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업에서 M&A를 하다보면 진행이 일사천리로 잘 되는 곳이 있고, 검토만 엄청나게 하고 실제 인수는 불가능에 가까운 곳도 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후자인데,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원인은 (1)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오너(주인)가 있는지와 (2) 이 오너가 얼마나 M&A(인수)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이다.
현 회사에는 오너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오너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분명한데, 오너의 존재나 오너의 의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니, 그 밑에 있는 누구 하나 명확하게 인수대상에 대한 가이드도 주지 않고, 진행을 해서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 가기 전까지는 이 인수 건이 승인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월급사장) 인수 검토 초기 단계에는 어떤 회사든 괜찮으니 일단 검토해서 가져와 보라고 해서 엄청나게 많은 업체를 검토하게 만들고, 왠만한 협상까지 다 끝내서 의사 결정을 받으러 가면 그때서야 ‘이 산업에 우리가 뛰어 드는게 맞나?’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들도 이걸 승인했을 때 오너에게 칭찬을 받을지 욕을 먹을지 잘 모르니 의사결정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검토만 해보라고 하고 의사결정은 미루는 것이다.
전에 다녔던 한 회사에서는 위와는 반대로, 월급사장이 M&A를 통해 공을 세워 보겠다고 나를 포함한 M&A 인력을 뽑아서 대규모 인수도 아니고 소액의 투자 건을 2개 정도 진행했더니, 오너가 ‘투자나 인수는 그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더 이상 M&A 관련 할 일이 없어진 내게는 다른 업무가 주어졌으나(그 때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회사 구조조정이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수백명의 직원들을 내보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 일이 너무 힘들어서(멀쩡히 회사에 잘 다니던 사람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만뒀었다. (그래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나 해서 식당을 시작했었다. 식당에 관한 얘기들은 다른 글 참조)
또 다른 회사에서는 나는 그룹의 자회사에 다녔고, 그 자회사의 사장은 M&A 의자가 커서 검토는 정말 많이 했으나, 사실상의 의사결정자는 모회사의 오너여서, 최종 결정은 항상 그 곳에 가서 받아야 했는데, 오너는 여러 자회사 간의 형평성, 사정 등을 고려해 인수 여부 뿐만 아니라 인수 주체까지 결정했기 때문에(내가 다니던 자회사가 아니라 다른 자회사에서 인수하라는 등의 결정) 실제적인 인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렇듯 회사에서 M&A의 시작과 끝은 오너의 의지라고 할 수 있어서, 나처럼 기업 내에서 (인하우스) M&A를 주업으로 삼는 사람은 매물 검토 단계에서 오너가 관여하는지와 오너가 인수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수 년째 검토만 하고 인수는 하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M&A에서 오너(owner) 의지의 중요성”의 한가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