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뒤늦은 삼성 갤럭시 노트5 (Galaxy Note 5 SM-N920) 사용기

삼성 갤럭시 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가 안드로이드폰의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국내 휴대폰 중 중고 가성비 최고라는 LG G7+로 갈아 타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그 전에 삼성 폰을 여러 개 썼는데요, 그 중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전화기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 갤럭시 노트5(SM-N920)인데요, 좋은 이유로 기억에 남는 건 아닙니다.

노트 5를 샀던 이유

평소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각종 노트, 수첩, 필기구에 관심이 많은데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아(돌아다니면 손에 들고 있기도 그렇고 바지 주머니에 넣기도 쉽지않고 해서) Pen을 쓰기 위해 노트5를 구매했었습니다.

평가 – 배터리 : 최악의 배터리 타임 (1/10)

갤럭시 노트5의 배터리는 극악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터리가 닳는다는 표현이 아니라 녹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터리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하도 심해서 정식 센터에서 배터리를 새 걸로 교환해 봤는데 별로 나아지지 않는 걸 봐서는 제 기기 문제가 아니라 노트 5 전체의 문제로 보입니다.

배터리가 어느 정도 안 좋냐하면, 화면을 거의 안 켜도 3시간에 30% 정도 닳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충전하지 않고 점심 때까지 가끔씩 가볍게 사용하면 반 정도 남습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외근어 있어 중간중간 화면도 보고 하면서 충전을 못 하면 퇴근 시간 전에 배터리가 나갑니다.

저는 갤럭시 노트5에서 삼성페이도 쓰고, NFC 후불 교통카드 기능도 썼는데 배터리가 닳아서 휴대폰이 꺼지면 아무 것도 못 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항상 정신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노트 필기를 하겠다고 노트를 샀는데, 화면만 켜면 배터리 닳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화면 켜기도 두려워서, 구매한 후 첫 한두달 빼고는 노트 필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삼성페이도 돈을 내기 위해 화면을 켜 놓는 몇 십초 동안 배터리 닳는게 하도 스트레스라처음 몇 달 사용하다가 일반 신용카드로 다시 돌아가 버렸습니다. 휴대폰에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도 배터리가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전에 썼던 갤럭시 S4 미니(굉장히 작은 소형 폰)은 크기가 작은 탓에 배터리 타임이 짧긴 하지만 그나마 배터리 교체형이라 몇 개 들고 다니면서 바꾸면 됐는데, 갤럭시 노트 5는 일체형 배터리라 충전을 해야 합니다. 정말 밖에만 나가면 배터리 스트레스가 엄청 났고, 어디 앉기만 하면 충전기 꼽을 콘센트 찾고, 움직일 때는 충전배터리 꺼내서 연결해 놓고 다녔습니다. 정신병 까지는 아니더라도 배터리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할까요? 지금 LG G7+ 쓰면서 배터리 걱정을 해 본적이 없어 정말 천국에 온 것 같은데, 갑자기 ‘아, 노트5 쓰면서 정말 배터리 지옥이었지’라는 생각이 문득 나길래 이 때 늦은 사용기를 작성하고 있는 겁니다.

평가 – 크기, 무게 : 내겐 너무 큰 당신(form factor) (2/10)

저는 휴대폰을 주로 전화기 앞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삐삐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항상 통신기기의 자리는 바지 앞주머니였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가지고 있던 습관을 무참히 깨 버린 게 삼성 갤럭시 노트5였습니다. 크기 때문에 바지 앞주머니에 넣으면 앉을 수가 없습니다. 넣어놓고 걸어다니면 무게 때문에 바지도 축 쳐집니다. 재킷에 넣어도 벽돌을 넣은 마냥 축 쳐져서 모양이 안 납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바지 주머니나 재킷에 넣지 못하고 손에 들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노트5를 들고 다니는 동안에는 겨울에 장갑이 필수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노트5를 안 쓰고 나서는 다시 장갑을 거의 안 끼네요. 다시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핸드폰 쓰니까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노트5 사는 이유가 화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에게는 큰 화면 하나 때문에 잃는 게 너무너무 많았고 다시는 이런 큰 사이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평가 – 화면 : 색감 과장이 너무 심한 AMOLED 화면 (3/10)

요즘 삼성에서 QLED TV라는 자사 티비 광고를 엄청나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 LCD 티비에 QLED라는 이름을 붙여서 OLED인 것 처럼 현혹하다가 발각되니 OLED 티비는 안 좋다는 광고를 하고 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이 삼성 휴대폰의 AMOLED를 그렇게 쓰레기 같다고 ‘아몰레기’라 부르고, 어마어마한 번인(잔상)이 생겨서 교환이나 환불해 달라고 할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던 삼성이 번인 가지고 다른 회사를 까다니요. 이건 상도를 넘어서 소비자 기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예전에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S2 LTE를 아직도 갖고 있는데, 번인(burn-in)이 점 한두개 수준이 아니라 예전 모노크롬 모니터(초록색 흑백 모니터) 기억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면 전체에 글자도 새겨져 있고, 굵은 줄도 엄청나게 그어져있고 화면 1/3 정도는 색깔 자체가 어두운 등 일반적인 사용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번인인지 모르는 분이 봤다면 스크린이 고장나서 볼 수가 없으니 당장 고치라고 할겁니다. 잊고 있던 삼성 AMOLED의 빡침을 삼성 QLED TV 광고가 친절하게 되살아나게 해 주셔서 써 봤습니다.

하여튼 화면 얘기를 하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갤럭시 노트 5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아 이걸 1초라도 늘리려고 하다보니, 사용이 끝나면 화면을 꺼 버리는 게 버릇이 되서 그런지 번인 현상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AMOLED의 과장된 색상은 정말 영화고 게임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줘 보는 맛을 다 버려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 말한 갤럭시 S2 LTE를 만들고 나서 몇 년 후에 나온 휴대폰의 색감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삼성 AMOLED 기술의 한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삼성이 OLED 관련 기술이 모자라서 여태 OLED TV를 못 만들고 LCD TV를 만들고 있는 건가요?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하여튼 시각이 굉장히 둔감하셔서 LCD와 AMOLED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분은 계실 수 있겠지만, 저는 쓰는 내내 색감 때문에 거북했고, 보다가 아이폰 화면 같이 현실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디스플레이를 보면 맑은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눈이 너무 편한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이 밖에 카메라도 별로이고 다른 단점들도 있으나 옛날 폰이니 넘어가도록 하죠.

하여튼 오래 된 기종이다보니 사는 걸 고려할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삼성 갤럭시 노트5는 저에게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비롯해 여러가지로 인해 최악의 휴대폰으로 남았고, 집에서 전원 연결해 놓고 쓰실 게 아니라면 모든 분께 적극 비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