인수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수 년째 검토만 하고 인수는 하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M&A 빅딜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뽑는 게 더 나은 선택일까?(M&A 경력 바로 알기)

M&A 쪽에 있다보면 이직 시 많이 받는 인터뷰 질문이 “얼마짜리 딜까지 해 봤느냐?”이다.  우리 회사에서 몇 조짜리 M&A 딜을 하려고 해서 사람을 뽑는데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의도로 물어보는 것으로, 이 질문에는 큰 딜을 해 본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리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이 전제 자체가 완전히 틀린 것이다.

내가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출신(기업(SI), PE(FI), IB, 회계법인, 법무법인)의 사람들과 M&A 일을 해 봤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점은 (전체 M&A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 (유명한) IB출신이 가장 모르고, (유명할수록 더욱 모른다)
  • 근소한 차이로 대기업에서만 M&A를 해 본 사람이 모르고,
  • 반대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작은 기업(중소기업은 M&A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중견기업 수준)을 다니면서 M&A을 배운 사람이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일 것이다.  왜일까?

여러 번 얘기했지만, IB(Investment Bank)는, 특히 Global IB의 한국 branch 인력은 거의 대부분 영업직이다.  Global IB의 본사나 지역 HQ(아시아는 보통 싱가폴이나 홍콩)에는 산업(industry) 전문가, 기술(technology) 전문가, 경제 전문가 등 다양한 expert들이 있지만, 한국에 있는 IB 인력은 Seller와 Buyer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많은 경우 한글과 영어 통역) 해 주는 게 업무의 90%이고, 부가적으로 실사 시 client의 호텔/식당 예약 등 잡일을 담당하며, 경우에 따라 valuation 모델을 만들어준다.  IB는 자기 돈으로 딜(M&A 매물을 사거나 파는 일)을 하는 경우도 드물고(특히 한국 지점), 거래가 성사되어야 돈을 받는 success fee  기반이기 때문에 이 딜이 자신의 client에게 도움이 되건 안 되건 딜이 성사되는 방향으로 조언을 한다.  따라서 자신이 인수 후 이 회사를 어떻게 사용할지 전략적인 고민을 해 본적도 없고, 실사(회계, 법률) 결과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으며, 회계/법률 지식도 거의 없고(뭔가 관련된 것을 물어보면 본사에 확인해 볼께요 내지는, 변호사에게 물어볼게요 등의 답이 99%를 차지한다), PMI를 해 본적도 없고, 보고서를 써 본적도 없다.  따라서, 본인이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대형 deal의 숫자는 엄청 많을 수 있지만, 알고 있는 핵심 내용은 하나도 없고, 그 프로젝트에 각 회사별로 누가 실무를 했는지 사람 이름 아는게 거의 끝이다.(그래서 IB 출신이랑 얘기를 하다보면 대화의 시작과 끝이 거의 그 회사의 누구안다는 내용이다)

 

대기업에서만 M&A를 해 본 사람이 모르는 이유는, 회사 내에 너무나 많은 부서가 있고 그 부서들에게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데 기인한다.   전략 검토는 전략팀, 사업/제품 검토는 사업팀, 회계 실사는 외부 회계법인에서 한 것을 회계팀이 이해도 제대로 못한 채 사업부 실무자에게 전달만 하고, 법률 실사 역시 외부 법무법인에서 한 것을 법무팀이 제대로 이해 못한 채 전달하고, Valuation은 어떤 곳은 외부 회계법인을 시키거나, 어떤 곳은 IB를 시키거나, 아주 가끔은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등 모두 역할이 나뉘어있어 M&A 담당부서는 최고 경영진에 대한 보고 일정 잡기, 중간에 M&A 실무자들에게 보고서 써 내라고 닥달하기, IB와의 커뮤니케이션 정도만 하기 때문에 코디네이션 역할 말고는 별로 해 본게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에서 M&A 실무를 했던 사람들은 회사에 적절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걸 본인이 다 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 만들기, long list와 short list(인수 후보군 리스트) 업체 찾기, 관심 업체 연락하기, 관심 업체 자료 검토하기, 간단한 valuation 직접 해 보기, 협상, IB/회계/법무법인 선정,  실사, 실사 보고서 내용 파악, 계약서 만들기, 내부 보고서 만들기 등 안 해 본 것이 없고, 심지어는 여기에 공시나 IR까지 하는 인원도 있다.  그래서 M&A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해 본 인력이 길러지게 된다

