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가 필요한가? (태블릿이 점점 안 팔리는 이유)

오늘 그동안 쓰던 윈도우태블릿PC가 고장이 났다. 사실 산지 몇년 되는데도 그다지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았는데 오늘 고장이 나면서 다시 한번 그 용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태블릿을 사면서 이걸로 “모든 걸”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내가 윈도우 태블릿을 산 이유는 안드로이드로는 MS 오피스 계열의 프로그램을 사용한 회사 업무 보기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내가 생각한 용도로

  • 외근 나가서 업무 보기(PPT 자료 만들기 포함)
  • 누워서 영화 보기
  • 소파에 앉아서 인터넷 하기
  • 걸어 다니면서 음악 듣기
  • 지하철 등에서 영화 보기
  • 틈틈이 책 읽기

뭐 이런 것들이었다.

아이패드 1이 처음 나왔을 때 샀다가 당시에는 앱도 그다지 많지 않은 등등의 제약 조건이 많아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 태블릿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태블릿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거의 다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외근 나가서 업무 보기 -> 태블릿으로 뭔가 컨텐츠를 만들어 내려면 키보드와 마우스가 필수이다.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들고 다니게 되면 무게가 노트북과 별반 다르지 않고, 들고 다니기는 오히려 불편하다. 또 편의성을 위해 화면이 작은 태블릿들은 표시되는 정보의 양이 적어서 업무를 처리하기 쉽지 않다.(해상도가 높아지면 글자가 작아서 눈이 아프다)
  • 누워서 영화 보기 -> 태블릿이 생각보다 그렇게 가볍지 않다. 정말 가볍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 그걸 들고 있는다는 것은 영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벌을 서는 것과 같다.
  • 소파에 앉아서 인터넷 하기 -> 소파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려고 해도 검색어 등 찾아볼 게 많은데 역시 키보드가 필수이다. 그런데 노트북은 무릎에 놓고 타이핑이 가능하지만 블루투스 키보드와 태블릿을 동시에 무릎에 놓고 타이핑을 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노트북의 편의성을 이기지 못한다.
  • 걸어 다니면서 음악 듣기 -> 태블릿을 손에 들고 다니면 불편한데다가, 가방 등에 넣어둔 채로 태블릿에 유선 이어폰이든 블루투스 이어폰이든 연결해서 사용하는 건 불편함 그 자체이다. 그냥 스마트폰을 쓰는게 훨씬 편하다.
  • 지하철 등에서 영화 보기 -> 지하철을 한번 타면 영화를 한번 보는 두 시간 동안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보게 되면 그 흐름을 잃는다. 결국 별 내용없는 예능이나 드라마 등을 볼 수 밖에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니다.
  • 틈틈이 책 읽기 -> 아마존 킨들같이 읽기 전용 디바이스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컬러 태블릿으로 책을 읽으면 반사광 때문에 눈 부시고, 밝은데서는 잘 안 보이고, 눈 아프고, 너무 무거워서 팔 아프고… 불편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ebook은 ebook 전용기기로 보는게 맞다는 게 내 결론이다.

결국 태블릿은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반쪽 기기이다. 이런 와중에 노트북은 점점 더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터치까지 되면서 태블릿의 편의성은 대부분 가져가면서 단점은 대부분 보완이 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태블릿의 판매가 급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고장난 태블릿의 대체제로 노트북을 선택할 것 같다. 이것저것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태블릿은 내가 생각하는 용도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3일 최초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