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대한 단상

얼마 전에 동생이 역사가 있는 영국 수제화 브랜드에서 비싸게 샀는데 안 맞는다고 구두를 하나 줬다.  밑창이 가죽으로 되어 있는데 동생도 미끄러우니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이라고 준다.  미끄러운 것도 미끄러운데다가 요즘 바닥이 우레탄으로 되어 있는 편하고 가벼운 구두를 신다보니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아버지가 롤렉스를 차시는데 결혼하실 때 할아버지께 선물 받은 걸로 알고 있으니 40년이 넘은 시계인 것 같다.  롤렉스 같은 고가의 시계는 대를 이어 물려준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다.  나도 요즘 시계를 차고 다니는데 이왕 차고 다닐거 롤렉스를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알아보다가 굳이 살 필요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보류하고 있다.

주위에 명품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잡지에서 명품을 써야 한다는 글을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명품은 내구성이 훌륭해서 싼거 여러 개 사는 것보다 경제적이다”라는 얘기다.  나는 세상에 자기 합리화도 이런 자기 합리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즐겨 신는 우레탄 바닥을 가진 구두들은 대게 4.5~6만원 수준이다.  시장에서 웬만큼 명품으로 통하는 구두를 사려면 30만원, 페라가모급으로 가면 50~6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구두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다시 말해 명품급 구두 한 켤레를 사지 않으면 싼 구두 5~10켤레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명품 구두가 일반 구두보다 5~10배 오래 가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란걸 다들 알고 있으리라.

시계도 마찬가지다.  롤렉스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데이저스트나 서브마리너가 1000만원 대이다.  일반적인 시계가 10~30만원대라고 하면 그런 시계를 30~100개 정도 살수 있고, 롤렉스가 그런 시계들보다 30~100배 오래 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롤렉스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데이저스트나 서브마리너가 1000만원 대이다.  일반적인 시계가 10~30만원대라고 하면 그런 시계를 30~100개 정도 살수 있고, 롤렉스가 그런 시계들보다 30~100배 오래 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게다가 명품을 오래 쓰려면 그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명품 시계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5년에 한번 정도 내부 청소/기름칠/부품 교환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50~80만원 정도이다.  본인이 한 30년 차고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할 경우 청소비만 수백만원이 들어간다.  게다가 30년이나 실사용한 시계라면 속은 물론이고 겉모양도 멀쩡할리가 없으니 1000만원 주고 산 시계라도 중고가는 수십만원~높아야 1백만원을 넘지 못할 것이다.

근데 내구성도 내구성이지만 내가 저런 명품들을 더 덧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걸 함으로써 내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명품이 오래 가는 주된 이유는 그 물건의 견고하게 만든 것 보다는 물건이 비싸기 때문에 주인이 조심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 70% 이상이 이 이유로 오래 사용한다고 본다. 명품도 실올 풀리고 지퍼 손잡이 떨어지고 색깔 벗겨지고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명품 수선집도 그리 잘 되는 것이다)  비싼 옷을 입으면 땀을 흘리거나 비를 맞거나 하는 일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고, 비싼 구두를 신으면 물기가 있거나 흙먼지가 날리는 곳은 안 가려고 하고, 비싼 시계를 차면 그게 상할까봐 행동을 조심하거나 시계를 풀고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과의 소통이 더 줄어들고… 명품들이 이런 불필요한 행동과 생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7년 3월 25일 최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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