게다가 작은 회사들은 M&A에 쓸 자금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안 좋거나,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회사의 인수를 검토하는 하는 경우도 많아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경험이 많고, 복잡한 거래 구조에 대해서도 익숙한 경우가 많다.  사실 Cross-border(해외) 딜 경험을 높게 쳐 주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대기업 임원들 포함)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가, cross-border(해외) 딜은 IB/회계법인/법무법인 등 많은 advisor(자문사)들이 같이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M&A 실무자가 할 일도 적고, 구조도 상대적으로 간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 출신 M&A전문가들이라고 하면, IB나 대기업 출신에 비해 학벌 등 스펙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경험해 본 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훨씬 작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별 경험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IB나 대기업 출신들은 비싼 몸값에 이직하고, 중소/중견 기업 출신들은 면접 갔다가 ‘겨우 몇십, 몇백억짜리 딜 해 본 사람이 조단위 딜을 할 수 있겠어?’ 같은 얘기나 듣고 오게 된다.  뽑는 사람들이 아는 게 없는데,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이 있겠나?

(회계/법무법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렵고, 더럽고, 복잡하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법을 잘 알아야 만들 수 있는 딜 경험이 많은 곳은 작은 로컬 회계/법무법인 출신들인데 삼일/김앤장 등 큰 규모의 업체 출신들이 무조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물론, 가능하면 삼일/김앤장에서 몇년 간 일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후 작은 곳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가장 좋긴 하다) 

하여튼 M&A 업무 담당자/책임자를 뽑을 때 무조건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나 deal size만 보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해 봤는지 확인을 해 봐야 한다.

(요즘 같아서는 내가 이런 걸 검증해 주는 대행 서비스를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기업에서 M&A 담당자 뽑기(전략적 투자자(SI)에 적합한 M&A 경력자는?)

요즘 많이 보이는 기업들의 전략 중 하나가 M&A 담당자를 뽑는 것이다. 많은 산업들이 성숙기에 들어서다 보니 기존에 사업을 하던 분야에서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졌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inorganic으로 빠르게 진출해 성장을 계속해 보겠다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무지로 인해) 좋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기업의 M&A 관련 구인 공고를 보다보면 전략 컨설팅펌, 회계법인, 투자사(IB, PE, 증권사) 등 투자 관련 자문사(이하 ‘Advisor’)출신 등을 우대한다는 내용이 많이 보인다.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뭔가 있을 것 같아 보인다는 데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나도 대기업에서 해외 유명 IB 출신 상사를 2명이나 두고 일한 적이 있다.

그럼 기업에 알맞는 M&A 담당자는 누구일까? 이건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업에서 오랜 기간 M&A를 경험한 SI(Strategic Investor, 전략적 투자자) 출신의 경력자이다.

그 이유를 보면

  1. 자문사(Advisor) 출신들은 M&A 전체 과정에 대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기업의 M&A는 중장기적인 전략도출부터 potential target searching(M&A 대상 선정), tapping(대상에 M&A 가능성 파악), MOU 등 기본 계약체결, Due Diligence(실사) 및 보고서 작성, Valuation, 내부 보고 및 승인, 본 계약서 체결, PMI(Post Merger Integration), 사후 관리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전략 컨설팅펌은 전략도출이나 대상 선정이 주 업무범위이고, 가끔씩 실사나 계약 체결 단계에 involve 하기도 한다.
    회계법인의 컨설팅 부문은 위의 전략 컨설팅펌과 업무가 같고, Financial Services 부문은 실사(재무, 회계)나 Valuation에 focus 되어 있다.
    IB는 외국의 산업 전문가들은 산업 분석 및 매물 검색까지 하기도 하지만, 국내의 인원들은 거의 대부분 아무런 전문성 없이 영업이 주 업무이고, 주니어들은 valuation, 영어 통역, 그 밖에 의전 등 잡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PE/증권사는 대상 tapping과 협상, 또는 Financing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자문사들은 (자기 계정(돈)으로 직접 인수를 하지 않는 한) 매우 한정적인 부분의 경험만 가지고 있다. 물론 자기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은 워낙 여러 번 하다보니 그 특정 부분에 있어서 경험이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M&A는 종합 예술이다. 한 두 가지 기능에만 뛰어나다고 해서 전체 M&A를 잘 할 수가 없다.

