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 트렌드 2019 : 판의 변화 – 영리한 겁쟁이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를 발견했다.
“미들급” (104페이지에 등장)
미들급 스시야(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의 스시가게)는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단어이긴 한데, 책에서는 이 개념을 모든 음식점에 확장하여 해석한 것이다.
책에서 이 부분의 핵심은 꼭 가격이 아주 싸지 않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나의 이전 글에서 낮은 가격(6,000~9,000원)의 일반적인 음식을 팔면 회전율이 매우 높지 않을 경우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식당창업 조언 5: 직장인의 오토매장은 꿈에 불과하다) 또, 같은 글에서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 변화로 직장인의 저녁식사(야근을 위한 식사 포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높은 회전율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높은 회전율이 나오기 어렵다면, 이제 개인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나의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식당의 생존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음식점(모든 음식점은 아니고 직장인들이 평소 점심 식사를 하는 만원 이내의 음식점)의 음식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지만, 이걸 올리자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게 되므로 아무도 이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과 음식이 똑같은 상황에서 가격만 올린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따라서 기존보다 더 풍성한 구성의 미들급 메뉴가 필요한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도 미들급 메뉴는 음식재료비가 늘어남으로 인한 비용 상승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하이엔드급(비싼) 음식점의 한계를 느낀 오너(셰프)들이 미들급 음식점으로의 확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책에 나오는 내용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메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SNS으로 인해 음식의 비주얼이 중요해진만큼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음식을 풍성하게 구성해 사진찍을 거리를 만들어주는 미들급 메뉴가 최근 시류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는 일반적인 한식은 미들급 메뉴의 구현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맛과 가격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웬만큼 훌륭하지 않고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더 정확하게는 일단 높은 가격표를 보고 나면 그 음식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비싸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미들급에 초밥, 회덮밥, 우동 등 일식이나 프렌치 식당 등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