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몸이 아플 때는 몸의 밸런스를 되찾는게 가장 중요하다

조금 전에 티비를 보는데 코미디언을 하다가 기자로 전향한 이재포씨가 나와서는 스트레스 등으로 이빨이 안 좋아져서 뺐더니 그 옆이 안 좋아지고 그걸 빼니까 또 옆이 안 좋아지고 해서 이빨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인과관계에 잘못 이해를 하고 있어서 나온 말인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적어보고자 한다.

 

발바닥이 가끔씩 따끔한 작은 현상으로 시작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다 상사가 술을 좋아해서 매일 따라다니면서 먹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 바닥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무릎까지 올라왔다.  살이 쪄서 그런가?  오래 걸어 다녀서 그런가?  이런 생각으로 처음에는 신발에 신경을 썼다.  가장 편하다는 신발을 수소문했고 Rockport가 편하다는 추천을 몇 군데서 받아서 Rockport를 몇 개 사서 신고 다녔다.  하지만 신발을 발을 아주 약간 덜 아프게 할 뿐 상태는 점점 악화돼 갔다.

 

점점 나빠져 각종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한 쪽 발바닥만 아프던 것이 양쪽으로 바뀌고, 양쪽 무릎이 아프고, 그 다음으로는 무릎이 아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평지에서 걷기 조차 힘들었다. 평생 처음으로 건널목 신호가 짧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일반 버스를 물론 저상버스에 올라가기도 힘들어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했다.  이 쯤부터는 관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류마티스 내과 등 병원을 찾아 다녔고 병원에서는 ‘원인’에 대한 진단은 내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류마티스니 족저근막염이니 하는 병명을 붙이면서 각종 약을 주고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치료도 되지 않았다.  양의사들은 웃긴게 원인을 모르고 치료 방법을 몰라도 뭔가 병명을 붙여서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자 없는 류마티스’라는 병명으로 치료를 한참 받았는데, 류마티스는 원래 류마티스 인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증상은 류마티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그래서 류마티스약을 한참(류마티스 내과로 유명한 개인 병원에서 6개월, 나중에 대학병원에서 6개월~1년?) 먹었는데 당연히 1%의 효과도 없었다.

 

한편 집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각종 버섯 달인 물, 하수오/백수오, 홍삼 등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사고 주위에서 받고 해서 먹어 보았지만 이 역시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재밌는 것이 몸이 아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처음에 조금 아파서 동네 의원을 찾다가 낫지 않으니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보고, 그 다음에는 주위에 유명하다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찾아다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낫지 않아 민간요법 등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방법을 찾아 다니는게 ‘코스’ 인 것 같다.

 

증상은 점점 악화되면서 문제가 위쪽으로 올라왔다.

하여튼 점점 상태가 나빠지면서 허리가 아파서 자고 일어나면 몸을 일으키기 힘들어 지고, 손이 아침마다 붓고 아프고, 몸에 기력이 없고 식은 땀을 흘리고, 이러면서 안 좋아지다가 나중에는 이빨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이것때문에 처음 얘기한 이재포씨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빨을 닦으면 거의 항상 피가 나고 이빨이 흔들거려서 딱딱한 음식은 씹기가 힘들어 졌다.  당시에는 이게 단순한 이빨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 앞 치과에 찾아갔는데 그 곳에서는 잇몸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빨을 다 잃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을 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다행히 이성이 조금 남아 있어 이빨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술은 하지 않고 마.지.막 방편으로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

 

한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당시에는 한의학은 과학적이지 않고 한약은 비싸기만한 한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약을 먹을 생각을 안 하다가, 침을 맞으러 간 한의원에서 강매 비슷하게 파는 걸 밑지는 셈 치고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샀는데, 먹자마자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에 기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허리가 덜 아프고, 잇몸에서 피가 덜 나기 시작하더니 한달 정도 지나자 아예 안 나고, 무릎 아픈 것도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3달 정도 한약을 먹자 평소의 30% 정도로 낮아져 있던 몸의 상태가 80%까지 올라왔다.  이렇게 금방 좋아질 걸 왜 4~5년을 그렇게 고생을 하고 온갖 병원을 찾아다니며 돈은 물론 시간까지 낭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위에는 나에게 있었던 증상들을 아주 간단하게만 썼지만 실상은 훨씬 더 많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걸어다니는 것 조차 쉽지 않아서 절뚝 거리고 다니고,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뒤로 걸어 다녔다.(전에는 아줌마들이 뒤로 조깅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무릎이 아파보니 뒤로 걷는게 훨씬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는 걸 알게됐다)  나 스스로도 1~2년 후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서 서서히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수시로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우울증까지 왔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성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양의학을 믿고 한의학을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유명한 양의사를 찾아 ‘아픈 부분’만 치료 받으면 병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병은 점점 온 몸으로 퍼져나갔고 상태도 점점 안 좋아졌었다.