  2.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는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 Advisor들과 M&A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
    재무적 투자자는 단기적인 재무성과(Turn around, 매출증대, 영업이익 극대화)를 내고 비싼 가격에 재매각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반대로 전략적 투자자 중에 피인수회사의 매각을 고려하면서 사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원히 그 회사와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목적이 전혀 다르다보니 FI투자를 해 왔던 사람의 눈으로 SI투자를 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업의 목적과 Advisor의 목적도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피인수 대상 선정 과정을 생각해 보자. 딜 자문사들은 대부분 성공보수를 받기 때문에 인수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피인수 대상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인수가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회사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과 그 기업의 자문사는 실제로는 서로 목적이 다른, 즉 Conflict of interest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3. M&A 과정에서 Advisor들이 도와주는 technical한 영역들은 대부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자면, M&A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Valuation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가장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해 산정한 기업의 현재 가치(예를 들어 DCF) 결과를 그대로 쓰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자기 목적에 맞게 다양한 가정을 변경하고, 이에 의해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정을 변경하는 이유는 보통 의사결정자를 설득하는데 쓰는 논리일 뿐, 인수 후에 보면 그 예상 숫자가 적당히라도 맞는 경우를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IB나 증권사에서 많이 도와주는 Financing(자금조달)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사실 인수 회사를 망하게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데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매우 복잡하고 Technical한 Financing 구조를 만들어야 할 정도면 그 딜은 하지 않는 게 맞다. 많은 M&A 중에 복잡한 자금조달 방법을 만들어서 잘 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고, 오히려 잘 안 되서 본사가 망한 경우는 허다하다. 다시 말해 본사의 분수에 넘치는 회사를 인수했다는 얘기다.
    자금조달 뿐 아니라 계약도 매우 기술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라면(각종 Put, call option을 넣는 등) 이미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적인 계약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피인수 회사나 자금을 도와주는 FI에서 굉장히 까다로운(다시 말해 인수주체인 SI에 불리한) 조건을 걸었다는 얘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수한 회사가 잘된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피인수 회사나 FI는 이미 잘 안 될 것으로 예상하고 downward protection을 요구한 사업에 대해, SI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잘 되게 만들긴 어렵기 때문이다.
  4. M&A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1) 전략도출 (2) 그 전략에 얼마나 부합되는 회사를 사는지 (3) 얼마나 싸게 사는지 (4) PMI를 어떻게 하는지 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자문사는 이런 걸 해 볼 기회조차 없다.
    (1)번의 전략도출과 (2)번의 일부분은 해당 산업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므로 그 산업을 잠깐 들여다보는 Advisor가 자체적으로 제대로된 insight를 제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2)번의 일부와 (3)번은 협상가의 역할인데,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성공보수로 일하는 자문사의 특성상, 자문사에 일임해 놓으면 conflict of interest가 발생하게 된다. SI의 필요에 부합되지 않는 기업이거나 인수 조건이 SI에 불리하더라도 Advisor는 성공보수를 받기 위해 무조건 딜이 성사되는 쪽으로 유도하게 되기 때문에 맡기지 말고 기업에서 대부분 직접 해결해야 한다.
    (4)번은 도와줄 수 있는 외부 자문사 자체도 없고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로세스 이기에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결국 M&A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거의 대부분의 Advisor들이 해 본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없어서 도와줄 수 없거나, conflict of interest가 생겨서 시키면 안 되는 분야이다.

  5. FI 및 자문사 출신들은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보고(Reporting), 사내 정치에 매우 어둡다.
    좋건 싫건 간에 기업에는 여러 단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각기 다른 파트들을 통합해 끌고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내의 정치 구도에 대해서도 민감해야 한다. 하지만 Advisor 출신들을 보면 임원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능력들이 거의 신입사원 수준이다. 그래서 자기 주장만 하던지, 아무 말 안 하고 잠자코 있던지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다. 위에서 다른 임원들을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어야 할 판국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보고서에 오타 찾고, 숫자나 만지는)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6.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M&A를 해 본적이 없다.
    Advisor들은 M&A가 끝나면 본인들의 업무도 종료되고 자문료를 받게 된다. 피인수 기업이 3년 후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고민할 이유도 없고, 고민해본 적도 없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지 딜을 성사시키는 것이고(심지어 그 딜이 인수 기업을 망하게 만들 것 같더라도) 그 이후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지 않는 한 피인수 기업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하고,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나는대로 쓰긴 했지만, 요점은 내가 회사의 고위임원이라면 수년 간의 SI경험이 없는 Advisor 출신은 절대 기업의 M&A 실무자 이상으로는 뽑지 않을텐데, 실무자를 넘어 팀장이나 심지어 임원으로 바로 뽑는 대기업들도 많이 보인다.

그렇게 뽑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뽑는 사람이 SI의 M&A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거나, 반대로 자문사 출신이 기업에서 제대로 된 임원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악용하려한다는 이유 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M&A의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외부 Advisor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 두고 필요한 부분에서만 쓰면 그만이지 한두가지만 해 본 Advisor 출신을 전체를 매니지 해야하는 전략적 투자자의 자리에 두는 것은 바보같은 의사결정임을 넘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외부로부터 데온 전문가 활용법에 대해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