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협의 시 주의 점-조건을 정확하게 문서로 합의하라

얼마 전 벤쳐회사를 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지난 몇달 동안 얘기하던 투자 건이 거의 다 정리가 돼 가니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벤쳐 회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투자 얘기를 하고 있던 것을 알던 터라 거의 다 정리가 되었던 말에 나는 ‘투자 조건은 다 합의하고 계약서를 쓸 단계인가 보다’ 라며 어떤 조건으로 합의를 했을지,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궁금한 마음에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를 듣다보니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 기준에서는 도대체 단 하나도 합의를 한 게 없는 상황이었다.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잠재 투자자를 만나서 뜬 구름 잡는 식의 얘기만 해 온 걸로 보였다.

예를 들자면, 1,000만원에 지분을 10% 팔기로 했다는데 이게 구주(issued shares; 이미 발행해서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주식)를 팔건지 신주(new shares)로 팔건지 ‘대화 정황상 추측’ 내지는 ‘느낌’ 정도만 있지 정확하게 합의를 한 적이 없었다.(구주를 팔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는 내 친구에게 돈이 들어오고, 신주를 팔면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에 돈이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서로가 원하는 큰 그림을 이야기 하고 나서, 이걸 간단하게 정리한 term sheet을 작성한 후 본 계약서를 작성한다. 문제는 이 term sheet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걸 안 하면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아마 집(월세/전세/매매) 계약할 때 아니면 계약서를 쓸 일이 많지 않을텐데, 나는 집안 인테리어, 가게 인테리어 등을 할 때도 굳이 계약서를 받았고, 월세/전세/매매 계약서도 부동산에서 받은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모두 넣어 수정해서 사용했다. 그 이유는 위에 말한대로 분명히 서로 똑같이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넘어갔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으로 계약 조건을 협상 앞부분에 정확하게 글로 적어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좋게좋게 넘어갈 수 있지만 중간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계약이 깨지거나, 계약서 작성하는 과정이 끝이 없거나, 끝이 안 좋을 경우가 많다. 반대로 처음에 계약 내용을 정확히 하면 초반에는 좀 힘들고 협상 진도가 잘 안 나갈수도 있지만 한번 주요한 조건들에 합의를 하고 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계약서 작성이 진행될 수도 있고, 상대편과 크게 의견 충돌할 것이 없으니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