 

몸의 조화를 되찾아 주는 것이 진정한 치료 방법이다.

한약을 먹으면서 느꼈던 점은 동양의학에서 강조하듯이 ‘몸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증상만 치료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방법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몸 전체의 밸런스(조화)를 찾아주는 것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증상들의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양의사들은 발바닥 아픈 것과 잇몸에 피가 나고 이빨이 흔들거리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벤트라 생각하지 이어져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료하는 과부터 다르기 때문에(발바닥은 정형외과, 무릎은 류마티스 내과, 이빨은 치과, 우울증은 정신과) 이것들을 연결지어서 치료할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마인드를 오픈하면 몸도 치료할 방법이 생긴다.

나와 비슷한 증세를 겪는 사람들에게 이런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한약을 먹으라고 조언을 해 줘도, 비싸다는 이유로, 아는 한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한의사가 재료를 가지고 장난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한약은 신장에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한약은 돈 낭비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한약을 먹어보지 않는다.  이미 몸아프고 치료하느라 돈 쓰고 시간 쓰고 있으니 그냥 30~40만원 버린다는 생각으로 한번 먹어보면 될텐데 양의학에 대한 쓸데없는 믿음 때문에, 또는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불신때문에 시도조차 안 해보고 계속 사서 고생을 한다. 1달 먹어보고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다른 한의원에 가서 또 한달 먹어보면 되고, 그렇게 2달~3달 먹어보고 효과 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인 것인데 한약을 먹으면 큰 잘못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모양이다.

죽을 정도로 아프고 나서 느낀 점은 몸은 하나로 생각하고 원인을 치료해 줘야지 하나하나의 증상만 살피다 보면 결국 전체적으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척들 중에도 양의사인 분들이 계신데 젊을 때는 그렇게 한의학, 한약을 무시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양의학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한약의 효과를 직접 보고 나서는 한약을 먹는 모습들을 본다.  “의사가 한약 먹는다고 하니 좀 이상하지?”라는 멘트와 함께.

 

2017년 6월 17일 최초 작성

“[건강] 몸이 아플 때는 몸의 밸런스를 되찾는게 가장 중요하다”의 5개의 생각

  1. 흥미로운글입니다
    저는 20년째 환절기알러지비염을 앓고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보통 양의학 이비인후과를가서 치료를 받곤하는데요 양약이 효과도 바로바로있고해서 선호하는편입니다 보통 한의원을 가면 한달치 보약이 30에서 40만원쯤하더라구요 가격도 가격이고 예전에 저도 몇달먹고 딱히 호전되는것을 보지못해서 한의원은 종종 침시술받을때 빼곤 안가게됩니다 반면에 연세가 있으신분들은 한의원에 많이들오시더라구요 저도 조금 더 나이들면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1. 한약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습니다. 양약은 일반적으로 약만 받는 경우 몇만원이면 되니 여기 갔다가 안 나으면 다른 곳에 또 가보고 하는 것에 부담이 없는데(물론 가는 곳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해서 검사비로 수십만원씩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한약은 약을 먹게되면 기본 30~40만원씩 하다보니 먹기 전부터 부담스럽고, 일단 한 곳에 가서 잘 안 낫는다 싶으면 다시는 안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양약은 분업화가 되어 있어 처방전을 받더라도 약을 안 사 먹으면 그만인데 한약은 같은 한의원에서 지어주기 때문에 바로 앞에서 사라고 강매하는 경우 안 사기도 좀 그런 경우를 저도 몇 번 겪어 봤기에 한의원을 갈 때 조심스러워 집니다.

      하지만, 위에 썼듯이 제 자신의, 그리고 제 가족들을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느낀 것은 양의학으로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병이 수없이 많으며, 치료가 되더라도 약이 치료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몸이 치료했다는 것,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한의학이 치료라는 점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처럼 양의학 병원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더 시간과 돈을 낭비 하기 전에 적어도 양방병원에 가 본 것 정도는 한방병원에도 가보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2. 아.. 그리고 저도 환절기 비염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코가 막혀서 숨쉬기가 어렵고 코를 하도 풀어서 코 풀면 코피가 나고 입으로 숨을 쉬다 보니 목이 아파서 밤에 마스크까지 하고서 자는데도 별 효과가 없고, 그러다가 몇일 심하게 아프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양약과 양방병원(이비인후과, 내과 등)에 많이 가 봤으나 효과 있는 약이나 치료 방법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얼마 전에도 심해서 병원에서 처방해 줬던 알레르기 약을 먹었는데 아무 차도가 없네요) 그래서 이번 가을부터는 그냥 포기하고 살고 있었고 이걸 한약으로 고칠 생각은 한번도 안 해 봤는데, 내년 봄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지면 한번 한약을 시도해 봐야 겠습니다. (저도 한약이 비싸다 보니 증상 하나 때문에 한약을 시도해 보기는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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